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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경모드…'대반전'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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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경모드…'대반전' 꾀하나

[김종배의 it] '소나기'냐 '장맛비'냐…21일 '촛불'이 관건

정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촛불정국을 반전시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제 하루 동안 나타난 현상이 그렇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광우병의 위험성을 제기한 MBC 'PD수첩'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사망한 미국의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미국 국립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의 발표에 힘입은 조치다.

▲5개 부처 장관은 합동 담화문을 발표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의 파업을 '불법적인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엄정대처를 다짐했다. 때마침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가결 요건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을 '독'에 비유하면서 그 부작용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확대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상승작용을 기대하는 것 같다. 'PD수첩'을 치면 광우병 우려에 물타기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압박하면 국민 대토론을 제어할 수 있다. 노동계를 자극하면 촛불집회를 교란할 수 있다.
▲ ⓒ프레시안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렇다.

'6·10 100만 촛불대행진'을 정점으로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줄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의 성격을 쇠고기에서 5대 정책으로 확장하기로 한 데 대해, 또 '정권 퇴진운동 불사' 발언을 한 데 대해 '변질'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후 쇠고기 논란은 '재협상'에서 '추가협상'으로 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로서는 소나기가 가랑비로 약화됐다고 판단할만한 양상이다.

이런 양상에 노동계의 '불법적인 정치파업'을 접목시키면 어떻게 될까? 촛불집회장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가 조직적으로 참가하고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의 상황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강수는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궁지에 몰려있는 게 엄연한 사실인데, 노동계의 파업에 대해서도 '생계형'이란 이유로 국민 다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잘 통할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다. 세 가지 요건이 구비돼 있다.

하나는 상징. 파업 찬반투표 가결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현대자동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이처럼 좋은 여론전 소재는 없다. 민주노총의 '불법성'과 '정치성'을 상징하는 요소이고, 민주노총이 서울광장에 집결하는 순간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이다.

다른 하나는 완충제. 마냥 강수로 나가는 건 아니다. 화물연대의 핵심적 요구인 표준요율제 즉각 시행,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완화, 노동자 지위 인정에 대해서는 야멸차게 거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원책도 내놨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대상을 확대해주기로 했고 경유 화물차를 LNG 화물차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돈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 뿐인가. 추가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합의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쇄신책도 준비하고 있다.

마냥 강수로 나가는 게 아니다. 강온 양면책을 씀으로써 '역공'에 대한 반발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우군. 보수언론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어제를 기점으로 보수언론이 '반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의 적격성을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고, 촛불집회의 '변질'된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보수인사도 나서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촛불집회를 '불장난' '난동'으로 규정하면서 '의병'의 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보수단체들은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된다. 이렇게 대처하다 보면 갈린다. 촛불민심이 강과 온으로 갈리고, 노동계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찬과 반으로 갈린다. 이렇게 분열이 심화되면 대오는 흩어지고 힘은 약화된다.

이건 유형의 성과다. 더불어 무형의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기계노조 파업으로 시시각각 물류 마비, 공사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손실액이 추산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경제위기감이 유포되고 있다.

나쁘지 않다. 덤터기를 써온 정부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더니 한 게 뭐냐는 국민 질책에 시달려온 정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동계의 '불법적인 정치파업'이 지목되면 정부는 최소한 '독박'을 피할 수 있다. 경제 실정 비판에 '동반 책임론'을 들이댈 수 있다. 만에 하나 파업이 전면화 되고 장기화 된다면 이런 실정 상쇄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새삼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 대표들과 만나 그랬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불교계 대표가 맞받아쳤다. "소나기가 아니라 장맛비일 수 있다"고 했다.

이게 관건이다. 정부의 바람, 또는 의도는 그냥 그 자체일 뿐이다. 정부의 바람 또는 의도가 먹혀들지 여부를 재려면 마저 하나를 살펴야 한다. 상대요인이다.

오는 21일 또 한 번의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재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20일 이후 처음 열리는 촛불집회다. 이 집회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운집하는지, 이 집회에서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어떻게 모아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아직 교호작용은 끝나지 않았고, 상황은 굳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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