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감염 물질이 미국의 식품 공급 체계에 진입해서 인간광우병으로 귀결될 위험이, 비록 경미하더라도, 있다는 것은 미 농무부는 인정한다 (…) 규정 제정 과정에 공중을 참여시켜, 미 농무부가 월령에 관계없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 허용한다는 중요 조치의 모든 측면을 사려 깊고 공정하게 꼭 살피도록 할 때, 공익을 증진할 수 있다."
(Defendants acknowledge that there is a risk, however slight, that BSE-infected tissue would reach the human food chain in the United States and lead to vCJD (…) The public interest will be furthered by allowing public participation in the rulemaking process to ensure the USDA carefully and fairly considers all aspects of the importation decision to allow importation of beef from Canadian cattle of any age.)
나는 저 먼 나라의 이방인인 로렌스 판사의 판결문 안에 오늘 한국인이 겪고 있는 좌절과 분노의 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공익을 증진시킨다. 한국이 비준한 유엔인권협약도 공공 의사결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5년 12월에, <미국산 쇠고기 가축위생조건>을 제정하면서,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와 프리온 위원회의 수차례 전문가 회의와 많은 연구 보고서들, 그리고 지방 순회 설명회 등에 기초하였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의 홈페이지에 가면, 당시 회의의 회의록과 자료들을 모두 볼 수 있다.(www.fsc.go.jp )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아래 표의 왼쪽이다. 이를 오른쪽의 한국의 것과 비교해 보자. 이 차이는 왜 생겼을까? 나는 로렌스 판사의 판결문처럼 대중의 규범 제정 참여권 보장 여부가 핵심적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대조적인 두 기준이 물론 영원불변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드러난 기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기준에 이르는 과정이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읽고만 오지 말고, 일본이 어떠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검역 기준을 정했는지도 보고 오기를 기대한다.
쇠고기 추가 협상을 발표하던 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외교통상부와 농림부에 위와 같은 한국의 검역조건이 한국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건강에 미칠 영향평가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최소한 그런 과학적 연구는 해 놓고 위와 같은 검역 기준을 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변의 기대는 좌절되었다. 어쩌면 그런 보고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쇠고기 문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인간의 기본적 자기 결정권의 문제이다. 로렌스 판사의 판결문이 시사하듯이, 누구나 자신과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줄 정책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나는 이런 상식을 대통령께서 일본에서 배워 오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소통의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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