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작으로 일찌감치 수입됐지만 그간 배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패스트푸드 네이션>이 연일 계속되는 쇠고기 정국 속에서 드디어 개봉일을 잡았다. 미국의 햄버거용 쇠고기를 둘러싼 정치 역학적 관계를 신랄하게 짚어내는 영화다.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광우병과 미국 쇠고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 있어 많은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다.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플래닛 테러>가 드디어 이번 주에 개봉한다. 상대적으로 점잖은 퀜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가 작년에 개봉하고서도 폭력 표현수위와 흥행성 등의 문제 때문에 한동안 개봉 여부가 불투명했던 작품. 함께 개봉하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크로우즈 제로> 역시 스타일리쉬한 '싸움씬'을 보여주는 화제작이다.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학원폭력물'이 '판타지'이자 훌륭한 성장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특히 액션씬의 묘사는 미이케 다카시다운 감각적이고 솜씨좋은 연출로 그려지고 있다. 조금 더 서정적인 드라마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라벤더의 연인들>과 <브로큰 잉글리쉬>를 주목해볼 만하다. 섬세한 여성심리를 다루면서도 품위와 위트, 재치와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있는 아주 사랑스러운 영화들이다.
. | 패스트푸드 네이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그렉 키니어, 애슐리 존슨 |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햄버거 '빅원'에서 소똥이 나왔다는 정보에 따라 홍보이사인 돈(그렉 키니어)은 도축장 점검에 나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도축장에 관한 무성한 악소문들을 들려준다. 햄버거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앰버(애슐리 존슨)는 어느 날 환경운동에 투신중인 친구들을 만나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한편 멕시코에서 목숨을 걸고 불법이주한 이들은 도축장에서 위험하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 노동을 하게 된다. 미국 햄버거 쇠고기를 둘러싸고 도축장 위생문제부터 불법이민, 노동착취까지 정치, 사회적 문제를 깊이있게, 그러나 유머를 잃지 않으며 통찰한다. 브루스 윌리스, 에단 호크, 카타리나 산티노 모레나, 패트리샤 아퀘트, 가수인 에이브릴 라빈 등이 출연한다.
. | 플래닛 테러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주연 로즈 맥고완, 프레디 로드리게즈 |
평화롭던 플래닛에 변종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면서 주민들이 급속히 좀비로 변한다. 고고댄서인 '체리 달링'은 좀비에게 물린 뒤 다리 한쪽을 잘라내고, 오래 전 헤어졌다가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 엘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권위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다코타(말리 셸튼) 등과 함께 좀비에 맞서게 된다. 작년에 개봉한 퀜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와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B급 호러영화의 전통을 매우 잘 살리는 한편 의도적인 프레임 소실과 필름 소각 등을 흉내낸 장면들이 눈에 띈다. 브루스 윌리스, 마이클 빈, 조쉬 브롤린 등도 출연하며, 퀜틴 타란티노가 카메오로 등장한다. 영화 맨 앞에 붙어있는 가짜 예고편 '마쉐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 | 크로우즈 제로 감독 미이케 다카시 주연 오구리 슌, 야마다 타카유키 |
사고뭉치 문제아들만 모여있는 스즈란 고교에 겐지(오구리 슌)가 전학온다. 스즈란 고교를 재패하고 1인자가 되어 야쿠자인 아버지로부터 조직을 물려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군웅이 할거하는 스즈란 고교에서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세력다툼은 매우 치열한 상황. 겐지는 학내에서 최강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세리자와(야마다 타카유키)에게 대항하기 위해 다른 실력자들과 연합 전선을 펴며 세력을 형성해 나간다. 일본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다카하시 히로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학원폭력물을 '성장영화'의 틀로 풀어내며 스타일리쉬한 액션씬을 선보인다.
. | 브로큰 잉글리쉬 감독 조 R. 카사베츠 주연 파커 포시, 멜빌 푸포 |
호텔 서비스팀의 팀장으로 일하는 노라(파커 포시)는 안정적인 직업에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절친한 친구도 있지만 연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실패와 사고를 거듭한다. 어느 날 동료의 파티에 갔다가 프랑스인 줄리앙(멜빌 푸포)을 만난다. 줄리앙은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노라는 그에게 끌리면서도 연애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에 자꾸 주춤거린다. 줄리앙이 고향으로 떠난 뒤 노라는 줄리앙을 찾아 파리로 여행갈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독립영화의 대부 존 카사베츠 감독의 막내딸인 조 카사베츠의 영화로, 지나 롤랜즈가 노라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사랑에 서툰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위트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 | 핸콕 감독 피터 버그 주연 윌 스미스, 샤를리즈 테론, 제이슨 베이트먼 |
초인적인 힘을 가진 핸콕(윌 스미스)은 사교적이지 못하고 LA에서 각종 사건과 위험을 해결하는 슈퍼히어로긴 하지만 성격이 까칠하고 불친절하며 해결 과정에서 너무 많은 민폐를 끼치는 바람에 오히려 사람들의 원성의 대상이다. 우연히 그의 도움을 받고 목숨을 구한 홍보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는 보답으로 그의 이미지 변신 프로젝트에 나선다. 한편 핸콕은 레이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와 만나며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꼬인 성격의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나가지 못한 채 아이디어의 한계에 갇혀있는 듯하다. 뒤이은 '반전'이라 할 만한 이야기도 기발하기는 하지만 '이야기'로 재미있게 발전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 | 카운터페이터 감독 스테판 루조비츠키 주연 칼 마르코비치, 오거스트 딜 |
나치가 정권을 잡고 유태인의 박해를 강화해가던 시절, '위조의 달인' 살로몬 역시 체포돼 특수 수용소에 보내진 뒤 나치가 비밀리에 주도하던 위조지폐 제작 프로젝트인 '베른하트 작전'에 투입된다. 진짜와 구별 안되는 정교한 파운드화 위조에 성공한 살로몬과 그의 팀은 곧 달러를 위조하는 임무에 돌입한다. 그러나 반나치 투쟁을 벌였던 사회주의자 인쇄공 부르거(오거스트 딜)는 이것이 나치에 협력하는 것이라며 태업을 벌이고, 이들은 명분과 목숨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부르거가 쓴 회고록을 원작으로,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로 옮겼다.
. | 라벤더의 연인들 감독 찰스 댄스 주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다니엘 브뢸 |
영국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평온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던 자넷(매기 스미스)과 우슐라(주디 덴치) 자매는 폭풍우가 친 다음 날 해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청년(다니엘 브뢸)을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보살핀다. 폴란드 출신으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청년은 기억까지 잃은 상태. 그러나 그의 존재는 자매들에게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우슐라는 그에게 가슴이 설레게 된다. 그러나 청년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조금씩 기억을 되찾게 되고, 마을의 젊은 음악애호가와 친해지는 걸 알게 된 우슐라는 모처럼 찾아온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니엘 브뢸을 향해 설레는 마음을 아주 사랑스럽고도 귀엽게 표현해내는 주디 덴치의 연기가 일품이다.
. | 노크 : 낯선 자들의 방문 감독 브라이언 버티노 주연 리브 타일러, 스콧 스피드맨 |
제임스(스콧 스피드맨)와 크리스틴(리브 타일러) 커플은 친구 결혼식의 피로연을 마친 새벽 여름별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새벽 4시에 마스크를 쓴 소녀가 방문한 이후, 그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감시와 함께 계속되는 기괴한 일들을 맞는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별장을 탈출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집안에 갇힌 채 극도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겨지는 집이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으며 졸지에 공포의 장으로 변한다는 설정이 눈에 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