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한다. 교육감은 자립형 사립고 정책 등 교육계의 첨예한 쟁점 사안 대부분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무관심 속에서 치러지면, 다수 시민의 뜻을 거스르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는 후보가 교육감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 관심을 가지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총 6명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언론 역시 각 후보의 공약과 교육철학을 자세히 소개하기 보다, 이념적 성향을 중심으로 거칠게 뭉뚱그려서 보도하기 일쑤다. 이런 방식으로는, 유권자인 시민을 교육의 주체로 세울 수 없다. 투표소에서 표만 던질 뿐, 시민은 여전히 교육정책의 일방적인 적용 대상에 머무르게 된다. 내용 면에서는 관선 교육감 시절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래서 <프레시안>은 교육감 후보 전원을 상대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후보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인터뷰를 꺼리거나, 충분한 시간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다섯 후보와는 직접 인터뷰를 했다.
끝내 직접 인터뷰를 하지 못했던 한 명이 공정택 후보다. 공 후보 측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바쁜 일정 탓에 인터뷰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서울시 교육감 후보 연속 인터뷰 첫 기사는 대면 인터뷰가 아닌 서면 인터뷰로 채워지게 됐다.
그런데 서면 인터뷰를 마친 직후, 공 후보 진영이 부산해졌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강남 지역 임대 아파트 건설 재고 요청' 건 때문이다.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당시인 지난 5월 19일, 공 교육감 명의로 서울시장에게 전달된 공문에 '교육 환경 악화'를 이유로 "강남구 수서2지구 임대주택 단지 건립사업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 "임대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늘어나면 교육환경이 나빠진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입장은 공 후보 측이 '글로벌 리더 양성'을 교육정책의 주요 목표로 내세우는 것과 맞물리면서, 더 큰 반발을 낳고 있다. '글로벌 리더'가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갈 다수 서민 자녀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 후보 측은 "(임대주택 건립 재고를 요청한 공문은) 교육감 명의로 발송된 공문이지만, 실무자 선에서 처리됐다. 교육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물론, 이런 해명이 충분한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불분명하다. (☞관련 기사: "저소득층 아이들 때문에 교육환경 나빠진다고?")
다음은 공 후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교육감 후보 연속 인터뷰 기사는 기호 순으로 실린다. <편집자>
"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좌우한다"
프레시안: 지난 재임 기간 동안 '학력신장'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당선된다면, 무엇을 주요 목표로 삼을 생각인지?
공정택: 지난 재임 기간 중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교육지표로 설정하고 학력신장과 함께 인성 진로교육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하지만, 4년 전 취임하면서 표방한 "서울 학생 학력신장 방안"에서 가리키고 있는 '학력'은 단순히 지필평가 점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하는 학력은 학업에 대한 흥미나 태도 등 인성적인 측면이 포함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당연히 실력과 인성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동안 실천 중심 인성교육 강화, 직업진로 교육 강화, 심신 단련을 위한 체육 수련 활동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기본이 바로 된 어린이, 자율과 배려의 정신을 갖춘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 역점을 둘 것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교사·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여 임기 1년 10개월 동안은 4년 전 선거 공약을 발전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교육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 동안 서울교육이 학력신장 정책을 추진한 것은 지식기반 사회를 대비하는 세계 각국의 교육 정책의 흐름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학력평가·수준별 이동학습, 꼭 필요하다"
프레시안: 타 후보와 비교해 공약 분량이 가장 많다. 핵심 공약을 꼽자면?
공정택: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진찰이다. 마찬가지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해야 한다.
중학교 수준의 수학문제도 풀기 어려워하는 학생과 대학 수준의 수학 문제도 풀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한 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학력진단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수준별 이동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력진단평가와 수준별 이동학습은 사교육비을 확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맞춤식 상향 평준화 교육을 실시하여 공교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공정택 이전 교육감들은 '학력 신장'에 소홀했다"
프레시안: 지난 4년 동안 교육감으로 활동한 내용에 대해 후보가 내린 자체 평가를 듣고 싶다. 교육감으로서 느낀 서울교육(한국 교육)의 가장 큰 장점, 그리고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공정택: 지난 4년은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세계일류 서울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기울인 기간이었다.
