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전국민의 80%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 마당에 "잘못된 정책이어도 무조건 따르는 것이 공무원의 임무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공무원단체들도 강력 반발하며 공동 대응을 펼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욱이 행안부가 밝힌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 위반 여부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잘못된 정부 정책도 공무원은 군말없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
행안부는 이날 "공무원은 단체행동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위참여 등을 유도하는 것은 공무원법을 위반한 불법 집단행위"라며 "공직사회 기강확립과 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관련 공무원들을 사법당국에 형사고발 및 징계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모두 6명이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위원장,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위원장, 김찬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 등 3단체의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전공노의 경우 지난 2일 "잘못된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정치적 홍위병이 될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홍보 지침, 물 사유화, 공공부문 외주위탁 등의 정책에 대한 행정 지침 거부를 선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관련 기사 : "공무원은 정부 지시 거부…민주노총은 창고 봉쇄")
민공노와 공노총은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리던 지난 10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공무원과 교원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국민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책무를 가진 일꾼으로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밝힌 것이 '불법'으로 규정됐다. (☞관련 기사 : 교사·공무원 "국민 일꾼으로서 잘못된 정책 거부")
행안부는 "공무원노조의 이 같은 행위는 공무원노조의 적법한 활동범위와 공무원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난다"며 "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질서를 훼손하고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불법적 집단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 6명이 검찰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다.
법률 전문가들 "어떤 법 조항도 명백한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
행안부는 이들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하위직 실무자들이 고위층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야만 하는 것이 공무원의 본연의 자세는 아니다"라는 것.
특히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는 하위 공무원이 무조건 따를 의무는 없다는 판례도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얘기였다. 정부가 문제삼은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공노와 공노총의 경우 시국선언을 하고 개인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석한 것 외에 직접적인 행동을 한 것도 없다.
법률사무소 FIDES의 맹주천 변호사는 "행안부가 지적한 공무원법 제66조 집단행위 금지 조항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적용될 있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익에 반하거나 직무집행을 저해하는 두 가지에 한정해서만 집단행동을 못하도록 한 것인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공무원노조법(제3조 및 제11조)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성명만 놓고 쟁의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도 회의적이다. 맹 변호사는 또 "공무원 구조조정이나 민영화의 경우 공무원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인만큼 의견 표출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맹주천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공무원도 국가 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자연인으로서의 지위가 구별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자연인으로서의 공무원이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원초적인 정치적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고발당한 정권이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을 고발한다고?"
때문에 행안부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두며 공무원단체 임원 징계에 나선 것에 대해 해당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에게 고발당해 내각마저 총사퇴 운운하는 정권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공무원을 고발하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이명박 정권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맹비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정용천 대변인도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고 길들이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전국민적 분노에 덧붙여 공무원까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 경우 더욱 좁아질 정부의 입지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일 뿐이라는 것. 전공노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의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전공노는 최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투표' 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전공노는 오는 7월 대의원대회에서 불신임 투표 건을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 분노에 부응해 공무원의 정신에 맞게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되려 더 거센 촛불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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