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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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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최근호에 실린 글임.) 요즘 유행하는 미국드라마의 원조격인 2000년작 <뉘른베르크>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나치 전범 재판의 미국측 수석검사로 임명된 로버트 잭슨이, 독일 뉘른베르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스탭들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잭슨은 공정하면서도 추진력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 스탭 중의 한명이 그에게 매우 회의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 재판은 기소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전쟁 중의 모든 행위는 범죄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이 대목이 중요한데) 더더군다나 이번 재판은 자칫 전쟁에서 이긴 승자의 횡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얘기를 듣던 잭슨은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 얘기도 맞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이번 재판에서 승자의 윤리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주의적인 생각에 불과했던 것일까. 히틀러의 오른 팔이자 나치 전범의 수괴인 헤르만 괴링은 특유의 달변으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국 동맹국들이 구성한 합동 재판에서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나간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 역사적 재판의 결과를 알고 싶으시다면 140분짜리 DVD를 구입해 보시길 바란다. 지면이 모자라 구구절절 그 드라마를 설명해 드릴 수는 없겠다.
또 독도가 난리다. 허구헌날, 잊을 만 하면, 일본이 신경을 건드린다. 자신들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섬이라고 주장한다. 이름도 다케시마라고 진즉에 붙여 놨다. 영유권 분쟁을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미국 국회 도서관 같은 곳에다가 독도의 이름을 '리앙쿠르 록'으로 색인화 하려고 오래 전부터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등등을 보면 일본사람들, 꽤나 치밀하고 음모론적인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도 논란이 일 때마다 역설적으로 일본이 이 섬을 자기 네 영토라고 더 강하게 주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일본 교과서가 자신의 식민통치를 보다 미화하고 정당화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몇 년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했다가 적잖이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신 일본 사람이야? 당신 친일파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다 우리 탓, 우리 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언제, 제대로 일본 식민잔재를 청산한 적이 있었던가. 진짜 친일파들이 버젓이 행세하는 나라를 만든 게 우리가 아니었던가.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매년마다 바뀌는 대학입시 정책 때문에 헷갈리기 일쑤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역사를 정규과목으로 공부하지 않는다. 물론 교과과정에 있기는 하지만 대학입시에서 역사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관계로 시험을 치지 않을 학생들은 역사 책을 아예 닫아 버린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 국토에 대한 사랑을 올바르게, 무엇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차라리 이렇게 간간히 일본이 자극이라도 해대야 새삼스럽게 독도는 정말로 귀중한 우리 땅이고, 일본과 우리 사이에 있는 역사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문제는 잠깐이라도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젠가 <굿 나잇 앤 굿 럭>이란 영화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다가 적잖은 젊은이들이 매카시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걸 모르면 <굿 나잇 앤 굿 럭>이 좋은 영화인지, 그렇지 않은 영화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세계대전의 역사를 모르면 <뉘른베르크>라는 TV드라마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역사를 모르면 <뉘른베르크>에서 잭슨 검사가 얘기한 '다수의 윤리'를 세우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하면서도 지적인 작업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깨달을 수가 없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 없으면 <뉘른베르크>같은 영화라도 열심히 보여주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영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몇 년 전 <개 같은 날의 오후>를 만들었던 이민용 감독이 <독도 수비대>를 만든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다. 아마도 제작비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 정부나 정책기관은 영화를 상업적인 매체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의 외연을 좀더 넓혀야 한다. 그래야 독도가 진정으로 우리 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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