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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1명 vs 경찰 50명'…중·고딩 무서운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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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1명 vs 경찰 50명'…중·고딩 무서운 청와대

[현장] 경찰 "촛불 티셔츠 입으면 청와대 접근 못해"

"안녕하세요!"

20여 명의 고등학생, 중학생이 함께 외치는 인사는 높고 밝았다. 21일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 청운동사무소 앞. 청와대에 가서 누구라도 붙잡고 답답한 심정을 얘기하고 싶은 생각에 여기까지 온 이들은 '촛불 소녀'들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촛불 소녀의 코리아'에서 '촛불 소녀 맞짱 뜨기 동시다발 1인 시위' 소식을 듣고 온 길이었다.

그러나 10분도 채 안돼 밝았던 표정은 어두워졌다. 깜짝 등장한 촛불 소년, 소녀들에 놀란 경찰이 순식간에 이들을 철저하게 둘러쌓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 버스와 방패를 앞세운 전경 부대에 가로막힌 이들은 "어이없고, 너무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울먹였다.

사실 이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오게 된 까닭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애초 청와대 앞 분수대로 가려 했지만 그곳으로 가는 시내버스였던 8000번 버스가 오후 12시 이후 느닷없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2시, 8000번 버스를 타고 청와대 앞 분수대로 가려 했던 6명의 시민들은 이미 버스에 타고 있던 사복경찰과 인근에서 막아선 경찰의 제지로 버스와 함께 가던 길을 되돌려야 했다. 경찰은 "범죄가 예상된다"며 막아섰다. 이들이 '예비 범죄자'로 취급된 이유는 입고 있던 옷에 붙인 스티커와 일부가 입고 있던 '촛불 소녀' 티셔츠뿐이었다. 이후 버스는 '무기한' 운행이 중단됐다.

"대국민 사과? 아직 반성 안 한 것 다 알아"

"불과 몇 분만에 시민들이 타던 버스가 끊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점점 갇혀간다. 그러나 5년 내내 촛불이 지켜볼 것이다."

8000번 버스를 타지 못한 '촛불 소녀'들은 결국 청운동사무소 방향으로 운행하는 7016번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과 나눔문화 활동가들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것조차 제지당했다. 대기 중이던 경찰이 따라 붙어 "어디 가냐"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함께 있던 민가협 어머니들은 경찰을 향해 "할 일 참 없다", "걸어가고 있는 것도 방해하느냐"며 호통을 쳤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나오십시오!"라는 구호를 몇 번 외친 채 이들은 한나라당사, 서대문경찰청, 서울시교육청, 조선일보 등지로 1인 시위를 하러 떠났다. 그러나 다섯 배나 많은 100여 명의 경찰이 10m 뒤에서 떠나는 길조차 계속 따라왔다. 청소년들은 "내가 그렇게 좋냐"며 야유를 퍼부었다.

과천에서 온 고등학교 2학년 박지선(가명) 학생은 "이 나라가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지선 학생은 "저희는 학생이지만 생각하는 힘이 있다. 그저 본인 의사를 밝히겠다는 건데 시내버스 자체를 끊어버렸다. 시민의 이동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조차 차단하면서 이렇게 막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서 이명박 대통령 본인에게 반성하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대국민 사과가 있었지만 아직 반성 안 한 것 다 안다.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20여 명의 중·고등학생. ⓒ프레시안

피켓 든 청소년이 무서운 청와대…1:50으로 대응

다른 학생들이 1인시위 장소로 제각기 떠난 가운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싶어 남았던 이새미(가명, 중3) 학생. 다른 '촛불 소녀'들도 다 떠나고 홀로 남았지만, 50여 명의 경찰은 그조차 청와대에서 수백 미터는 떨어진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봉쇄한 채 가로막았다. 동행했던 김예슬 대학생나눔문화팀장은 "경찰은 막아서는 이유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고, 책임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돌아가라는 호통을 듣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지금 어떤 심정이냐'는 질문에 이새미 학생은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며 울먹였다. 경찰을 보며 말하는 목소리는 저절로 높아졌다. 그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촛불 집회에 몇 번 나갔지만, 사람이 많아서 나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청와대로 가서 관련 있는 분이라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 앞으로 오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공부하는 기계도 아닌데, 영어공교육 강화, 0교시 같은 정책을 마구 쏟아낸다. 이런 거 다 실시되면 우리 정말 1시간도 잠 못 잔다. 사람답게 살지도 말라는 건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원래 우리를 지켜주는 게 경찰 아닌가. 그런데 지금처럼 경찰 때문에 이렇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체 누구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1명이고 총도 없고, 불 붙인 가스통도 없고, 피켓만 든 나를 왜 저렇게 무장한 경찰이 막고 있는지 화가 난다. 저렇게 지금 내 길을 막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는 경찰도 어이가 없다."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새미(가명) 학생을 50명의 경찰이 막고 있다. ⓒ프레시안

"범죄가 예상된다"…경찰이 버스에서 시민 강제 하차시켜

청와대 앞 분수대를 경유하는 8000번 버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버스였다. 이 대통령이 이룬 사업 중 하나인 '서울시 시내버스 제도 개편'으로 결국 청와대까지 개방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은 조치였다. 그러나 이날 이유없이 운행이 중단된 버스는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12시 10분경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6명의 시민이 탑승한 버스는 경복궁 서문 쪽에서 멈췄다. 정보과 사복 경찰들이 탑승해 검문을 했고, 티셔츠와 스티커를 가리키며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동승했던 한 나눔문화 활동가는 "맨 뒷자리에 앉았던 1명의 승객은 서문에 도착하자마자 내리더니 사복 경찰들과 인사를 나눴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버스를 타고 오면서 대화를 일일히 감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6명의 시민이 탑승한 버스는 경복궁 서문 쪽에서 멈췄다. 정보과 사복 경찰들이 탑승해 검문을 했고, 티셔츠와 스티커를 가리키며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촛불소녀의코리아

"범죄가 예상된다", "청와대는 특별 제한 구역이다", "카메라를 가져갈 수 없다", "국민대책회의가 제안한 8000번 버스 타기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이유를 대며 30여 분간 버스를 정차시킨 경찰은 "세금을 낸 국민들이 버스를 타고 가고 싶은 곳에 가겠다는 데 왜 막느냐"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사진 채증했다.

이어 버스 회사 임원 2명이 와서 버스를 돌리겠다고 말했고, 이후 8000번 버스 운행은 중단됐다.

대책회의 측은 "버스에 탑승했던 시민들은 인질극과 다를 바 없는 경찰들의 이 같은 불법 행위로 심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며 "이 같은 경찰의 행위는 현행법에 없는 행위이며, 헌법 제 10조(인권보장), 제 14조(거주이전의 자유), 제 21조(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추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언제는 구경하러 오라며..이명박은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런 짓을 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으란 얘기냐", "나 어릴적 그 무시무시하던 박정희 독재시절로 회귀하려나보네", "무법천지네. 저게 경찰이냐 깡패지", "'범죄예방 차원'이란 법이 있었나? 얼마나 대단한 법이길래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한담", "북한과 뭐가 다르냐"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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