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씨는 현재 옥상에서 내린 로프에 몸의 의지해 10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다. 배 씨의 아래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2MB·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를 묵인한 농협중앙회장을 강력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리고 배 씨는 "비정규직 탄압하는 농협중앙회는 반성하라"고 소리쳤다.
한 여름 폭염 속 그는 왜 건물 외벽에 매달려야 했을까? 농협중앙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임금·노동조건은 비정규직인데 무늬만 바꿔놓고 맘대로 조합원 아니라고?"
"농협중앙회는 비정규직 직원과 별정직 직원들에게 악랄하고 무자비한 차별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양극화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함에도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적인 약자를 거들떠보기는커녕 표현하기 힘든 핍박을 가하고 있다."
배 씨가 이날 고공시위에 들어가며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전국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장인 배 씨의 고공시위가 농협의 비정규직 탄압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큰 쟁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별정직의 조합원 인정 문제다. 전체 1만2000여 명의 농협 비정규직 가운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대략 2000여 명. 농협은 이들 별정직이 비정규직노조인 농협중앙회지부의 가입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가 지난해 노조 규약을 바꿔 별정직의 가입을 허용했지만 회사는 막무가내였다.
홍석환 노조 사무국장은 "농협은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면서 조합비 공제도 안 해주고 일방적으로 자격을 박탈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3000명까지 됐던 비정규직노조의 조합원은 현재 200여 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 노조가 이 같은 농협의 입장에 대해 "노조 탄압을 위한 수법"이라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농협의 '비정규노조 탄압'에 3000명이던 조합원이 200명으로…"
때문에 노조는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조합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노조는 "별정직에 대한 별도의 운영준칙은 임금 및 노동조건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과 비슷하다"며 내용상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장인 배 씨는 이 같은 "허울 뿐인 무기계약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환을 거부하다 지난 2월 계약해지됐다.
당초 정규직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에, 비정규직노조는 한국노총 공공연맹에 각각 가입해 있었지만 비정규직노조는 이런 갈등 끝에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옮겼다. 노조는 3주 전부터 천막농성과 1인 시위 등을 통해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무기계약직의 조합원 인정과 지난해부터 체결되지 못하고 있는 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 진짜 농민의 대변자라면 '美쇠고기 반대'해야"
한편 그는 고공시위에 들어가며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무책임한 태도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반농업적인 정치를 펴는데도 농민의 대표인 농협중앙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축산 농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행동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날 270여 명의 조합장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리는 농협중앙회 대의원대회와 관련해서도 그는 "농협은 대의원대회를 열 게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구내식당에서 자행된 미국산 쇠고기 홍보 시식회 개최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담아 청와대까지 시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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