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나라의 미래를 정말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잘 한다면 뭐가 걱정이랴? 그러나 별로 그런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수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것이리라. 최근에 전체 106석 중 100석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에서 일어난 참담한 사건을 보자. 개원일인 7월 14일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인 서울시의회 의장이 뇌물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30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이다. 아무래도 서울시의회는 이미 '부패시의회'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의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광우병 강요 정책'조차 사실상 전혀 시정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묻는다며 경제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그대로 둔 채 최경중 재정부 차관만 경질했다. 이 때문에 '대리경질'이라는 전대미문의 용어마저 고안되었다. 그리고 '역시 소망교회'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이 거의 30년에 걸친 '소망교회 교우'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보다 '소망교회'가 더 힘이 센 것일까?
북한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강경 정책을 고집하다가 결국 돌아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11일 오후에 행한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북한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새벽에 금강산에서 북한 초병이 남한 관광객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도 원래의 연설문을 고치지 않았다. 북한 초병의 살인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잘못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도 원래의 연설문을 고치지 않고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는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을 너무도 싫어하는 보수단체들이 어째 조용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까닭을 알고 있을까?
이렇듯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는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 와중에 또 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치 일본이 한국을 능멸한 것처럼 핏대를 올리고 나섰다. 그러나 잠시 돌이켜 보면, 이러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태도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007년 10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매달려 있는 세력과 미래로 가겠다는 양대 세력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 쏟아진 의혹들을 반박한 말이었다. 이 말에 대해 강력한 비난과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말을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2008년 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외신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형식적으로 사과해온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한국인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나 자신은 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해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고 바로잡지 않는 자들에게 '사과하라', '반성하라'고 말하면 성숙된 한일관계에 반대하는 것인가? 2008년 4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 (…) 미래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같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연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도쿄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에게 너무나 큰 '선물'을 줬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우습게보고 '정면 공격'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다시 '광우병 강요 정책'으로 돌아가 보자. 2008년 4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서 부시에게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로써 미국 축산업계는 연간 1조 원 이상의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황당하게도 '광우병 룰렛'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008년 4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도쿄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에게 또 다시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밥'이 되었다.
정말이지 참담한 상황이다. 꼭 막아야 할 광우병은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꼭 지켜야 할 독도는 눈뜨고 빼앗기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과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주의의 실체가 이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식민주의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실용주의는 실질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명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을 들여오고 독도를 빼앗기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경제나 미래를 내세워서 부시와 후쿠다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식민주의가 아니라면 무능주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식민주의인가, 무능주의인가?
우리를 더욱 불안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도무지 반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6월 10일에 청와대 뒷산에서 수십만 개의 촛불들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반성했다'는 것은 결국 빈말이었다. 그런데 7월 11일 오후에 행한 국회 개원연설은 이 사실을 다시금 명확하게 재확인해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infodemics)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촛불 집회를 여는 시민들을 다시금 비난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자신이 강요하는 '광우병 강요 정책'을 막기 위해 촛불을 밝혀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정보전염병'에 걸려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좀비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나는 'MB 전염병'이야말로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투기와 표절로 얼룩진 자들을 내각과 수석에 앉히면서 최고의 인재들을 뽑았다고 주장하는 것, 국토를 송두리째 파괴할 '대운하'를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우기며 강행하는 것,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광우병 강요 정책'을 결국 강행하는 것, 한국방송(KBS)과 <PD수첩>과 인터넷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총동원하는 것,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시민들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 등의 망국적 정책과 행태들이 이 병의 주요 증세들이다. 이러한 'MB 전염병'을 하루빨리 치유하지 않고 이 나라는 오직 후진화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사회는 합리성과 시민적 덕성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러한 '선진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시민적 덕성'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MB 전염병'을 막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면서 내일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러한 '최고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국민을 괴롭히고 '내일의 희망'을 짓밟는 'MB 전염병'을 꼭 막아야 한다. 목표와 과제는 명확하다. 그리고 촛불들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이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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