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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 개각? 강만수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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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 개각? 강만수는 안 된다

[김종배의 it] 추락한 '747', '기장'은 책임 없다?

총리 유임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총리 교체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한승수 총리는 그간 한 게 없다. 한 게 없기 때문에 귀책사유 또한 없다. 굳이 책임을 묻자면 실정에 대한 포괄적·도의적 책임일 텐데 그건 총리보다 대통령이 먼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총리 유임을 중하게 보지 않는 첫 번째 이유다.

총리를 교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국정의 일부를 떼어주지 않는 한 누구로 교체하든 국정 쇄신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총리 유임을 중하게 보지 않는 두 번째 이유다.

하지만 장관은 다르다. 부처 행정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대통령이 국정을 틀어쥔다 해도 장관의 몫은 엄연히 존재한다. 더불어 귀책사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엉뚱하다. 내각 개편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애초에 교체대상으로 거론되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그리고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만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 ⓒ연합

쏙 빠졌다. 경제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름은 거론되지 않는다. 예상했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시사한 바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그 때마다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납득시킬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가 없다.

유가가 뛰고 원자재가 뛰는데도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물가 상승에 불을 붙인 당사자가 바로 강만수 장관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고환율 정책을 펴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국민들은 그런 강만수 장관을 보면서 아집과 변명을 발견한다.

기름과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6%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얘기하던 강만수 장관이다. 그랬다가 불과 두 달여 만에 똑같은 대외환경을 이유로 들며 4% 후반으로 내려잡은 그다. 그의 이런 모습에서 국민은 근시안과 무능을 확인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국정 쇄신을 다짐하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까?

득 될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부담만 지는 일이다. 경제정책 기조를 성장에서 안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성장론자를 유임시키면 오해만 산다. 입으로는 '안정'을 말하지만 기회만 되면 다시 무리한 '성장'으로 유턴할 것이라는 의구심만 산다. 더불어 '쇄신'은 '소나기 피하기'로 변색된다.

그래도 좋다. 다 무시할 수 있다. 앞서서 거론한 모든 요인은 논외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강만수 장관이 어제 직접 나서서 경제성장률 4%대 후반, 물가상승률 4.5%를 '선언'하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은 사실상 파기됐다. 대선 승리의 비결이자 대통령의 첫 번째 존재이유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응분의 처신을 해야 한다. 불과 반년 만에 국민의 장밋빛 기대를 잿빛 낙담으로 돌려놓은 데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강만수 장관의 교체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다.

헌데 거꾸로 간다. 강만수 장관 교체는 아득해지고 대통령은 엉뚱한 얘기를 한다.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1, 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역시 '남 탓'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얹자. <조선일보>가 오늘 전한 내용으로, 경제팀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편이다.

기획재정부의 모 국장이 어제 열린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브리핑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4%대 후반'이라는 정부 표현 그대로 써달라고 신신당부 했단다. 계산해보면 4.7%가 되는데, 게다가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적자 등 다른 숫자들은 모두 '내외'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유독 경제성장률만 '후반'이라는 단어를 써달라고 당부했단다.

이유가 뭐였을까? <조선일보>는 이렇게 분석했다.

"정부의 올해 소비자 물가 전망치는 4.5% 내외다. 이는 4.4~4.6% 정도라는 뜻이다. 그런데 성장률 전망치가 4.7% 내외라면 4.6~4.8%가 되고, 물가 상승률과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엇비슷해진다는 말이 된다. 반면 '4%대 후반'이라고 하면 4.7~4.9%가 되니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아진다. 성장률이 죽을 쑤긴 했지만, 적어도 물가상승률은 웃돈다는 얘기가 된다."

<조선일보>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경제의 실상과는 상관없는 '포장 기술'에 온통 신경 쓰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이른바 MB노믹스의 단편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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