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美 광우병 발생…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美 광우병 발생…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송기호 칼럼] 정운천 장관도 헷갈릴 쇠고기 고시

캐나다 정부는 어제 캐나다에서 13번째의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광우병은 결코 지구 상에서 계속 발생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보도를 보면서 문득 정운천 농림부 장관이 떠올랐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광우병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고, 앞으로도 발생 안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관의 믿음과는 달리 광우병은 다시 발생했다. 물론 이번 광우병이 지구상 마지막 광우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아직 광우병의 미래를 확실히 알 지 못한다.
  
  정 장관은 자신의 믿음을 저버린 현실 앞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생각이야 그의 자유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시를 강행하는 법률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의 고시 행위가 당장 나와 나의 아이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나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불행히도 만일 미국에서, 이번 캐나다의 경우처럼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3월에 고시된 현행 장관 고시에 의하면 한국은 검역 주권을 행사하여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중단할 수 있다(21조).
  
  여기서 수입 중단이란 법적 용어로서, 그 의미는 미국을 쇠고기 수출 허용 국가 목록에서 삭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신청에 의해 새로운 안전 기준이 다시 만들어 질 때까지 수입이 금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 장관의 새로운 고시에선 이는 전면 삭제되었다. 대신 다음과 같은 5조가 들어갔다.
  
5. 미국에 BSE가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조사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OIE가 미국 BSE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등급을 아래 등급으로 내리지 않는 한,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명백한 검역 주권의 상실이다. 이를 놓고 국민 분노가 거세자 이명박 정부는 다음과 같은 부칙을 고시에 마련했다.
  
⑥ 본 수입위생조건 제5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GATT 제20조 및 WTO 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위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그래놓고선, 정부는 이 부칙 조항이 있으므로, 한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검역 주권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굳이 국제협약의 해석에 관한 국제법을 찾지 않더라도, 본문 5조가 삭제되지 않는 한 효력이 있고, 따라서 본문 5조를 무효화하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결국 위 본문과 단서를 둘 다 살리면서 조화롭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규범조화적 해석 원칙.)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그 정도가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등급 변경을 가져올 만큼 심각한 경우 한국은 일시적으로 수입 중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 등급을 변경할 경우 최종적으로 수입 중단을 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어제 캐나다에서 발생 확인된 13번째 광우병만으로는 국제수역사무국이 캐나다 등급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국제수역사무국은 지난 4월, 심지어 영국에 대해서도 미국, 캐나다와 같은 등급을 부여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18만 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여러 번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등급을 변경할 만한 심각성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은 사실상 수입중단을 할 수 없는 것이 정 장관의 고시이다. 이것이 나의 해석이다.
  
  그런데 정장 관은 엊그제 이와는 다른 공식 자료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았다. 그의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관련 Q&A'는 문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다소 길더라도 해당 내용을 전부 그대로 옮겨 놓는다(14면).
  
2.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할 경우의 조치는?
  
  □ 당초 4월 18일에 합의된 수입위생조건에는
  
  
  
  ○ 미국내 광우병 추가 발생시, OIE가 미국의 광우병 지위분류에 부정적인 변 경을 인정할 경우에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합의되었음.
  ○ 이후 한미 간 추가 협의를 거쳐 우리 정부는 GATT 제20조 및 WTO 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 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하 였음
  □ 이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을 중단조치 함
  ○ 그리고 미국측과 협의하여 우리 측 검역 전문가와 미국 측이 공동으로 발생 원인등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실시할 수 있음
  ○ 조사 결과, 미국의 BSE 지위에 부정적 변동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수입 을 중단할 것임
  
  *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소가 발견될 경우 미국 측과 협의하여 우리 검역 전문가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것임.

  이 해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한 건 혹은 몇 건 발생하더라도 고시 부칙을 적용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등급 변경이 있어야만 계속 수입을 중단할 수 있으므로, 다시 수입을 재개한다. 사실상 처음부터 수입 재개가 전제된 상태에서 수입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비유한다면, 이런 해석이다. 어느 마을에 이런 법률이 있다고 하자. 이 마을의 남편들은 모두 3단계의 등급으로 나뉜다. 만일 어떤 2등급 남편이 아내를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 아내는 일단 '이혼'한다. 그리고 동네 반상회에서 남편의 등급을 3등급으로 낮추는 경우 '계속' 이혼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동네 반상회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 가지고는 3등급으로 낮추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는 다시 남편과 재결합해야만 한다. 정 장관의 해석은 2등급 남편에게 주먹으로 맞는 아내는 일단 이혼은 하되 남편과 다시 결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과연 이혼인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의 정 장관의 고시와 현행 고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고시가 계속 효력을 갖느냐의 문제이다. 정장관의 고시에 의하면 미국에서 통상의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고시의 안전성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조건대로의 수입 재개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입 재개를 위해 새로운 수입 위생 조건을 제정해 달라고 한국에 신청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행 고시에 의하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은 중단된다. 현행 고시는 무효가 된다. 대신 한국은 미국의 신청이 있을 경우, 미국의 광우병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여 이를 반영하는 새로운 안전 기준(고시)을 마련할 수 있다.
  
  아마 앞으로 48시간 안에, 정 장관은 고시를 강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장관의 자유를 존중한다. 그가 장차 지구상에서 광우병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이다. 그가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그의 자유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그 의미조차 불확실한 고시를 이 땅에 남긴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로 인하여 부자유스럽게 될 것이다. 나는 장관에게 많은 국민을 부자유스럽게 할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