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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입법·사법·언론 다 막는데…촛불 말고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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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입법·사법·언론 다 막는데…촛불 말고 뭐해?"

[현장] 제헌절에도 정부의 '헌법 유린'은 계속된다

두 달간 이어진 정부와 경찰의 헌법 유린은 제헌절인 17일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제헌절 60주년을 맞는 이날, 전국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제71차 집중 촛불 집회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을 전경버스를 동원해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했다. 뿐만 아니라 시청 앞 광장에서 이어지는 청계광장까지 인도를 사실상 전경버스로 봉쇄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종종 대치하는 광화문 사거리를 원천 봉쇄한 것.

대책회의 측이 차량을 이용한 무대를 설치하기도 어려워졌다. 경찰이 촛불 집회 무대 차량 운전자에게 2년간의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 때문.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긴 집회는 조립 제작한 1단 무대에서 이어졌다.

오후 8시경, 1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메운 광장은 어김없이 촛불로 밝혀졌다. '헌법파괴 이명박', '촛불집회 자유없는 근조 민주공화국' 등 '제헌절 맞춤 손피켓'을 든 시민들은 입을 모아 "명박 퇴진, 독재 타도"를 외쳤다.

"우리는 뭉쳐있는데…MB 혼자 왕따"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 여론을 너무 등한시 한다. 워낙 정부와 경찰이 정국을 엄하게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참가자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현상만 보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본질이 안 변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변하나. 행정, 입법, 사법, 언론까지 정권이 통제하려는 판국에 국민이 결국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


무대와 다소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지켜보던 김광석(41) 씨는 조근조근 '시민이 촛불을 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원인 자체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에 촛불은 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원인은 쇠고기 재협상, 그리고 관련자를 수배하는 등 정부의 공안적 태도였다.
▲ 17일 제헌절을 맞아 열린 '헌법 수호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한나라당 등 보수 정치권에서 연일 외치는 "우리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코웃음을 쳤다. 이은지(22) 씨는 "우리가 뭉치는 건 촛불 집회를 위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뭉치자는 말은 곧 촛불 집회와 같은 집단 행동을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태의(30) 씨는 "우리는 다 하나가 되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 혼자만 떨어져 있다"며 "전경의 폭행이나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는 것도 모두 그 사람 때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박대식(가명, 44)씨는 "촛불 집회는 국민의 지적 의식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재고할 필요성이 있는 '민족적 관점'이 얽힌 독도 문제 때문에 촛불이 잠식될 까닭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평일인데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직 촛불 집회가 줄어들지 않은 증거"라며 "이명박 정부가 변하지 않는 한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찰 또 물대포…멈추지 않는 '촛불 게릴라'

오후 9시 30분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막혀 있는 광화문 대신 종로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 시민들 가운데 약 2000여 명의 시민들은 동대문 방향으로 종로를 따라 행진을 계속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일본대사관이 있는 안국동 방향으로 향했다.

경찰버스로 막혀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독도 명기 철회하라"고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다시 방향을 돌려 종로 쪽으로 행진을 계속하자는 의견과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던 시민들은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고, 경찰은 시민의 접근을 막으려 형광 물질이 섞인 물대포를 난사했다. 이미 우비와 마스크를 준비했던 참가자들은 담담하게 광화문, 종로 부근 상황을 교환하며 2시간 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 경찰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어김없이 물대포를 쏘았다. 이날은 60주년을 맞는 제헌절이었다. ⓒ뉴시스

동대문 방향으로 행진했던 시민들이 다시 돌아와 결합하면서, 경찰과 참가자들의 충돌 양상이 계속됐다. 밤 11시가 넘어 경찰이 던진 너트에 맞은 한 여성이 눈 위 부분이 심하게 찢어져 응급차로 긴급 호송되기도 했다.

자정 무렵, 전경버스로 막고 있던 일본 대사관, 광화문, 조계사, 삼청동 등지에서 전경 부대가 쏟아져 나왔다. 위협을 주려 방패로 땅을 두드리고, 구령을 외치며 차도를 점령한 전경들에게 시민들은 순순히 자리를 내주며 물러섰다.

시민들은 "종로 가서 게릴라 시위를 합시다", "경찰과 술래잡기 하자" 등을 외치며 종로로 이동했다. 이들은 18일 새벽까지 종로 일대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는 등 경찰의 진압 작전에 맞서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그간 촛불 집회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마실거리를 무료로 제공했던 '촛불 다방' 주인인 이정수(31) 씨까지 도로에 차를 주차해놓은 것을 두고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헌법이 명시한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무엇보다도 제1조에서 명시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의미를 경찰은 알고나 있는 걸까. 촛불 집회와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는 제헌절을 기념해 화려한 불꽃놀이와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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