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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사이를 떠도는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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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사이를 떠도는 괴담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66> 괴담 같은 진담

이른 바 '괴담'이 유행이다.
  
  한때 미국산 쇠고기에 관하여 청와대와 정부에서 쇠고기괴담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요즘 가만 보니 오히려 청와대-정부와 함께 검찰과 경찰 등에서 열심히 괴담을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촛불집회에 친북좌파단체가 배후라거나, 전형적인 소비자의 권리행사에 속하는 불매운동을 하였다고 누리꾼들을 출국금지시켰다든가, 집회 안내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고 구속하려 했는데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다는 등의 내용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데, 민주주의 정부아래에서 군사파쇼정권인 전두환-노태우-박정희 유신 정권시절에서나 자행되던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겠는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니 위의 내용은 괴담임이 분명하리라.
  
  그런데 이런 종류의 괴담 말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정말 '괴담' 수준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특별히 뭔 일이 있는 것은 아닌데 가끔 단체로 전화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파키스탄인-몽골인-아프리카 대륙 국가 출신들인데 그중에는 우리 단체를 찾아와서 안면을 튼 이들도 있고 직접 면대하지는 않고 그저 전화만 몇 번 해서 전화로 안면을 튼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이 전화할 때면 신기하게 비슷한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전화를 한다.
  
  이들이 전화를 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전해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전화를 받는 우리들이 언제나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물어보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그 무언가'는 언제나 '불법체류자에게 비자를 준다는데'라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서 들은 무언가'는 언제나 허위였는데, 그것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금세 실망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좀처럼 믿기지 않는지 두세 번 확인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경우 '그런 것 없다'고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이 나오는데 심지어는 'TV에서 봤다고 한국 사람들이 그러더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가만히 따져보면 엉뚱한 내용을 비자를 준다는 것으로 연결하기 일쑤다. 그러니 '그 무언가'는 정말 괴담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단속에 관하여 사실 확인을 하려 드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워낙 정부기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런 문의가 덜한데 예전에는 '언제부터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의 합동단속이 시작된다는데'라면서 확인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불법체류자에게 비자 준대'라는 괴담은 허위인데 '언제부터 합동단속이 시작된대' 라는 괴담은 내 기억으로는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진담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부기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가장 중차대한 정보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들을 마련해놓았을 것 같기는 하다.
  
  한편,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도 괴담은 있다. 이들에게는 이들의 상황에 맞는 괴담들이 떠도는데, 예를 들면 사업장 변경 횟수라든가 3년간 취업하였다가 귀국한 후 한 달 지나면 다시 재입국할 수 있다든가 등 주로 한국 체류기간과 사업장 옮기는 조건들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들 합법체류 이주노동자들 사이를 떠도는 괴담은 절반은 괴담이고 절반은 괴담 같은 진담이었다. 즉 처음에는 괴담같이 떠돌지만 머지않아 진담으로 되는 것도 있었다.
  
  자고로 괴담은 사회가 불안정할 때 떠돌게 마련이니,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괴담이 떠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한국사회야 당분간 이런저런 일로 시끄러울 것이 분명하고 그 와중에 '이른바 괴담(혹은 괴담 같은 진담)'들도 끊이지 않을 텐데, 한국사회가 안정되든 아니든 무관하게 불안한 위치를 벗어나기 힘든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에게 괴담이 걷힐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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