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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7·30'…이명박 대통령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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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7·30'…이명박 대통령 '중간 평가'

0교시, 보충수업, 자사고…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오는 30일, 주민 직선제로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사회 각계는 올해 처음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낮은 인지도를 우려하고 있다. 선거일이 휴가철인 탓에 더욱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육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서울시 교육감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쉽사리 포기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물론 학원, 평생 교육 기관을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은 타 시·도 교육청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학교 설립 및 인가 등 상당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은 때로는 중앙 정부 또는 지역자치단체와 상반된 의견을 두고 대립하기도 한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지역별 교육청 권한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놓고 "이것은 정권을 중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 정책이 교육감에 따라 좌지우지됐던 기존 사례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극과 극…유인종 vs 공정택
▲ 지난 3월 11일, 서울 청운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서로 방지하기 위해 가림막을 세운 채 일제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회 각계 인사들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놓고 "이것은 정권을 중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서울시 교육감의 역할을 거론할 때 가장 자주 비교되는 예는 바로 공정택 교육감과 바로 전 직무를 수행했던 유인종 전 교육감이다.

지난 1996년 2대 민선 교육감으로 당선돼 한 번의 재선을 거쳐 2004년까지 8년 간 재직한 유인종(76) 전 교육감. 그는 고등학교 교사에서 출발해 고려대 사범대학장을 거쳤고, 현재는 건국대 석좌교수이다.

그는 교육감 재직 내내 인성과 특기를 중시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이런 교육 철학에 따라 가장 먼저 변한 것은 평가 방식이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가 폐지됐고, 학생의 성적보다는 특장점을 주로 기술하는 '서술형 평가'가 도입되었다.

또 유 전 교육감은 특수 목적고와 영재학교 설립도 반대했다. 2001년, 교육부가 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할 당시 그는 영재학교 신설 또는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보수 언론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다.

유 전 교육감은 "영재학교나 학급이 생기면 유치원 때부터 과외를 시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국내 현실에서 섣불리 영재학교를 만들면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교사가 지식 위주의 교육을 해 오히려 영재를 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설립 추진하려는 MB에게 "그건 교육감 권한"

유 전 교육감의 발언이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렸던 일은 바로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설립 문제였다.

2001년 교육부가 자사고 설립 계획을 밝히자 그는 "자사고가 운영될 경우 '과외 망령'과 '중3병'이 되살아나고 사교육비가 증가될 우려가 있는 등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라며 서울에서는 자사고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자사고 운영보다 교육 방법과 교육 여건을 개선해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고, 결국 그의 재임 기간 중 서울시에는 자사고가 설립되지 않았다.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 문제로 유 전 교육감과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현 이명박 대통령이 팽팽히 맞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2003년, 당시 이명박 시장은 뉴타운에 특목고를 세우겠다며 "교육부 등이 '강북 지역에 특목고나 자사고를 유치해봤자 강남 학생들이 올 것'이라며 반대해 입학생의 80%를 강북학생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유 전 교육감은 당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중·고교 터가 하나뿐인 길음 뉴타운에 일반고 대신 특목고·자사고를 세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강북 지역 쿼터제에 대해 "학교 설립 계획이 없어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모집 지역 고시권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 대책을 교육 제도와 연계하려는 이명박 전 시장의 발상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유 교육감을 만나 설득을 시도했고, 유 교육감은 이 시장을 도리어 설득하는 등 둘의 의견은 수평선을 이뤘다.

그러자 서울시는 학교 설립에 관한 권한을 시·도 교육감에서 아예 가져오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교육청 예산의 절반을 시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학교 설립 등 일정 부분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육계의 반발이 거셌던 것은 물론이다.

0교시, 보충수업 막고 고교평준화 강조한 유 전 교육감

유 전 교육감은 재임 기간 중 보충수업 부활이나 방과후 학내 과외 등 교육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강제적인 보충 학습은 학생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이에 따라 2002년 교육부가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방과 후 보충 수업 허용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힌 뒤에도 유 전 교육감은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강제적, 획일적 형식의 보충 수업을 금지했다. 또 야간 자율 학습을 저녁 9시까지로 제한했으며, 오전 8시 이전의 강제 등교를 금지해 '0교시' 수업을 폐지했다.

