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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대통령, 아직 방법은 있소"

[인터뷰] 김성훈 전 농림 장관 "美에 재협의 요청, 광우병 전수검사 요구하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요즘 자신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프레시안>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분석하는 일련의 인터뷰가 나가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조·중·동이 말 그대로 '물어뜯기'를 한 탓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의 인터뷰는 일절 보도를 하지 않다가, 김 본부장의 반박을 이를 그대로 되뇌고, 사설, 칼럼을 동원해 김 전 장관을 비방했다.

(☞관련 기사 : "'추가 협상', 김종훈이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고 있다", "QSA? 어디서 '품' 마크 같은 걸 가지고 와서…")

이런 상황에서도 김성훈 전 장관은 한 번 더 최근의 어려운 사태를 극복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김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내내 '식물 대통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전 장관은 "유일한 해법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쇠고기 문제를 원점에서 해결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의를 수용할 수 없다면 다시 한 번 더 재협의를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재협의 때는 미국에 대해 공격적으로 한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쇠고기의 광우병 전수 검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훈 전 장관은 "최근 미국의 수출업체와 소비자단체가 쇠고기 광우병 전수 검사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의 광우병 전수 검사를 요구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일 진행된 김성훈 전 장관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

"이명박 대통령, 다시 미국에 재협의 요청하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연합뉴스

- <프레시안>에 인터뷰가 나간 후 고생이 많았다.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다. (그들이) 짖는다고 똑같이 대응하면 나도 같은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국의 보수 언론이라는 데가 얼마나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런 언론에 대통령이 의존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 어제(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나서면서 촛불 집회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금 분위기로는 시민들이 절대로 촛불을 내려놓지 않을 것 같다.

"당연하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60% 이상이 김종훈 본부장이 했다는 '추가 협상'의 결과가 신통치 않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여전히 20%대 바닥이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국정 수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남은 임기 4년 8개월 동안 '식물 대통령'으로 지낼 것 같은데…."

- 이명박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에도 비극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나도 걱정이 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풀 수밖에 없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그 원인을 따져보라고 했다. 지금의 사태는 국민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미국산 쇠고기를 성급하게 들여오려는 데서 시작했다. 결국 쇠고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쇠고기 문제를 풀지 않고는 이명박 정부도 미국도 이익을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앞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뭘 하든지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기고 싶을 텐데, 현재로서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상태라면 쇠고기를 한국에 팔아서 원하는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당장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더 큰 손해도 있다. 쇠고기 좀 팔아보겠다고 무리를 했다가 그보다 훨씬 더 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손실을 입었다. 한국 국민은 결코 미국 때문에 입은 상처를 잊지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쇠고기 문제를 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여러 차례 강조해왔듯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한미 간에 합의한 것은 '협의(Consultation)'이지 양국 간 '조약(Treaty)', '협정(Agreement)', '협약(Convention)'이 아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90% 가까이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근거로 처음에 거부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간단한 해결책을 선택하지 못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관료들이 '통상 보복' 운운하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고,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은 선택지 중 하나로 이런 명쾌한 해결책을 고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앞으로 이번 쇠고기 협의를 둘러싼 '대국민 기만극'의 전모가 드러났을 때,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회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두 차례에 걸쳐 협의를 요청했고, 미국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성과는 보잘 것 없었지만…. 특히 미국산 수입 위생 조건을 고시한 후에 미국 측 협상 대표가 서명한 편지를 받기로 한 김종훈 본부장의 추가 협의는 세계 외교사에 전무후무한 굴욕으로 남을 것이다.

자, 미국에 한 번 더 협의를 요청하라. 꺼지지 않은 촛불과 미국산 쇠고기 국내 유통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면 미국이 받아들일 것이다. 원래 '협의'라는 게 양측의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싸늘한 한국의 민심을 확인하고 갔으니까 더 쉬울 것이다."

