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1990년대부터 중국의 옛 소설을 '번안'하는 것으로 먹고살고 있다. '삼국지'에 이어 '초한지'의 '번안'이 이문열의 대표작이 될 모양이다. '문열'이라는 이름을 아예 '문번'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하긴 '번안'을 하건, '창작'을 하건,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아니, '번안'도 훌륭한 '창작'이 될 수 있다.
이문열의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일그러진 역사관, 사회관이다. 그는 한국 보수 세력이 얼마나 일그러지고 뒤틀린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보기다. 잘 알다시피 한국 보수 세력은 자유를 내걸고 자유를 억압하며, 평화를 외치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이문열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칼레파 타 칼라>와 같은 소설을 통해 군사 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고 왜곡하는 소설을 썼다. 그는 광장을 데마고그(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가)의 장으로 묘사하고, 데마고그를 민주화 운동의 원천으로 제시했다.
최근 <초한지>의 '번안'이 끝난 것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를 출판사가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문열은 촛불 집회를 가리켜 "위대하나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나는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문열이야말로 "한국 극우 보수의 끔찍한 소설가"라고 말했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기에 생명의 위협에 맞서고자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혀든 수백만 명의 시민이 '포퓰리즘'의 무리로 보였을까? 이문열이야말로 무지하고 가련한 '극우 보수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일그러진 소설가이다.
그런데 이문열은 여기서 더 나아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촛불 집회를 가리켜 "불장난"을 너무 오래하면 다친다는 둥, 이제 "촛불 장난"은 그만 두어야 한다는 둥의 '망언'을 했다. 그의 눈에는 수백만 시민들의 절박한 실천이 한낱 '불장난'이나 '촛불 장난'으로 보인 것이다. 이어서 그는 문화방송 인터뷰에서 촛불 집회를 '국헌 문란 행위'이며 '내란에 준하는 난동'이라고 주장했다.
촛불 집회와 함께 광기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조갑제와 똑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민의 비판과 저항을 이렇게 평가하는 이문열의 정신 상태는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문열이야말로 엉터리 말글장난을 너무 오래 하고 있다.
이문열은 자기가 보기에 지난 며칠 사이에 집회의 성질이 변했기 때문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언제라도 물러나겠다는 유인촌의 발언을 듣고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지지율이 '여론조작'의 산물이며 여기에는 반드시 '배후'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보면, 아마도 그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과 주성영 의원이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과 인터넷인 것 같다. 그러니까 그의 주장은 방송과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이명박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해괴하게도 '의병론'을 주장했다. 의병들이 나서서 촛불 집회를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병은 당연히 관병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문열이 말하는 의병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보수 우익인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서울광장에서, 청계광장에서, 여의도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이문열은 그들에게 더 큰 폭력을 휘두를 것을 종용하는 것인가?
이문열의 '의병론'은 그야말로 의병에 대한 최악의 모욕이다. 의병은 단순히 외적에 맞서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국내의 실정도 바로잡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촛불 집회야말로 '21세기의 의병'이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고 미국의 사악한 정책에 맞서고 있다.
조선은 왕조의 몰락을 막기 위해 관병과 관변세력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세와도 결탁해서 의병을 잔인하게 진압하고자 했다. 이문열의 '의병론'은 의병의 이름으로 의병을 타도하라고 부추기는 잘못된 주장이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공공연히 폭력을 부추기는가?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갖추고 있다면, 적어도 한국의 보수 세력이 휘두르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해야 하지 않는가? 이문열의 주장은 전두환의 끔찍한 폭치를 떠올리게 한다.
이문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니 세계에서 처음으로 작품의 반환운동이 벌어진 소설가이다. 불량 제품의 반환이 당연하듯이 불량 소설의 반환도 당연하다. 이문열 자체가 이미 심각한 불량 작가가 된 것 같다. 작가로서 시민들을 모욕할 뿐만 아니라 아예 폭력으로 시민들의 주장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불량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
'안티 조선 운동'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독자들의 성원을 악용해서 온갖 사실의 왜곡과 정치적 조작을 일삼는다. 이문열도 똑같다. '안티 문열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그의 실체를 널리 알리는 활동이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 그는 외국에서도 한국의 민주화를 비난하고 시민들을 모욕하고 다닌다. 그러니 그의 실체를 외국에도 널리 알려야 한다.
이문열이 활발히 촛불 집회를 모욕하고 왜곡하고 다니고 있을 때,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0일의 촛불 집회를 보고 시민의 뜻을 잘 알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말 그러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당연한 바람은 또 다시 배신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7일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해서 인터넷을 강력히 비난하는 말을 했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시대착오적 비난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박산성'을 쌓고 '청와대 산채'에 숨어서 어떻게 하면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무력화할까만 고민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방송(KBS) 장악 계획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인터넷에 대해서도 전담 요원을 둔다는 식의 황당한 구상을 발표했다. 한 달여 전에 시민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부른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홍보가 부족해서 시민들이 '대운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민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홍보 계획 문건을 작성해서 회람하고 토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시민들이 '바보'라는 전제 위에 성립되어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사이드카'를 발동해서 인터넷을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계획이나 추진하다니, 한나라당은 이로써 자신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인가를 다시금 온 세상에 드러내 보였다.
촛불 집회의 생중계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문용식 대표를 구속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더욱 크고 깊게 한다. 검찰은 진작부터 해 오던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용식 대표의 구속은 '아프리카'의 구속이고, 그것은 상당한 정도로 촛불 집회의 구속이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 세력의 문제, 즉 '착각, 무지, 독선'의 추악한 삼위일체의 문제가 또 다시 확인되었다.
촛불들이 이 문제를 밝힐 것이고 바로잡을 것이다. 이문열이 아무리 사실을 왜곡하고 폭력을 부추겨도 촛불들은 이문열의 문제도 널리 알리면서 이 나라를 옳은 길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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