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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부끄러워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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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부끄러워하는 그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누가 한국의 수치인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했다. 정부에서는 최고의 의전으로 그를 맞았다. "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는 국제사회 조롱거리"라고 했던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데 반기문 사무총장의 직설적 발언이 많은 사람들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 맞추는 한국, 솔직히 창피하다"고 계속 말했다. 요컨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는 일본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촛불 집회를 떠올렸다. 두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광우병 강요 정책'에 맞서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은 사실상 '광우병 강요 정책'이다. '러시안 룰렛'과 비슷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이 정책이야말로 국제사회에 창피한 한국의 문제를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식수원인 강을 모조리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겠다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함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 나라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국민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결국 '악어의 눈물'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정책은 그냥 강행되고 있으며, '한반도 대운하' 정책도 결코 폐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의 감정으로 촛불을 계속 들고 있다. 그리고 종교인까지 나서서 촛불의 뜻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종교인이 자리를 떠나자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반민주적 원천 봉쇄에 나섰다. 그런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는 경제 살리기 횃불을 높이 들 때"라고 말했다. 우습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촛불을 끄려는 꼼수로 '경제위기'를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 살리기'를 빙자한 '경제 죽이기'가 진행되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아주 잘 나갔다. 무능해서 부패하는 수구 보수 세력이 초래한 'IMF 사태'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새로운 성장의 기반 위에 올려놓은 것은 진보 개혁 세력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토건국가의 확대 재생산, 신자유주의의 강화, 양극화의 확대라는 대가를 치르고 이루어진 성과였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경제의 개혁을 외친 진보 개혁 세력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무조건 성장을 내세운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어차피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성장의 혜택이나 보자는 현실적 판단이 널리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이 점을 잘 포착했다. 이명박 세력은 강만수 경제부총리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747공약'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 공약은 사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공약'(空約)이었다. 잘 알다시피 '공약'(空約)은 헛된 약속이며 거짓 약속이다. 아마도 '747공약'은 그 대표적인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강만수 경제부총리는 이 터무니없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재벌 중심의 정책을 터무니없이 강화했다. 세계 시장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인위적 고환율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책으로 10조 원 이상의 돈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소진되었으며 국민들은 유례없는 고유가와 고물가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마추어리즘의 극치? '재활용' 정부에 의한 'IMF 사태'의 재현? 터무니없는 '747공약'을 위한 '경제 때려눕히기'? 무엇이라고 부르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응이 더 황당하다. 내각을 개편한다면서 경제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강만수 경제부총리는 유임한 것이다. 직속부하인 차관만 경질하다니, 정말 웃기는 '꼬리 자르기'가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촛불을 끄기 위한 꼼수로 경제 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사실로 확인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강만수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킬 수 있는가?
▲지난 5일 약 50만 명(시민단체 추산)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프레시안

지난 5일, 서울에는 다시 5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국제사회에 창피한 '광우병 강요 정책'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은 한심하게도 겨우 5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해서 다시 한번 그 능력과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G8 회의에 참가해서 촛불 집회 때문에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엉터리 정책을 남발해서 국민들을 죽음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경제를 파탄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는 터무니없게도 잘못의 시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탓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잘못의 시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사탄의 무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기문 사무총장은 한국을 떠나면서 국민들이 촛불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발언은 정부의 잘못을 그저 옹호하는 발언이고, 그러므로 국제사회에 창피한 발언이 아닌가? 생명에 대한 위협이 전혀 제거되지 않았으니 촛불은 꺼질 수 없다. 추가 협상도, 원산지 단속도, 모두 '거짓'일 뿐이다. 어떤 회유, 협박, 그리고 폭력으로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의 불법 폭력에 대해 앰네스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잘못된 정책을 지키는 방패와 곤봉이 됨으로써 경찰은 또 다시 이 나라를 국제사회에 창피한 나라로 만들었다.

경찰의 불법 폭력으로 오른팔이 부러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한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의 외침이 귓가에 쟁쟁하다. "촛불을 밝혀서 승리하는 국민이 됩시다!" 촛불 집회는 국제사회에 창피한 한국을 국제사회에 자랑스러운 한국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의 절박한 노력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촛불의 뜻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이 나라를 창피한 한국에서 아예 파국의 한국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먼저 부당하게 가해지는 생명의 위협을 해소해야 한다.

촛불만이 희망이다. 촛불을 밝혀서 반드시 승리하는 국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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