학력신장은 그 효과를 수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사교육의 몫으로 전가되는 분위기였던 학력에 대한 책임을 다시 공교육의 몫으로 환원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 외에도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 사업 추진을 통해 교육격차를 완화하였고, 국제고, 세종과학고 신설, 학교선택권 확대 정책 추진을 통해 다양한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다방면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프레시안: 학력평가 등을 통한 상향평준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비를 늘리고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공정택: 잘 알다시피 현 교육감 취임 이전에는 교육의 핵심인 학력신장 정책이 다소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이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교육 본질에 충실한 학력신장 정책을 추진하여 온 것인데, 일부에서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차기 교육감에 당선되면, 학생들이 무한 경쟁의 세계무대에서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도록 다양한 체험활동 교육과 인성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아울러, 사교육비가 유발되지 않도록 공교육 내실화를 위하여 모든 정책적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할 것이다.
"특권층에 치우친 교육정책, 아니다"
프레시안: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자율고 등 다양한 학교를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학교선택권 강화라는 장점과 동시에 사교육비 증가, 귀족학교 등의 비판이 많다.
공정택: 이들 학교의 추가 신설은 서울시민들의 요구와 더불어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이다.
다만, 특목고 등의 신설 문제가 초·중학생들의 입시 과열과 학부모님들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점도 고려해야 하므로, 어떤 분야에 몇 개교를 신설하는 것이 좋은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어느 지역에 신설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전문가를 통한 연구,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여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지난 4년 동안, 지역간·학교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 사업,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학교 지원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였고 가정 배경에 의한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 교육비 지원 및 정보 통신비 지원 등 각종 지원 제도와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실시했다.
따라서 특권층을 위한 교육정책에 치우친다고 보는 것은 수긍할 수 없으며, 향후에도 교육기회의 평등성과 교육의 다양성 및 수월성은 모두 함께 고려하여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는 시범학교, 추진하겠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교육감으로서 후보는 대부분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영어몰입교육의 경우,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교육청 정책이 너무 쉽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택: 영어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한 1~2년간 더 계획을 세우고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시범학교를 만들어서 몰입교육이 아니라 영어를 영어로 수업을 하는 시범학교를 지정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공동체와 사회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교육청과 중앙 정부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공정택: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교육 정책의 큰 방향에서 인식을 같이 하고 긴밀한 협조 속에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시·도교육청별 여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정부와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4년간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교육에 꼭 필요한 교육정책이라면 주위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추진해 왔다.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서울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 하자"
프레시안: 공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단일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를 보수-진보 세력 대결로 보기도 한다.
공정택: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저로서는 서울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고 싶은 것은 솔직한 심정이며 시민단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1년 10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저를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 선거는 이념 대결보다는 교육정책을 통하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념이나 선동적인 주장으로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서울 시민은 어느 후보의 공약이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고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일, 걱정스럽다"
프레시안: 공정택 후보가 '시민후보'를 표방하고 나온 것에 대해 '의외'라는 목소리가 있다. 촛불집회가 미친 사회적 영향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공 후보가 교육감 재직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먼저 거리에 나서면서 촛불 집회가 시작됐다. 당시, 교육청에서 이를 통제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육적 입장에서 학생들의 촛불 참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공정택: 광화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프레시안: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이 보장될 때까지 학교 급식 금지라는 공약이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공정택: 서울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 제공이라는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얻어지면 당연히 학교 급식에 오르지 못하도록 조치할 것이다.
이 외에도, 급식 사고 예방을 위해 식재료 원산지 표시 검사, 위생 점검 강화, 조리 종사원 교육 및 연수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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