또 그는 자사고, 특목고 설립 논란과 함께 불거진 고교 평준화를 놓고도 "고교평준화를 깰 경우 입시지옥이 된다"며 "오히려 학교시설과 교사 등의 지역적 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외에도 유 전 교육감의 지침은 곧잘 화제를 낳았다. 그는 "선행학습 과외를 소개해 준 교사와 교습받은 학생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선행학습 과외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당사자 모두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선 학교에서 행해지는 의식들이 일제시대부터 그대로 답습된 것이 많고, "경직되고 권위적인 학교문화가 학생들에게 교육적이지 못하다"며 초·중·고교에서 구령 없이 인사하기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등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점수 성적표 부활, 자사고 설립 추진한 공 전 교육감
▲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계획에 가장 먼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며 최근 교육감직에서 물러난 공정택(74) 전 교육감은 교사, 교장, 교육청 국장직을 거쳐 남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뒤, 2004년 4대 민선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공 전 교육감은 당선 직후부터 유인종 전 교육감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추진했다.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그는 초등학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성적표를 부활시켰으며,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와 기초학습 부진학생 제로운동 등을 추진했다.

그의 당선 이후 가장 큰 논란을 불렀던 방침은 '수우미양가' 성적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논란 끝에 결국 '단계형 평가', '과목별 점수 표시제' 등 '수우미양가'와 비슷한 성적표가 도입됐으며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도 8년 만에 부활했다.

또 공 전 교육감은 "자사고 확대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며 자사고 도입과 특목고 확대 입장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자사고의 설립은 수월성(秀越性) 교육의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기존의 고교 평준화 정책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취임 직후부터 시내에 2~3개의 자사고를 설립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월성'을 내세운 그의 교육 정책은 유 전 교육감이 반대했던 영재학교 신설과 국제중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2006년, 공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 문제로 교원, 학부모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당시 그는 "교육감으로서 절대 수월성 교육을 양보할 수 없다. 데모해도 어쩔 수 없다. 나라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립학교를 보호하고 학원을 공교육의 보완재로 활용하겠다는 공 전 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공 전 교육감의 형제들이 사립대와 학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연계시키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그 이후

공정택 전 교육감이 내세웠던 '효율성'과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한층 더 힘이 붙었다. 자사고 설립, 영재학교, 영어교육 등 공 교육감이 밝힌 일련의 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과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는 자율형사립고(자율고)를 비롯해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를 설립하겠다는 현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적극 환영했다.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고를 구(區)당 1개씩 25개 정도 세울 계획"이라며 "자율형사립고는 자립형사립고보다 재단 전입금 부담이 적고 자율성이 더 부여돼 사립학교들의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3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자율고가 전국에 100개면 서울이 4분의 1은 차지해야 한다. 마이스터고는 제가 덕수상고 교장 출신이어서인지 애착이 많다"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 지난 2004년 서울시장 시절 은평 뉴타운 홍보관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 이 전 시장이 뉴타운에 특목고·자사고 등을 세우겠다고 밝히자 유인종 전 교육감은 "그건 교육감의 권한"이라며 부동산과 교육 정책 연계를 반대했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시장과 제가 서울에 2~3개 (자사고)를 설립하자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다"며 자사고 설립을 추진했다. ⓒ연합뉴스

자율고 외에 자사고 설립도 탄력을 받았다. 그는 "예전에 이명박 서울시장과 제가 서울에 2~3개를 설립하자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은평 뉴타운의 경우 하나금융이 자사고 설립을 추진 중이며 길음 뉴타운도 협상자를 찾고 있다. 이들 지역 외에 또 다른 지역에도 자사고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거센 논란을 불러온 영어 몰입 교육 도입 계획에 대해 적극 도입 의사를 가장 처음 밝힌 기관도 서울시 교육청이었다. 공 전 교육감은 같은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초등학교 11개, 중학교 11개교 등 22개교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점차 확대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후 이 대통령이 "몰입교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자 서울시 교육청도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또 공 전 교육감은 번번히 좌절됐던 국제중을 2009년에 반드시 설립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지금이야말로 국제중을 설립할 절호의 기회"라며 "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라면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일어도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인종 전 교육감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지난 4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서두르는 것, 그게 교육에선 큰 화근이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1970년대 이전에 했던 논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소수가 반발하지만, 다음에는 다수가 반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교육 흐름은 반드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겠지만 희생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 관련 기사: "당신들도 학생들처럼 잠 못 자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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