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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민주투사들, 지금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70년대 투사의 '오늘' 자료집 펴내

우리 사회를 두고 어떤 이는 '민주화된 사회'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들, 지난 70·80년대의 군부독재 시절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처럼 '보다 민주화된 사회'의 밑거름이 된 사람들, 흔히 공안기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하고, 사회에서도 '빨갱이'란 질시를 받았기도 한 지난날의 '민주투사'들은 오늘날 어떤 얼굴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보다 민주화된 사회'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지난날의 '민주투사'들이 대거 권력의 핵심 실세로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은 '민주투사들이 다들 출세했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구체적 삶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조사한 사례나 통계자료는 지금껏 전무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가 최근 <민주화운동 관련자 실태조사>란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1970년대 노동운동, 정치운동, 빈민운동 등 각 분야에서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던 관련자들이 과거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했는지, 그로인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나아가 현재 경제적 상황은 어떠한지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자료집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수도권거주자' 7백16명을 대상으로 2003년 11월24일부터 12월19일까지, 2004년 1월7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두차례 나눠 진행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민주화기념사업회 김영준 사료관장은 "시대적 대의에 따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초와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여전히 사회 저변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참여자들의 삶은 여전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사회적 관심 또한 뒷전으로 밀려있다"며 이번 조사 배경을 말했다.

또 사업회측은 "이번 조사는 한정된 모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전국적 차원의 조사를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개인-가구소득은 학력과 민주화운동 투신 분야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다. 즉 대졸 이상 학생운동에 참여한 경우가 고졸 이하 노동운동에 참여한 경우보다 현재 훨씬 좋은 수입과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의할 부분은 지난 민주화 운동 경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서는 반대로 고졸 이하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대졸 학력자의 경우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동년배들에 비해 사회적 신분이나 소득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판단할 수 있다.

다음은 이 자료집 내용 중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의 경제적 상황과 스스로의 평가 및 인식을 중심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1. 직업**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의 현재 직업을 조사한 결과 유효조사응답자 중의 19.2%가 무직, 4.8%가 전업주부이다. 무직인 사례가 높은 이유는 현 우리 사회 전반의 높은 실업률과 중년층의 조기퇴직 바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전반적 고실업 상황과 별도로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이 운동 이후 사회적 적응의 어려움도 한 원인으로 추측된다.

또 하나의 특성은 직업군 중 고위 임직원 및 관리직(20.0%), 전문직(31.2%) 등에 속한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조사 대상의 거주지역이 수도권에 한정되며, 유효조사응답자들의 상당수가 대학이상의 학력, 특히 수도권 4년제 이상의 명문대학 출신자들이 많다는 측면에서 이해 가능하다.

<그림6-1>

***2. 개인수입**

유효조사응답자 전체에서 수입이 없거나 1백만원 미만인 사람들은 35.6%에 이르러 무소득, 저소득자의 비율이 상당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유효조사응답자들이 수입규모의 분포에서 주어진 범주에 대체로 골고루 퍼져있는데, 이는 사회전체의 소득규모의 분포가 중층 이하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양상으로 유효조사응답자내에 고소득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의미한다. 즉 저소득층 이하의 비율과 고소득층의 비율이 동시에 높은 것으로 보이며, 즉 유효조사응답자 내부의 수입격차가 뚜렷한 이분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림 6-2>

학력별 개인소득을 보면 이러한 수입격차가 분명해지는데,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2백만원 미만의 월 평균소득을 보이는 반면, 대졸 이상은 3백만원 이상의 개인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눈여겨 볼 것은 대졸 이상 학력자 중에서도 월 평균 소득이 2백만원 미만인 비율이 39.5%로서 이들 사이에서도 소득격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 이들의 현재 소득은 과거 구속·구금에 따른 후유증 유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급여를 받지 않고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시간제 일에 종사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표 6-4>

민주화운동관련자 본인들은 동년배에 비해 자신의 수입규모에 대해 '훨씬 못한 편이다'라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신들의 수입이 훨씬 좋은 편이라는 비율이 2.9%, 조금 좋다는 비율이 8.8%로, 비슷하다는 비율이 27.9%인 반면 조금 못하다(20.4%), 훨씬 못하다(40.0%)고 답변해 민주화운동 참여자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3. 가구수입**

조사결과 유효조사응답자 중 고정수입이 없거나 1백만원 미만은 12.4%이 반면, 4백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30.4%에 이르러 가구수입도 개인수입과 마찬가지로 응답자 내부에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수입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우 2백만원 이하가 58.1%인 반면 남성은 28.5%에 머물렀다. 4백만원 이상의 고소득에서는 남성이 36.8%로 여성(8.9%)를 크게 앞질렀다. 이 결과는 학력분포와 연계시켜 해석할 수 있는데,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지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체로 남성들인데 비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저학력이면서 노동운동에 참여한 사실과 깊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표 6-7>

***4. 민주화 운동 경험에 대한 평가**

조사응답자들에게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현재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거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더 나빠졌을 것'이 12.8%,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 34.4%를 차지한 반면 나머지 52.9%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답변해 유효조사응답자들의 절반정도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삶을 현재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평가는 운동 분야에 따라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노동운동보다는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삶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더 많이 응답했다.(대졸이상 57.3%, 고졸이하 40.6%) 반면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우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현재의 삶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로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고, 특히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 내부에서 나타나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이러한 기대치와 현실간의 괴리감을 더욱 깊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5. 기타**

이밖에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현재 민주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분야로 언론(33.2%), 정치(22.35%)을 최고로 꼽았고, 법조계(2.4%), 행정관료(5.7%)를 가장 민주화에 뒤쳐진 분야로 지목했다.

또 민주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대다수(많이 기여했음 56.0%, 어느정도 기여했음 37.1%)가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또 유효조사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시민사회단체에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고, 대졸 이상보다 고졸 이하 학력자들의 참여비율이 높았다.

한편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이들에 대해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명예회복'(28.8%), '진상규명'(28.4%), '보상'(24.3%)를 주된 내용으로 꼽았다. 이에 비해 책임자 처벌은 10.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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