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내가 관리형이라고?"…정몽준 "내가 부자라고?"

한나라, TV 토론회 시작…경선 레이스 본격 돌입

25일 오후 한나라당은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위한 첫 번째 TV 토론회를 갖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당 대표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박희태 후보와 정몽준 후보에게 타 후보들의 질문이 쏠렸으며 두 후보 사이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허태열 후보는 박희태 후보에게 "평소 존경하고 높은 정치 경륜을 부러워했다"면서도 "평소에 관리형 대표라고 얘기되는데 청와대의 지시에 협조 잘 할 것"이라며 "신선한 바람을 한나라당에 불어넣어야 하는데, 박 후보에게 신선함 느낄 수 있겠냐"며 꼬집었다.
  
  이에 박희태 후보는 "그 점 걱정하지 말라"며 "충분히 해 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진정한 충고는 대통령하고 통해야 한다"며 "불통한 사람이 전하면 전해지지 않는다. 집안의 아내는 못할 소리까지 깊은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나보고 관리형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항상 화합형이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진영 후보는 질문 기회 2번을 모두 박희태 후보에게 할애했다. 그는 "박 후보는 이명박 캠프의 선대 본부장을 맡는 등 이 정권 탄생에 상당한 공헌을 한 책임도 있다"며 "촛불 집회로 정국이 어려울 때 어떤 건의를 했는지, 안 했다면 앞으로 어떤 건의를 할 것인지, 대운하는 경선 당시와 지금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박 후보는 "촛불 문제가 위기로 치달은 건 민심을 제대로 전달 못해서다. 나도 그 점을 공적인 자리, 사적인 자리에서 많이 얘기했다"며 "경륜 없는 정치력은 내가 대표가 되면 보완하도록 하겠다.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방어했다. 또 대운하 문제는 "그때 추진을 하겠다고 해서 반대 많았다. 그 뒤에 이명박 후보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입장 전환했다"며 "우리들의 끈질긴 조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허태열 후보는 정몽준 후보에게도 "입당한지 7개월이 채 안 된다"며 "한나라당원들은 2002년에 한나라당 집권하는데 (정 후보가) 어려움을 줬다고 기억한다. 불과 7개월 밖에 안 된 분이 대표가 된다고 하면 당의 자존심에도 문제가 있고, 정체성 면에서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7개월 된 건 맞다"면서도 "내가 제일 다선의원, 즉 6선인데 나라가 어려울 때 나보고 뒤에 가서 열중쉬어 하라고 하는 것은 좋은 충고가 아니고, 한나라당을 무시한 것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그는 "나에게 한나라당에 들어와 달라고 해서 들어왔고, 서울에 출마하라고 해서 했다. 능력 되는 한 한나라당에서 할 것"이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박순자 의원은 정몽준 후보에게 "정 후보는 CEO 기업 출신 정치인"이라며 "강부자 내각은 많은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성진 후보도 "많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서민 대중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정당이 아닌가' 하고 비판한다면서 "서민에서 출발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가 있다. 어떤 식으로 위화감을 줄일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강부자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데, 연극을 하시는 강부자 선생님 존함이다. 그분 마음이 참 불편하시겠다. 송구스럽다"라며 "흔히들 부자라고 하는데 부자라는 생각 안 해봤다. (총선 때) 공성진 후보 말을 정동영 후보가 많이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머리 증세에 필요한 발모제를 꼭 대머리만 개발해야 하나"라며 "사회주의자들처럼 의식의 존재 구속성 얘기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희태 후보도 정 후보에게 "사실은 정 후보와 20년 동안 같이한 정든 친구인데 경합하리란 생각 못했다"면서도 "우리 당이 계파 간 골을 메워서 화합 풍토를 만든 다음에 대권 주자로 모셔서 당의 옥토 위해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견제했다. 그는 "앞으로 정 대표가 되신다면 다른 대권 주자들이 계파 만들지 않나 예의 주시할 것이다. 대권 꿈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 후보는 "오랫동안 사귀어도 모르는 점이 있다"고 반격한 뒤, "대표가 된다면 계파를 만들지 않겠나 하는 건 분별없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그는 "박 후보는 그런 욕심 없다고 하는데, 대표 자리는 고난의 자리"라며 "의욕이 있는 분이 하더라도 쉽지 않은데, 의욕 있는 사람 도와주시는 게 어떻겠냐"고 공격했다.
  
  각 후보들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 후보는 "정치가 실종되고 정부의 권위도 실종됐다. 앞으로 5년이 이렇게 굴러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횃불 들 지도자가 필요하다. 관리형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바꿀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힘없는 한나라당은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정부가 성공하기 어렵다. 새 사람이 새 한나라당에 있어야 한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에 박희태 후보는 "지금 우리나라에 태풍이 불고 있다"며 "태풍을 항해하려면 노련한 선장이 필요하다"고 경륜론을 내세웠다. 그는 "나는 여당 십년, 야당 십년을 지나면서 온갖 당직을 다 맡아서 우리 당을 안전하게 운행해 왔다"며 "지난 2001년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게 생각지도 않은 패배를 해서 잿더미 폐허의 터전 위에서 새로운 한나라당 재건을 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김성조 후보는 "소통하는 정치인을 얘기하는데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당원과 국민 같은 눈높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내가 법적으로 연령 가장 적다"며 "책상머리형 최고위원이 아니라 생활하는, 살아 숨 쉬는 최고위원이 되어서 국민 여러분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올바른 당정청 관계, 개각의 폭, 권력 사유화, 공기업 민영화, 친박 복당 문제, 보수 대연합, 등을 두고 후보자 간 토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후보도 발언하지 않아 민감한 현안 피해가기 토론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