"수출 쇠고기 광우병 전수 검사를 요구하라"

- 지금 미국 정부에 뭘 요구해야 하는가?

"바로 한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비용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보증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수출업체와 한국의 수입업체가 반반씩 나눠서 부담을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모든 잡음은 깔끔하게 해결된다."

- 미국 정부가 그걸 받아들일까?

"미국 정부가 그간 해온 말대로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해왔다. 그렇다면 만약 쇠고기를 더 파는 데 광우병 전수 검사가 도움이 된다면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는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하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도 팔 수 있다.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 1두당 20달러 수준이다. 소 1두당 300㎏이 나오니까 1㎏당 10센트도 안 된다. 만약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해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한다면 당장 기대한 대로 약 10억 달러(약 1조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10억 달러는커녕 2~3억 달러도 못 벌어들이는 데 말이다."

- 잘 알다시피 미국 정부는 민간 업체가 자진해서 전수 검사를 하는 것도 막고 있다.

"그렇다.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크릭스톤팜스'가 전수 검사를 하려고 하자 미국 정부는 이를 막았다. 바로 이런 게 앞으로 미국과의 협의 때 우리가 공격해야 할 지점이다.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수출업체가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하려는데, 왜 미국 정부가 그걸 막느냐, 오히려 권장은 못할망정.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자신 없는 건가, 이렇게 말이다.

더구나 이렇게 민간 업체가 자진해서 전수 검사를 요구하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에 '당신의 수출업체도 전수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할 근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미국소비자연맹의 마이클 한센 씨가 <뉴욕타임스>에 쇠고기 전수 검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LA타임스> 등 언론도 전수 검사를 압박하고 있다. (☞관련 기사 : "美 농무부의 미친 짓"…그걸 믿겠다는 한국 정부", "美 농무부 정신 차려라"…美 언론들, 줄줄이 비난)

이런 상황을 한국 정부가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전수 검사가 논란이 되면 미국의 수출업체 중 일부는 크릭스톤팜스처럼 광우병 전수 검사를 환영하고 나올 것이다. 특히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일수록 그렇게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소비자 단체도 동조를 하면 미국 정부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전수 검사 요구 무리하지 않다"

- 또 다른 중요한 난점이 있다. 일본이 자국 내에서 모든 도축 소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만 전수 검사를 하라는 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선 유럽, 일본의 경우에는 광우병 발생 국가다. 한국은 아직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다. 사실 광우병이 발생한 일본보다도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는 한국의 쇠고기 수입 위생 기준이 더 낮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쇠고기 협의를 책임 진 김종훈 본부장 등은 자리를 내놓아야 할 일이다.

한 때 한국으로 영국산 동물성 사료가 들어온 기록이 있다는 걸 근거 삼아서 한국도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영국산 동물성 사료가 들어온 적은 있다. 그런데 그 때 들어온 동물성 사료가 실제로 축산용으로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당시에는 동물성 사료보다 훨씬 싼 대두박 사료가 널리 쓰였다.

단백질을 보충할 목적으로 쓰이는 싼 대두박 사료가 있는데 가격이 비싼 동물성 사료를 쓸 까닭이 없다. 이 사실은 한국사료협회에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당시 수입한 동물성 사료는 도자기 공장에서 '본차이나' 제조에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미국과 한국을 같은 선상에 놓고 전수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종훈 본부장 협상 실패 책임 물어 경질해야"

-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시도를 할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실효성 있는 쇠고기 협의를 하는 것 말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위기 국면을 탈출할 출구가 없다. 우선 자신의 자리에만 연연하는 김종훈 본부장 같은 통상 관료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쇠고기 협의의 책임을 물어 경질돼도 진즉에 경질돼야 할 사람이 계속 대통령 옆에서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는 이 나라에 큰 불행이다. 오죽하면 내일모레 일흔이 되는 내가 나서서 만신창이가 되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제발 이런 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뭔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 결단을 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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