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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개선 없는 독립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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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지배구조 개선 없는 독립경영?"

경제개혁연대 "삼성, 장고 끝에 악수 뒀다"

삼성그룹이 지난 4월 25일 내놓은 경영쇄신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25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그룹 경영을 조율하는 사령탑'이라는 평가와 '총수 일가를 위한 친위대'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아왔던 삼성 전략기획실이 해체된다. 이에 따른 공백은 사장단협의회 및 그 산하에 신설되는 기구인 투자조정위원회, 브랜드 관리위원회 등이 메우게 된다. 삼성 측은 이날 지난 5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회장-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비서실)-계열사'의 삼각편대 그룹경영방식을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순환출자구조 개선 등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이건희 전 회장 가족을 정점에 둔 지배·승계구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날 발표 내용은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그룹 총수가 되기 전까지의 과도기를 관리하기 위한 진용을 짠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일가의 지배·승계구조와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가 공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힘 실리는 '사장단협의회'…삼성전자ㆍ삼성생명이 주도할 듯

이날 발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사장단협의회를 가동하며 계열사 업무조정을 위해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

오는 7월2일 첫 회의를 갖는 사장단협의회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주재한다. 이수빈 회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의 순으로 역할을 대행한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가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기존의 삼성사장단 회의는 가벼운 분위기에서 경영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신설되는 사장단협의회는 무게가 다르다. 신사업 추진과 유사·중복 사업에 대한 투자 조정, 삼성 브랜드 관리 등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갖게 된다.

그룹 사령탑, 규모 줄이고 이름 바꿨다…'전략기획실' 어두운 이미지 지워질까?

이에 따라 전략기획실 소속 인원도 대부분 계열사로 흩어지게 된다. 이순동 사장은 제일기획, 장충기 부사장은 삼성물산, 최광해 부사장은 삼성전자, 최주현 부사장은 삼성코닝정밀유리, 윤순봉 부사장은 삼성물산으로 각각 재배치 된다.

신사업 추진과 유사·중복 사업에 대한 투자 조정을 담당하는 투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그리고 삼성SDI 김순택, 삼성중공업 김징완, 삼성생명 이수창, 삼성물산 이상대, 삼성전자 임형규, 삼성토탈 고홍식 사장 등 6명의 사장단이 위원으로 참가한다.

삼성 브랜드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리를 담당하는 브랜드관리위원회는 제일기획 이순동 사장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삼성SDS 김인, 삼성전자 최지성, 삼성물산 지성하, 제일기획 김낙회,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등 5명 사장단이 위원으로 참가한다.

그룹을 총괄하는 사장단협의회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보조하고 지원하는 기구가 필요해졌다.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대외적인 창구 역할을 담당한 업무지원실이 그 역할을 맡는다. 사장단협의회 업무지원실장은 김종중 전무가 맡기로 했다. 업무지원실에서 김태호 전무가 홍보를 담당하고, 다른 대외업무는 김완표 상무가 담당한다.

전략기획실의 기능은 규모가 줄고 이름만 바뀐 채 대부분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 전략기획실에 제기됐던 부정적인 평가를 씻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건희, 완전 퇴진…이학수ㆍ김인주는 삼성전자 고문ㆍ상담역으로

두 번째는 지난 1987년 12월부터 21년 가까이 삼성 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이건희 씨의 거취 문제다. 그는 지난 4월28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및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뒤 일반사원 신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 측은 그가 오는 7월1일부터 사원 신분마저 버리고 완전히 퇴진한다고 밝혔다. '전(前)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대주주로 남게 된다는 것.

또 이건희 일가의 가신(家臣)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전략지원팀장(사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오는 7월1일부터 각각 삼성전자 고문과 상담역을 맡기로 했다.

이들은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 승계 구도를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통해 드러난 삼성 비리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삼성전자 고문과 상담역을 맡게 된 이들이 이재용 전무가 그룹 총수가 되기까지의 과도기 동안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도 주목된다.

삼성의 지배·승계 구조 개선은 유보…"문제의 핵심은 그대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세 번째다. 삼성 측은 이날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방안은 4∼5년 정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이 지난 4월 전략기획실 해체와 이건희 회장 퇴임 등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불법 로비,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등 다양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삼성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던 전문가들은 이런 의혹이 대부분 삼성의 지배·승계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이건희 일가가 갖고 있는 지분으로는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계열사들을 장악해야 하는 이건희 일가는 편법을 동원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무리가 따랐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리가 저질러졌다. 그리고 삼성 전략기획실은 이런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안전하게 넘겨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방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현행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불법 로비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은 대부분 이 과정에서 제기됐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삼성의 지배·승계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리 의혹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

그런데 삼성 측은 이날 지배·승계 구조 개선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의혹이 불거진 근본 원인을 그대로 남겨두게 됐다.

'총수 일가 복귀'를 전제로하는 '계열사 독립경영'…"불안정성만 높아졌다"

삼성의 이런 입장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장고 끝의 악수(惡手)"라고 평가했다. 지배·승계 구조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는 까닭에, 경영의 불안정성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삼성이 전략기획실 체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사장단협의회에 대해 "총수 일가의 경영 복귀를 전제로 하는 한, 장기지속 불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측이 이날 발표한 '계열사 독립경영'은 공염불에 불과하거나, 과도기적 체제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수 일가가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만, '계열사 독립경영'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경영의 불확실성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삼성 그룹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정한 과도기를 연장하는 게 아니라 그룹경영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되, 그 법적 권한과 책임을 공식화하는 정공법"이라고 밝혔다. '법적 권한과 책임을 공식화하는 정공법'의 사례로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 전환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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