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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인수전'에 기름 부은 출총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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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인수전'에 기름 부은 출총제 폐지

재벌들, M&A 자금 확보에 혈안…부실 우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7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선진당 등 보수세력이 200석이 넘는 18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은 이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출총제는 자산합계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31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다. 여러 차례 완화돼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고 하나 출총제 폐지는 재벌들의 요구하는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재벌들 입장에서는 출총제 폐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금산분리 완화와 결합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통해 공기업들이 시장으로 나와 'M&A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는 더욱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10대그룹 계열사 459개사로 5년전에 비해 149개 늘어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는 6월초 기준으로 459개사다. 2003년 6월초에 비해 149개사가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26개에서 38개로, SK그룹는 59개에서 83개로, LG그룹은 분할전에는 계열사 수가 50개였으나 분할 후 LG그룹 37개, GS그룹 59개, LS그룹 23개로 모두 119개로 늘었다. 이 밖에 롯데그룹(35개→47개), 금호아시아나(15개→53개), 현대중공업그룹(6개→10개), 한진그룹(23개→30개), 한화(33개→43개) 등 10대그룹은 대부분 계열사가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조차 "재벌들이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금 쌓아놓고, 빚내고…재벌들 '실탄' 장전
  
  현재 대기업들의 유보율(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이 676%에 달한다는 사실을 봐도 출총제가 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기업들의 투자가 부족한 것은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라기보다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해서라는 점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사실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업체 546개사가 내부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현금.수표.당좌예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2007년말 현재 62조 7447억 원이다. 2006년말에 비해 10조2053억 원(19.4%)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10대 그룹이 쌓아둔 현금은 33조5184억원으로 상장사 전체가 쌓아둔 돈의 절반을 넘는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1조8720억 원, 현대차그룹이 7조1165억 원, 현대중공업그룹이 4조9053억 원 순이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올 상반기 은행 대출을 급작스럽게 늘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5월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0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000억 원)에 비해 무려 6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28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조3000억 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민영화 정책으로 매물 내놓고 출총제.금산분리 완화로 편이 봐주고
  
  이처럼 대기업들의 대출이 급증한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금융당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 대상인 공기업과 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 등이 소유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서둘러 시장에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우리금융,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을 내놓겠다는 애기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증권 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로 기업 입장에서는 M&A 요인이 더 많아진 셈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부실로 이어지면…"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연구센터장은 출총제 폐지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대기업 계열사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자산 총액도 늘어나는 등 경제력 집중은 계속 됐다"며 "이런 시점에서 출총제가 폐지되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출총제 폐지가 대기업들의 M&A 촉매제가 될 가능성을 강조했다.
  
  경실련도 16일 논평을 내 "출총제 폐지로 재벌들의 투자 여력이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신규 순투자보다는 기업인수합병이나 공기업 인수에 나설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무리한 M&A가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병권 센터장은 "아직은 재계가 현금보유고를 많이 쌓아 놓은 상태지만 규모가 큰 M&A가 일어날 경우 자산을 뛰어넘는 부채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경상수지 적자나 금융 불안이 있는 상황인데 무리하게 금융을 동원하는 것은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외환위기 때처럼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겠지만 가뜩이나 '빨간 불'이 켜진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들의 대형 M&A는 대부분 빚을 내서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인수(LBO) 방식이다. 이는 피인수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인수기업은 통상 인수대금의 10-15%만 자기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85-90%는 LBO로 조달한다. 이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도 대형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빚을 내 무리하게 몸집을 부풀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 등이 이런 방식이었다.
  
  금호의 경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느라 지난 3년간 부채총액이 22조174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등 M&A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또 기업들의 대출 확대는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초래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경제위기 상황을 직면해 물가안정을 최우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과 중소기업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는 '친기업'을 빙자한 '친재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출총제 폐지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정부는 재벌규제 완화 등과 같은 정책보다는 시장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출총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부결을 국회에 주문했지만, 국민적 차원의 반대가 없는 한 국회가 이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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