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유인촌, 넌 누구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유인촌, 넌 누구냐?"

[기자의눈] '촛불' 때문에 관광 줄어 애 탄다는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6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0.45% 줄은 것은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장관회의에 참석한 중국과 일본의 관리들이 한국에 가도 괜찮으냐고 묻더라"며 "촛불 집회가 한국 관광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관광객, 촛불 집회 가서 사진 찍던데…"

그의 말이 보도되자 곧 일제히 누리꾼의 반박이 쏟아져 나왔다. 주요 근거는 유 장관이 인용했던 바로 그 자료였다. 지난 7일 문화부 홈페이지에도 게시된 '2008 상반기 관광 출입국 및 수지 분석과 전망' 보고서는 "국제적인 고유가로 인한 항공료 인상과, 국내물가 상승으로 인한 음식·숙박 등 관광 가격의 상승으로 외래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2008년 5월 유가가 2006년 대비 97% 인상되고, 유류할증료가 대폭 인상됐다는 통계치도 덧붙였다.

사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올해 상반기 관광객 입국이 작년보다 약 8.4% 증가했다"는 자화자찬식 평가였다. 보고서는 새 정부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 및 규제 완화 대책, 관광업계 자체적인 경영 개선 노력 등 서비스 제고를 요인으로 꼽았다. 이뿐만 아니라 상반기 내국인 출국이 2007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돼 관광수지 적자가 줄었다는 사실도 함께 나와있다.

누리꾼은 이 같은 통계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속속 반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누리꾼은 "6월 한국인 출국자 수가 지난해 6월에 견줘 5.74%나 줄어든 것도 촛불 집회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하지 않나"라며 "나도 외국 출장 2번 갈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촛불 집회 참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여행사 근무 7년째"라며 "촛불 집회 때문에 일정이 취소된 단체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한창 집회할 때 그곳에 가서 기념 사진 찍고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관광 신경쓰는 장관, '수장' 위기 처한 문화재는 왜 아무 말 없나

유인촌 장관의 발언과 논란을 보면서 기자는 '관광'과 연관된 이 정부의 또 다른 사업이 떠올랐다. 유인촌 장관이 한때 홍보대사로 나서기도 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지난 1월, 문화부는 "한반도대운하의 문화적 물길을 복원해 세계적 수준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관광 운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석상에서였다. 그러나 운하를 '관광 자원'으로 만들겠다던 문화부의 '야심'은 곧 문화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것은 운하 때문에 수장되는 문화재였다.

문화재청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한반도 대운하 예정구간의 지정문화재는 118곳이며, 기본적으로 발굴조사를 해야하는 매장 문화재는 235곳이다. 한반도 대운하 예정지에 분포된 문화재가 최소한 350곳이 넘는 것이다. 이외에도 수백에서 수천 곳에 이르는 문화재가 운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도 있다. 만약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이들 문화재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이 진행된다면, 그 기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발굴에만 수십 년~수백 년이 걸릴 문화재로 인해 대운하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높게 일자 정부는 다른 '꼼수'를 내놓았다. 지난 4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문화재청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화재 조사 제도 개선 방안'이다.

여기에는 현재 140일 가량이 소요되는 문화재 조사 및 처리 절차를 대폭 개선해 금년 내로 40일로 단축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불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지리정보시스템(GIS)가 구축된 지역은 지표조사를 생략한다는 방안도 덧붙였다. 당장 고고학계가 "건설업계의 부담 완화와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빌미로 유적 조사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문화재의 파괴나 다름없는 야만적인 발상"이라고 질타한 것은 물론이다.

문화부 장관인가, 홍보부 장관인가?

기자는 묻고 싶다. '촛불'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든다고 신경쓰는 유인촌 장관은 '관광 자원'의 핵심인 문화재 수천 개가 수장된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한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 문화부 장관이 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도 자신있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자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름을 걸고 국민에게 제안할 건가.

유인촌 장관은 이제 자신의 정체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당신은 문화부 장관인가? 홍보부 장관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