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6월 10일의 촛불집회를 보고는 시민들의 뜻을 잘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도대체 뭘 잘 알았다는 것인지에 대해 정말 궁금해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어청수 경찰청장은 세종로 입구에 인천항의 컨테이너를 갖다가 아예 '장벽'을 쌓아 놓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컨테이너 장벽은 '명박산성'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산성'에 틀어박혀서는 시민들을 빨갱이나 마귀로 부르는 '보수 목사'들을 불러서 얘기를 나누면서 시민들의 뜻을 알 수 있을까? 더욱이 청와대에서 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시민들을 빨갱이로 부르는 김홍도 목사가 연 행사에 참여해서 시민들을 마귀의 무리라고 부르는 기도를 했다. 시민들을 마귀의 무리라고 부르는 자를 홍보 담당 비서관으로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시민의 뜻을 알 수 있을까?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만 한다. 자율 규제나 추가 협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해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뿐이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을 요구하면 자동차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분신인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이 아니라 미국을 섬기고 있다는 비판은 그저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도축장 현지 점검단은 귀국해서 '교차 오염'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는 '교차 오염'의 문제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정말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이 아니라 '양치기 소년'이다.
이명박 정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들고 나선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슨 거창한 경제 성장이나 '국운 융성' 따위가 아니다. 그저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듯 가장 근원적인 요구조차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국운 융성이니 선진국이니 떠들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나라가 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하면 되는 '재협상'을 한사코 안 하면서 요상한 말만 늘어놓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시민들은 세종로를 가로막았던 컨테이너 상자들을 떠올린다. 도대체 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민들을 참혹한 '광우병 룰렛'으로 몰아넣을 권리를 주었는가? 어떤 대통령도 국민에게 광우병을 강요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정녕 '2MB'인가?
6월 10일,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며, 시민들의 뜻이 무엇인가를 너무나 분명하게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한편으로 장마를 기다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수대연합'을 통해 촛불의 저항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추가 협상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은 그저 장마를 위한 '시간 끌기' 술책일 뿐이다. 악랄한 미국 축산업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불쑥 안겨준 엄청난 선물을 결코 되돌려줄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황진하 의원은 미국에 가서 '재협상'이라는 말을 사용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업계와 정계는 '재협상'을 할 뜻이 전혀 없다. 사실상 '재협상'과 같은 자율규제나 추가협상이라는 것은 바보가 아니면 사기꾼이나 할 수 있는 소리이다. 초등학생조차 '이명박의 잘못된 정치 때문에 거리로 나섰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서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도 어느덧 40일을 넘겼다. 화물연대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에 대해 재계는 슬슬 예의 '경제 손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참 악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잠시 같은 주장을 촛불 집회에 적용해 보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이미 수십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겠는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재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막아야 할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경제 손실'에 대해서도 배상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그럴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우리에게 초래한 엄청난 '경제 손실'에 대해 배상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배상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보수 대연합'을 주도해서 한몫을 챙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회창 총재가 주도한 '국회 등원론'에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도 주도권을 빼앗길세라 적극 화답하고 나섰다.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의 어부지리를 차지한 손학규 대표는 '지금은 열흘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점에서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인가? '통합민주당'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도로민주당'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한나라당 출신이라 역시 한나라당에 끌리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은 '다들 제자리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잘못된 정책들을 즉각 폐기해야 하고, 잘못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의정보다는 주식투자에 훨씬 큰 재능을 보인 전여옥 의원도 이 참에 자기 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시민들은 이회창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건 말건, 민주당이 국회에 가건 말건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 시민들을 위한다면 '고시'가 되기 전에 시민들 곁으로 왔어야 했다. '고시'가 되어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마치 자기들이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듯이 부담 없이 국회 밖으로 나온 것이 바로 민주당과 자유당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론'이라는 전술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척하면서 친박연대와 자유당을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을 구축해서 촛불을 끄려고 한다. 이런 얄팍한 전술이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민들의 '촛불 민주주의'는 잘 가르쳐주고 있건만 한나라당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의 촛불은 심판의 촛불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6월 13일 밤부터 서울에서는 촛불집회가 시청광장, 청계광장, 세종로 등 도심뿐만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열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방송(KBS)을 장악하고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KBS를 장악하면 문화방송(MBC)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방송을 모두 '조·중·동'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을 장악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값싸고 맛있는 쇠고기'라고 선전하고, '한반도 대운하'가 강을 콘크리트 수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운 융성'의 길이라고 선전하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방송의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인터넷의 시대라고 해도 방송은 현대 사회를 형성하는 핵심이다. '대운하'와 민영화를 후순위 사업으로 돌린다는 것에는 이런 전술이 작동하고 있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국회 등원론'이라는 얍삽한 노래를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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