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 가운데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주화운동관련자들이 직접 '공제회'를 만들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간한 <민주화운동관련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효조사응답자 중의 19.2%가 무직이고, 월 소득 1백만원 미만인 사람들은 35.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7월1일자 기사)
***민주화운동관련자들, 공제회 설립 통해 상부상조**
지난 6월 공식발족한 가칭 민주화운동공제회(준)은 오는 12월 발기인대회를 거쳐 내년 3월 창립총회를 할 계획이다.
유영표 민주화운동공제회(준) 위원장은 6일 "올해 상반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서 상당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알았다"며 "공제회는 우리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 향약, 두레 등 선조들의 지혜를 계승한 상부상조를 통해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목표로 한다"며 공제회 설립 배경과 목적을 밝혔다.
공제회는 민주화운동관련자와 이들의 직계 존비속을 회원자격으로 해 이들의 회원 가입비와 정기 부담금을 바탕으로 ▲연금지금, 대여사업, 경조금 지급과 같은 상호부조 사업 ▲장학사업, 재난지원, 의료지원 등의 복지 후생사업 ▲미술관 전시회 등 수익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홍성복 공제회(준)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공제회 출범 초기에는 기금 규모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복지·후생사업 보다는 기금의 안정적 마련을 위해 회원수 확대 및 각종 기금확대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단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한 5천8백여명과 인정 대기자 3천5백명, 추가신청자 1만여명뿐만 아니라 노동운동과정에서 노동법 위반자 수천명을 포함, 공제회 초기에 3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원자격요건, 정치성 시비...넘어야 할 산**
하지만 공제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적잖을 전망이다.
현재 공제회는 가입 자격으로 ▲민주화운동관련자 및 이들의 직계 존비속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한 자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민주화운동관련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 않다.
홍 사무처장은 회원자격과 관련 "내부적으로 회원자격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다"며 "일단 가입의 문을 최대한 개방한다는 것이 준비위원회의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영표 위원장도 "공제회에 커다란 이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굳이 가입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공제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시간이 흐르면 회원자격 조건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제회가 거대한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거나 특수한 이권을 목표로 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운동관련자'라는 상징성 때문에 회원자격 요건과 관련 엄격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제회 성격상 '정치성'에 대한 시비가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분명한 사전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제회측은 정치적 활동은 일절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회원자격 조건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회원이 되면 공제회 자체의 정체성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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