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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상상했었나. 인터넷과 모바일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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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누가 상상했었나. 인터넷과 모바일의 힘을"

[토론회]'할 일 없어진' 공영 방송의 반성과 고민

지난 5월 2일 이후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촛불 집회는 비단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의 문제점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 전반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 촛불 집회가 대규모로 번진 계기가 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 그리고 인터넷 생중계로 대표되는 인터넷 미디어가 전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또 촛불 집회 참가자를 중심으로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에 대한 반발과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운동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23일 프레시안, 공공미디어연구소,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신자유주의반대 공영방송 수호행동'이 공동 주최한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공공성' 토론회에서는 제목 그대로 촛불 집회로 촉발된 민주주의, 그리고 미디어에 관한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 정동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 명의 청중이 참가해 현재 논란에 대한 언론계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어떤 기업도, 정치인도 상상 못했을 것"
▲ ⓒ프레시안

"광장 정치의 부활이 참 많은 이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우파 헤게모니 집단이 특히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학계나 언론계를 중심으로 문화적 영역을 재구조화 해서 기반을 견고화하려 했는데,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이렇게 당혹스러운 지점에 올 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의 이영주 책임연구원(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론광장(아고라)과 휴대폰 통신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적하며 논의를 열었다.

이영주 연구원은 "다매체, 다채널 환경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내는 최근의 움직임은 미디어기업이나 정부마저도 상상을 못했을 것"이라며 "미디어 구조가 재편되고, 미디어와 대중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 나갈까에 대한 문화연구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참여가 가능한 공간은 촛불 집회의 성격과도 연관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치적 야당으로서의 잠재성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한나라당, 민주당이 아니라 자기들의 정치적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억압당했던 상황 속에서 대중은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모아나갈 것이냐라는 차원에서 야당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미디어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를 생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이론과 관점을 토론하고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며 "또 포털사이트와 모바일 기술이 촉발한 촛불 집회를 보며 미디어 운동이 그간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보았던 미디어 기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대중의 정치적인 공간을 어떻게 확장하고 안착시킬 것인지에 관한 방안에 대한 고민과 보수·상업 언론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삼고 이에 대응하는 운동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중의 흐름, 지식인도 이제 개입할 필요 있다"

프레시안의 촛불 집회 생중계의 리포터로 참가하기도 했던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현장에서의 경험을 들며 "민주주의의 시작은 광장이라고 얘기하는데, 이제 다시 오프라인의 토론이 활성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라인에서도 생중계 화면 옆에서 채팅 게시판을 통해 누리꾼이 진행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쌍방향 통신이 다양하게 벌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희준 교수는 "이번 갈등은 국민과 이명박 정부의 충돌인 동시에 수평적 소통-수직적 소통간의 갈등이라고 본다"며 "지금 인터넷과 촛불 집회에서는 수평적 소통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 정부는 이를 범죄시하고 신뢰하지 않으면서 수직적 소통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사장의 구속, 인터넷이나 전화로 광고주를 압박하는 누리꾼에 대한 수사 엄포 등을 보면 현 정부는 마치 과거 군사정부가 택시기사를 잡아들인 것처럼 시대에 맞지 않게 소통의 도구를 불법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는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모바일과 디지털 상황주의를 목격했고, 정치적 교육과 학습이 이뤄지게 됐다"며 "미디어는 위기와 더불어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이기형 교수는 "인터넷이 당파적 게토가 되고 총선, 대선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대중이 나오면서 이를 활성화한 동시에 오프라인도 끌어가고 있다"며 "예측할 수 없었던 이 움직임을 이진경 교수는 '대중의 흐름'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아고라에서 지식인이 성명서나 발표하고 감동스럽다고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대안 담론에서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며 "지식인의 성실함과 책무에 대해 좀 더 반성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즘 <미디어포커스>가 할 일이 없다"

인터넷 미디어의 폭발력과 가능성으로 시작된 논의는 자연스럽게 기존 미디어, 특히 공영 방송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의 김현석 기자(KBS기자협회장)은 "어디 가서 홍보 자료를 돌린 적도 없는데 국민은 공영 방송을 대하는 현 정부와 보수 세력의 문제점을 굉장히 빠르게 알더라"고 말했다. 김현석 협회장은 "요즘 미디어포커스가 할 일이 없다. 이미 아고라에 다 있다. 독자들의 반응도 미디어포커스를 보고 '많은 정보 알게 됐다'가 아니라 '잘 정리했네' 정도의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아고라의 논의가 요즘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는지, 그 보도의 속내가 뭔지 등 미디어비평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걸 보면서 공중파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기성 언론, 주류 언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 역시 "왜 촛불은 (KBS 본관으로 가기 위해) 마포대교를 넘었나.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러 위협 요소에 대해서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원칙이 훼손되고 있고, 촛불 집회의 대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사실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어느 정도 공공 미디어가 기여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MB정부 이후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위험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촛불 집회는 이런 사회에 대한 정면 비판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위험과 붕괴로 나갈 때 이를 관리하는 공공 미디어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현존하는 우리 사회의 위험에 대중적인 각성이 이뤄진 하나의 이벤트라고 본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조중동은 무책임한 TV 선동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면서 촛불 시위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조중동은 괴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광고주 압박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인터넷 미디어는 한국적인 사이버 공론장으로서의 몫을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은 동의하는 미디어와 동의하지 않는 미디어를 선별해서 끊임없이 자기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럼으로써 보수 신문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고, 촛불 집회의 '조중동 OUT'은 서서히 의제 설정력이 악화되고 있는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많은 사람이 언제 촛불을 들고 KBS로 갈까?…관심 잘 이끌고 가야"

정연우 세명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촛불 집회와 관련해서 공공적 논의, 사회적 담론이 이뤄지는 공간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이고 그 다음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버 공간이다. 마지막은 촛불 집회에서 벌어지는 광장 논의의 공간이다. 이런 세 축의 공론장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지난 5~6월 공공 의제를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정연우 교수는 "사람들은 이 중 한 축만 무너지더라도 안 된다는 것을, 그 중에서도 기존 대중매체와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촛불 집회에서 공영방송 사수, 조·중·동 폐간이 가장 중요한 구호로 등장한 것도 매우 놀라운 진전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언론 운동은 집단지성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지 고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직접적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통제하는 전선을 지키고, 민영화·시장화에 대해 아직 불분명한 전선을 부각시켜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도 "미디어 공공성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미국산 쇠고기와 같은 대중 밀착적 이슈가 없었다면 방송에 대한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형철 교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언제 또 다시 촛불을 들고 마포대교를 건널까? 부정적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런 기회에 미디어 공공성 문제를 잘 이슈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필요한 이유는 굉장히 실용적"이라며 "대한민국 방송의 정체성, 창의력 키우기 위해서라도 공적 구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왕 이번에 공영방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으니 앞으로도 관심있게 봐주길 바란다"며 "20년 전에 전두환 정권의 '땡전뉴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청료 거부운동을 시작했는데,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던 것과 같이 2008년에 다시 높아진 이런 관심을 끊지 말아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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