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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은 시위 진압, 경찰 업무 땜질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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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은 시위 진압, 경찰 업무 땜질용이 아니다"

[인터뷰] 강의석 "전·의경 헌법 소원 같이 제기하자"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가 계속되면서 전·의경을 앞세운 경찰의 시위 진압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물대포 진압, 방패 가격 등 폭력 진압뿐만 아니라 연일 동원되는 전·의경의 과도한 노동량과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의 한 전투경찰이 "촛불시위 진압에 나서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며 육군으로 전환복무를 요청해 전·의경 제도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년 4개월 동안 복무해 온 이 모 상경은 이날 국방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 전환복무 해제 행정심판을 요청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했으나 내 의사와 관계없이 전경으로 차출됐다"며 "부당한 전경 전환 복무를 해제하고 육군에서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기를 원해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이 상경은 고교시절 '학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강의석 씨(22)의 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7일 강의석 씨가 촛불집회 도중 경찰에 연행된 사건을 두고 강 씨의 홈페이지에 "내 친구마저 연행되는 현실이 참 슬프다. 친구가 연행되면서도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글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3일 <프레시안>은 강의석 씨에 연락해 이 상경이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강 씨는 통화에서 "지금 그 문제로 친구 면회를 왔지만 면회를 거절당했다"며 "아무래도 (이 상경이) 언론에서 이슈가 되는 장본인이다 보니 부대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심에 반한 행위,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순 없다"
  
  - 이 상경이 전환복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계속되고 있는 촛불문화제 소식을 접하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더군다나 제가 잡혀가는 걸 뉴스에서 보고 더 갈등이 심해졌다고 했다.
  
  강제로 전경이 된 점, 전경으로 경찰 인력을 때우는 실상, 본래 의무가 아닌 일에 동원되는 전투경찰 복무가 계속 양심에 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만약 육군으로 2년을 다시 일하게 되더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
  
  - 전환복무 신청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다. 나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 그 전에 부대 내에서 사이버 공간 관리강화 지시를 받았을 때 연락을 해왔다. 친구는 '지금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 나는 전경 지원한 것도 아니고, 양심에 반한 행위를 강요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데, 지침을 내리면서까지 막는 걸 보면 황당하다고 하더라. 군대 내에서 이런 얘기를 해서 같은 동료 친구나 다른 사람들이 괜히 이상한 시선으로 보거나 오해를 해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3일자로 '전의경 인권교육 및 사이버 공간 관리강화 재강조 지시'라는 제목의 내부 공문을 내려보냈다. 여기에는 전경부대 행정대원을 활용해 포털사이트에 '전경, 의경, 구타, 가혹행위 등'을 키워드로 검색한 뒤 관련 글을 삭제하도록 포털에 요청하라고 지시한 사항이 적혀 있다. 또 전·의경이 촛불시위와 관련해 개인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에 욕설과 폭언, 불필요한 의견과 내용을 올리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지난번 이 상경은 강의석 씨가 연행된 것과 관련해 인터넷에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3일 공문이 내려간 이후의 일 같다. 그 일이 이번 행정심판 신청에 영향을 미친 건지?
  
  "그렇지 않다. 내부에서 그 일로 징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올렸냐는 질문은 있었다고 한다. 실명으로 쓴 글이 공개되는 바람에 이런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다시 한번 헌법 소원…함께 하자"
  
  -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면서 충돌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불가피한 조처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나는 일체의 폭력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만약 현장에서 폭력이 일어난다면, 이를 최대한 없앨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텐데 그게 왜 굳이 폭력이어야 할까. 또 지금 상황 자체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저항권'의 차원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은 '폭력'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본다."
  
  -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현장에 동원되는 전의경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의경 제도를 2012년에 폐지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어청수 경찰청장이 번복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사회적으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상황이다.
  
  1991년에 전·의경 설치법과 시위 진압 명령이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낸 사례가 있다. 그때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의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도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사실 전경은 시위 진압용이 아니라 대외 간첩 작전을 위한 제도다. 의경도 치안 업무 보조를 위한 제도인데 경찰이 자기가 해야 할 온갖 궂은 일을 이들에게 미루고 있다.
  
  다시 한번 헌법 소원을 준비할 생각이다. 현역 군인으로 입대하게 될 친구 2명과 함께 계획 중인데, 이들이 전경으로 차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고민이다.
  
  그래서 현역 전경이거나 군사 훈련을 받고 전경으로 발령난 이들 중에서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할 사람을 찾으려 한다. 내게 연락을 해달라. 사회단체에서도 전의경 제도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아는데, 힘이 될 것 같다."
  
  - 전·의경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될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현재 한국 군대에 구조적 모순이 있다. 모병제로 바뀌는 건 물론 군사 문화도 절대 안보 개념에 녹아들지 말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현실적인 군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전의경 제도 폐지는 현실적으로 절실하지만 여전히 미봉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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