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이 오는 3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미사와 비상시국회의를 연다.
지난해 삼성 비리 의혹을 공론화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제단은 최근 촛불 시위 국면에서 계속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촛불을 든 시민과 함께 거리에 서겠다고 밝힌 셈. 이런 입장은 경찰이 최루액과 경찰 타격대를 동원하는 '80년대 식 강경진압'을 공언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관련 기사: 경찰 "물대포에 형광색소ㆍ최루액 섞겠다"…"시위대 집까지 쫓아가 붙잡겠다")
사제단은 27일 시국미사 및 비상시국회의 일정을 공지하며 "정부가 드디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고시를 6월 26일자로 관보에 게재했다. "이로써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가주권과 자존감의 회복을 요구하던 국민의 염원은 철저히 짓밟혔다"고 밝혔다. (☞사제단 공지사항 보기)
이어 사제단은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오늘까지 의견표명과 행동을 하지 않고 지냈다"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절제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제단은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사제단은 이런 내용을 전국의 가톨릭 신부, 수녀, 수도자에게 알렸다. 사제단은 30일 미사에 참석한 성직자 및 신자들과 함께 향후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제단은 지난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진상을 공개해서 '6월 항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21년 전, 전두환 군사정권의 항복 선언을 끌어냈던 사제단이 2008년 초여름 촛불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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