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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의 '우둔한 결정'이 불러온 '정치적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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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의 '우둔한 결정'이 불러온 '정치적 재앙'

<고성국의 정치분석ㆍ51> '상황적 위기'를 넘어 '구조적 위기'로

지난 주말 광화문과 시청 거리는 "전쟁터" 같았다고 한다. 언론의 과장법을 감안하더라도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강력하고도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물리적 충돌과 연행, 그리고 부상을 수반한 "거리의 정치"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재현된 것이 아마도 10여년만의 일이 아닌가 싶은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들 간에 넘기 어려운 간극이 가로놓여 있다는 또 하나의 현실이 가슴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주류 언론과 대다수 보수 세력의 시각은 "촛불집회는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이를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들과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불법 폭력행위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제는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반면 야당과 대다수 촛불집회 참가자들, 그리고 비판 언론과 개혁 진보 세력의 시각은 "촛불집회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행동이며 극소수 폭력 시위자들의 일탈행동보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폭력·과잉진압이므로 정부의 공안적 법집행에 동의할 수 없으며 촛불집회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 ⓒ프레시안

양측의 시각을 기계적으로 균형잡을 생각은 없다. 이른바 "양비론"으로 사태의 핵심을 뭉뚱그려 섞어놓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 가지 이 시점에서 짚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렇듯 완강하고 극단적인 대립이 과연 불가피했던 것인지, 따라서 지금의 전면적 대립구도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해법의 여지는 처음부터 없었는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만약 이러한 대립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좀 더 현명한 해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 내 책임 있는 몇 사람의 "우둔한 결정" 때문에 지금과 같은 완강하고 극단적인 대립구도가 조성된 것이라면, 이야말로 "우둔한 정치"가 가져온 정치적 재앙 탓에 나라와 국민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0여년 만에 나타난 '거리의 정치'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기계적으로 10여 년 전 군부권위주의 정권 때의 정치위기와 동일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 유명한 '깔때기 이론'이 말해주는 것처럼 군부권위주의 정권 때의 정치위기란 정권도 정치지도자들도 어쩔 수 없이 악순환구조에 함몰되는 구조적인 정치위기였던 반면에, 지금의 위기상황은 위로는 대통령부터 장관이나 한나라당 의원 또는 몇몇의 특출한 보수논객의 노력만으로도 악순환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위기구조 즉 연성적 위기, 상황적 위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위기상황은 피해갈 수 있는 길이 무수히 많은 위기상황이고, 그 길들은 위기상황이 매우 심화된 지금까지도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지금이라도 쇠고기 재협상을 하면 해소될 위기이고, 통합민주당과 가축법 개정에 합의해 국회개원을 하기만 해도 위기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는 낮출 수 있는 위기라는 말이다.

문제는 연성적, 상황적 위기라는 현 위기의 성격이 지난 주말의 강경진압을 거치면서 점차 경성적 위기, 구조적 위기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지금의 위기가 과정관리의 실패로 인해 일시적으로 조성된 상황적 위기라 하더라도,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과정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그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둔한 결정"이 또 한 번 되풀이 되고, 그 "우둔한 결정"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위기는 곧바로 "깔때기의 끝"과 같은 구조적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백척간두"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신공안 정국과 정치력을 통한 정국수습이라는 갈림길에 서있는 대통령과 정부의 지친 뒷모습이 참으로 보기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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