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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농림부 현지 점검단 美 쇠고기 위험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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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농림부 현지 점검단 美 쇠고기 위험 '은폐'

[농림부 내부 문건 폭로] "교차 오염, 연령 구분 등 엉망"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한 현지 점검 결과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림부는 지난 5월 보름 동안 현지 점검을 한 결과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고 있고, 30개월 이상 소는 철저하게 구분 도축되고 있어서 '교차 오염'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런 은폐 사실은 국회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농림부로부터 받은 내부 문건을 통해서 확인됐다.

현지 점검단 美 쇠고기 위험 은폐…"'교차 오염' 위험 있어"
▲미국의 쇠고기 도축장. 농림부는 지난 5월 미국 현지 점검을 실시하면서 발견한 여러 가지 문제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강기갑 의원이 농림부로부터 입수한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 특별 점검 결과 보고'를 보면 미국의 도축장 일부는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이 문건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5월 작성했다. 우선 일부 도축장은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여전히 '교차 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한 작업장의 경우 도축장에서 예냉실로 들어가는 지육(쇠고기)과 예냉실에서 가공장으로 나가는 지육이 서로 접촉할 우려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시?조치를 요구했고, 미국 측도 다음에 감사를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시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예냉실은 모든 도축 과정이 완료된 쇠고기를 0~7℃ 온도로 24시간 냉각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냉각 과정을 거친 쇠고기는 최종적으로 냉장 보관된다. 이 곳에서는 월령 표시가 지워진 쇠고기에 월령 표시를 보강하는 등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을 드나드는 쇠고기가 서로 접촉할 위험이 크다는 것.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이곳을 드나드는 쇠고기가 접촉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선 30개월 이상과 미만의 쇠고기가 서로 접촉해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 또는 다른 미생물의 오염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점검단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현지에서 시정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美 도축장…비과학적 치아 감별도 제대로 못해"

이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연령 감별은 대부분 치아 감별법을 적용하고 있었다"며 "한 작업장의 경우 치아 감별 직원이 총 2명뿐이어서 예비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 측에서는 규정상 치아 감별 직원의 숫자를 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유럽, 일본과 달리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 추적이 가능한 소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치아를 보고 30개월 이상인지, 미만인지 확인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번 현지 점검 결과, 인력 부족으로 그런 치아 감별로 연령을 확인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박상표 국장은 "미국의 치아 감별은 아주 비과학적인 방법"이라며 "이것으로 절대 정확하게 30개월 이상과 미만 소를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이어서 "이번 현지 점검 결과 그런 치아 감별을 할 수 있는 인원도 턱없이 부족한 게 미국 도축장의 현실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30개월 이상·미만 구분하지 않아"

이 보고서는 또 "일부 작업장은 제외한 미국의 도축장은 '티본(T-bone) 스테이크'의 포장 상자에 30개월 미만 표시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며 "또 기타 쇠고기 제품도 미국에서 유통할 때 30개월 미만과 30개월 이상 제품임을 별도로 구분 표시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서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학교 급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은 미국의 대부분의 도축장이 30개월 이상과 미만을 구분해서 유통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30개월 미만 소만 들여온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앞뒤가 안 맞는 것.

박상표 국장은 "미국 현지에서 30개월 이상과 미만 소를 구분할 의지가 전혀 없는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도 깜짝 놀랄 만한 협상 카드'를 가지고 '추가 협상'을 한다고 밝힌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김종훈 본부장은 쇼를 중단하고 즉각 귀국해서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점검단 사진도 美 농무부가 못 찍게 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이 보고서는 지난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검사부장을 포함한 9명의 공무원이 보름간 미국 현지를 방문한 결과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한다"며 미국을 방문했던 것.

그러나 이 현지 점검은 처음부터 문제투성이였다. 우선 방문 장소, 일정이 모두 미국 농무부의 통제 하에 이뤄졌다. 즉 미국 농무부가 추천한 쇠고기 도축장만 점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보고서도 "이번에 점검한 도축장은 종전에 우리나라의 승인을 받아 30개월 미만 살코기를 수출했던 곳"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핵심 사안은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회장 원외부(소장 끝 부분)를 제거하지 않고 장 전체를 폐기하는 작업장의 경우, 회장 원외부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확인 점검을 실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으로 내장을 수출하려는 상황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이 제대로 제거되는지 확인 못 한 것.

지난 5월의 현지 점검 과정을 전해들은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지 점검 과정에서 미국 농무부가 사진도 못 찍게 할 정도로 통제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만약 무작위로 쇠고기 도축장을 선정해서 자율적으로 현지 점검을 했다면, 이번 보고서가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관련 기사 : 5월 美 점검단 "도축장에 사진기도 갖고 들어가지 못했다"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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