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의 대형유통업체 홈에버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다 관계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40일이 넘도록 매일 개최되는 촛불 시위를 통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번 일로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내놓고 있는 '원산지 표시' 대책이 무용지물임이 확인됐다. 업체나 식당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비자들을 속여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해당 납품업체, 지난 3월에도 미국산 쇠고기 150kg 구입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16일 "홈에버 인천시 구월점 식품매장에서 미국산 살치살 양념육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살치살은 윗등심살과 어깨부위 밑의 살로 삼각형으로 생긴 부위를 의미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서 판매한 납품업체는 홈에버 월드컵점 등 11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이날 단속에서 걸린 것은 구월점 하나였지만 다른 점포에서도 해당업체가 미국산 쇠고기와 호주산 쇠고기를 섞어 '호주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농관원은 현장에서 양념육 54kg을 압수하고 홈에버 입점업체 '새아침'과 홈에버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에 적발된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이전에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
납품업체 대표 김모 씨는 농관원 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2.6kg밖에 섞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관원은 지난 3월에도 납품업체 '새아침'이 미국산 쇠고기 150kg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더 많은 양의 미국산 쇠고기가 이미 팔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농관원은 납품업체 대표 김 씨를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표시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번 파동과 관련해 홈에버는 "납품업체의 일로 이 문제에 대해 납품업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홈에버는 납품업체 '새아침'과의 계약해지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홈에버도 자사 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내용과 품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그룹은 최근 삼성테스코에 홈에버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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