김성동 후보(66)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 때문이었다. 지난 22일, 서울시 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현재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는 '후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이비 보수 단체들이 보수 유일 후보로 지지하는 것은 교육감 선거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교대 부속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시교육청 세입계장, 대통령 비서실 교육비서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경일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김 후보는 서울시 교육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바로 '청렴'과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택 교육감 재임 기간 3년 동안 국가부패방지위원회 조사에서 공공기관 중 청렴도 밑바닥을 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김성동 후보는 현재 학교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 단위의 자율 경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까지는 교육 체제가 톱-다운(top-down)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교실을 중심핵으로 하고, 학교, 교육청, 교육감이 도와주는 체제로 가야 한다"며 "학교 경영에 자율을 주고 서로 경쟁을 하면 다양한 교육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은 서면과 대면 인터뷰를 종합한 김성동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
"교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 체제 만들겠다"
프레시안: 출마를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김성동: 수도 서울의 학생, 학부모, 교사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수도 서울의 교육은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렴도 3년 연속 꼴찌, 낮은 수준의 학부모 만족도 등이 그러한 모습을 대변한다. 수도 서울의 교육을 전구 최고로 만들고, 나아가 선진국 수도인 파리, 도쿄, 런던 등과 같은 수준의 교육으로 만들고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프레시안: 후보가 생각하는 서울시 교육(혹은 한국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요약한다면.
김성동: 중앙 주도의 획일적인 교육으로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인 한 줄 세우기 교육이다. 지금 교육감 권한이 너무 크다. 교장, 장학관, 장학사 임명을 모두 맡고 있다. 오늘날 그런 식의 인사 임명은 본인이 아무리 선량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위험 부분이 너무 많다.
이제 새롭게 현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이제까지 교육 행정이 톱-다운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교실을 중심핵으로 하고, 학교, 교육청, 교육감이 도와주는 체제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부패제로, 청렴운동 공약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성동: 서울시교육청이 국가청렴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 중에서 3년 연속 전국 꼴찌를 했다. 이는 곧 서울 교육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청렴의 기반 위에 서울 교육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고 본다. 경일대학교 총장 재직 시, 교수평가제를 도입하여 성공적인 학교경영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제도의 성공적인 도입 기반 또한 대학 전구성원들의 청렴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 자율화, '한줄 세우기' 아니다"
프레시안: '0교시, 보충학습'으로 요약된 학교 자율화 계획, 영어공교육정상화 방안 등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많은 논란을 낳았다. 공약에서는 이들 사안에 대해 대체로 새 정부와 견해가 일치하는 듯하다.
김성동: 단위 학교 자율과 책임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만이 우리 교육이 살 길이라고 본다. 새 정부에서 학교 자율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학교 자율화 정책을 내세웠을 것이다.
학교가 자율 경영을 통한 경쟁을 하면 교육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는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학교 별로 남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수요자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할지 고민하면서 다양화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찬성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로드맵 제시가 부족했다. 정부 5년이 끝났을 때 우리 나라 교육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금년에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하겠다 등 로드맵을 제시했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레시안: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후보가 내세운 다양화와는 반대로 '한줄 세우기'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성동: 그건 한줄 세우기가 아니다. 조물주는 모두 인간을 내보낼 때 뭔가 한 가지씩 재주를 줘서 보냈다. 교육은 장점신장적 접근을 해야지, 단점지적적 접근을 하면 안된다. 자기가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면, 관련된 책도 보고 싶고, 공부도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학교 폭력도 없어진다. 나를 알아주는 학교와 친구가 있는데 내가 왜 폭력을 하나. 또 우리 나라가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인간 관계의 지혜와 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교육의 다양화를 강조하는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김성동: 학교의 커리큘럼을 무조건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것도 획일이다. 교장과 교사가 한마음이 되어서 다양화를 위한 교육을 만들어야 된다. 학교에 자율을 주고, 그 결과에 책임을 묻고, 학교 평가를 하겠다. 작년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를 따지고, 어떤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이뤘는지 등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즉 이런 교육에서는 교사와 교장의 공동체적 단결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립학교 교사를 5년마다 순환시킨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부패한 보수는 단일화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2010년까지로 임기가 짧다.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 아닐까.
김성동: 공약의 대부분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것들이다. 따라서 임기가 짧더라도 교육의 틀을 바로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으며 반드시 추진해야할 과제다.
프레시안: 처음으로 주민 직선제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를 두고 언론에서는 '정권 중간 평가' 또는 '전교조-반전교조 후보 대결' 등이라고 평가한다. 또 선거 과정에서 보수-진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김성동: 보수니 진보니 하는 용어를 교육에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은 정치하는 분들에게 붙이는 용어인데, 교육을 정치활동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있는 현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인 용어는 부담스럽다. 언론에서는 보수나 진보 보다는 오히려 ('학습자의 발달'이라고 하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교육 정도(正道) 세력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보수 언론과 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성동: 부패한 자유당 정권 당시 집권을 위해 어떤 핑계를 댔나. 바로 '공산당이 쳐들어 온다'였다. 높지 않은 좌파 지지도를 누가 과대 포장을 했겠나. 그냥 두면 '저쪽'이 되니까 한 사람을 밀으라고 한다. 사이비 보수 단체들이 보수 유일 후보로 지지한다. 이는 교육감 선거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우롱하는 것이다.
민주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는 사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극우든 극좌든 단일한 이데올로기이다. 스펙트럼은 넓을수록 좋다. 다만 좌파의 사상이 교육 본래의 의무를 저버리고, 학생을 특정 이념의 세뇌 대상으로 보는 것은 배격한다.
그러나 부패한 보수는 단일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 언론은 참 답답하다. 연속 3년 16개 교육청 중 청렴도 꼴찌를 하고, 작년에는 333개의 공공기관 중 청렴도에서 333등을 했다. 그랬던 분이 또 나와서 마무리하겠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한 조직, 한 국가가 잘 되려면 인사가 공정하고, 예산이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 있어야한다. 선진국의 요건 중 자원 3%, 도로, 항만 등 기초시설 17%, 그리고 80%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다. 사회 구성원의 신뢰성이 없는 것. 그것이 지금 서울시 교육청이 위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