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끈질긴 집회 방해, 오히려 더 많은 시민 불렀다
경찰은 이날 오후 내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전경 버스로 둘러싸고, 집회에 쓰일 무대 차량의 이동을 막는 등 촛불 집회 개최 자체를 막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서인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는 다른 주말에 비해 적은 인원이 모였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의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경찰이 최근 물대포에 최루액과 형광물질을 섞어서 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강경 진압을 시사한 게 오히려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설명이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경찰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때 시위 참가자 수가 줄어든다면, 정부와 경찰에게 시민의 반발은 힘으로 누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라는 공감대가 시민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경찰은 시민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두 건물을 차로 애워쌌으며, 서울시의회 쪽으로 앞당겨 저지선을 쳤다.
"살수차로 목욕하러 왔다"…"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결국 국민이 이긴다"
이날 집회에는 최근 경찰에 강제 연행됐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발언에서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규제 완화 정책이 서민 생활을 파탄으로 몰아간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아이들의 잠을 빼앗고 부모들을 사교육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잠시 말을 멈추자,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가한 부모들이 박수를 쳤다. 이어 이 의원은 최근 강경진압을 주도하고, 대책회의 관계자들을 구속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겨냥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강경 탄압한 총장을 파면하고 구속해야 한다"라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결국 국민이 이긴다"라고 외쳤다.
이어 김광일 대책회의 행진팀장은 무대에 섰다. 김 팀장은 경찰청이 체포영창을 발부받은 8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김 팀장은 "대책회의 관계자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강경 진압이 우리 행진을 막을 수 없다"라고 외쳤다.
저녁 8시 넘어 소화기, 물대포 발사 시작
이어 무대에 선 시민들은 더욱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고등학생, 유모차를 몰고온 부모 등이 무대에 섰다. 등에 "살수차로 목욕하러 왔다"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걸고 나온 한 시민은 "아이 셋을 데리고, 촛불을 지키러 충청북도에서 서울까지왔다. 함께 유모차를 몰고 온 분 중에는 임신한 어머니도 있다. 저는 주말마다 오는 데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오전에 집에 간다. 어제 미국에서 SRM이 발견돼서 전부 리콜한다는 데, 광우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에게 대통령은 최루액을 섞어서 쏘아댄다고 한다. 촛불로 막아내자"라고 말했다.
한편, 범국민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날 저녁 8시 15분께 경찰이 시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찰과 시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서울 프레스센터 근처는 혼잡을 빚고 있다.
경찰은 또 오후 8시 50분부터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고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프레시안> 촛불집회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는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경찰 쪽에서 날아온 아스팔트 조각에 정강이를 맞았다"라며 아스팔트 덩어리를 화면으로 보여줬다.
또한 경찰은 광화문역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150여명의 시민들에게 "촛불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경고방송을 한 뒤 시민들을 인도 위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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