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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력을 경찰이 수사하라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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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력을 경찰이 수사하라는 검찰"

대책회의 "촛불 집회 피해 조사, 인권위가 나서라"

두 달 넘게 계속된 촛불 집회에서 15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전국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그리고 피해 당사자들은 지난 달부터 수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어청수 경찰청장과 경찰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달 3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피해자들이 고소·고발한 사건 수사를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종로경찰서에 배당했다.
  
  이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검찰이 경찰 수장과 지휘부가 모두 연루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배당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검찰의 의지가 빈약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한 검찰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지난 달 28일 촛불 집회에서 벌어진 65건의 경찰 폭력 피해 사례를 인권위에 집단진정한다고 밝혔다.
  
  "명백한 인권침해…국제사회에 알리겠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경찰은 지난 달 28일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향한 소화기 분사는 물론 빈 소화기와 각종 돌, 쇠붙이를 던졌다"며 "또 경찰폭력감시단 활동을 하던 인권활동가를 구타하고, 민변 소속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지어 비폭력 직접 행동을 실천하던 한국 YMCA 전국연맹 소속 회원들을 방패로 찍고 곤봉과 군홧발로 무차별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서울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하는 등 국제적인 인권 조약을 위반하는 경찰의 만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며칠 전 유엔(UN) 반기문 사무총장이 다녀갔고, 현재 국제 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조사를 진행 중인데도 정부와 경찰 당국은 자국민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대책위 김경호 목사는 "지난 6일과 7일에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국 기도회에서 경찰은 광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시민들을 막은 것은 물론,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시민조차 막았다"며 "이 같은 감금상태가 각각 3~4시간 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집회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우리는 65건의 인권침해 사안을 인권위에 진정함과 동시에 인권위가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한다"며 "또 시청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유엔에 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직무유기·책임방기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촛불 집회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보면서도 침묵한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지난 두 달간 인권위는 촛불 집회와 관련해 평화 집회를 주문하는 호소문 두 차례, 그리고 인권위 직원 부상에 관한 유감 표명을 한 차례 발표한 것이 전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촛불 집회에서 맞는 사람은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기껏 여학생이 군홧발에 맞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해당 전경에게만, 그것도 내용조차 알 수 없는 징계를 내린 것이 전부"라고 질타했다.
  
  오창익 국장은 "국가에 절망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인권위는 지난 두 달 동안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상 아무 활동을 안 했다"며 "심지어 직원이 폭행을 당했는데도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가 스스로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며 "직무유기이자 책임방기를 하는 인권위에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날 진정인들과의 면담에서 "인권지킴이단이 현장에서 계속 활동을 하고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며 "누가 봐도 명백한 인권 침해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해 오는 11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서 직권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0조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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