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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수 감독의 '컨테이너 서울 상륙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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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수 감독의 '컨테이너 서울 상륙 작전'

[기자의 눈] 나라 망신 자초하는 이명박

100만 촛불 대행진이 예정된 1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컨테이너가 등장했다. 경찰은 광화문뿐만 아니라 안국동 앞 사거리에도 컨테이너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그 동안 경찰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설치해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을 '사수(死守)'해 왔던 경찰이 마침내 대형 컨테이너를 수십 개 이용해 서울 한 복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것. 서울의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이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바라보자니, 한동안 잊었던 '컨테이너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에서의 풍경이었다.

그때 그 어청수가 몰고 온 '컨테이너 상륙작전'
▲ 경찰은 벡스코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 가운데 하나였던 수영강 3호교 다리 위에 컨테이너 10여 개를 쌓았다. 보기에도 당장 '무식해' 보였다. 마치 괴물 같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때부터 몇 시간 동안 눈앞에서 펼쳐진 '아찔한' 그림들이었다. ⓒ프레시안

그해 11월, 기자는 <프레시안>에 갓 입사한 풋내기 기자였다. 취재라기보다는, 실습차 선배를 따라 내려갔던 부산에서 기자는 놀라운 풍경을 목격했다. APEC 반대와 이라크 전쟁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 앞에 등장한 컨테이너 때문이었다.

경찰은 부산 벡스코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 가운데 하나였던 수영강 3호교 다리 위에 컨테이너 박스 10여 개를 쌓았다. 마치 괴물 같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때부터 몇 시간 동안 눈앞에서 펼쳐진 '아찔한' 그림들이었다.

컨테이너 위에서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에 시위대가 당혹한 표정을 지은 것은 잠깐이었다. 금세 시위대는 밧줄을 컨테이너에 걸어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경찰 지휘부는 상황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컨테이너 위에 늘어선 전경들을 '방치'했다.

결국 전경 3명이 추락했다. 시위대에서도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끔찍했던 순간을 만들어낸 당사자가 바로 당시 부산경찰청장이었던 어청수 현 경찰청장이다. 컨테이너라는 보기에도 '무식한' 괴물을 등장시킨 것도, 창창한 청춘의 20대 청년들이 컨테이너에서 떨어질 때까지 모른 척한 것도 바로 어청수 청장이었다.

"저 컨테이너가 무슨 국가 보안 시설이냐"
▲ 심지어 경찰은 촛불시위 참석자들이 밧줄 등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끌어낼 상황에 대비해 박스와 박스 사이를 용접하고 쇠줄을 이용해 묶어 아스팔트 위에 고정시키기까지 했다. ⓒ뉴시스

그리고 촛불 집회가 40일 넘도록 지속된 10일, 마침내 그 컨테이너 괴물이 서울에 나타났다. 어청수 청장이 진두지휘한, 이른바 '컨테이너 서울 상륙 작전'이었다. 오직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출근길 시민들은 혀를 찼다. 이 기괴한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시민까지 경찰은 제지했다. 경찰의 '컨테이너 상륙 작전'으로 인해 15분씩 걸리는 횡단보도 신호대기 시간에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경찰은 막무가내로 막았다. 이유도 없었다.

"컨테이너 박스가 무슨 국가보안시설이라도 되냐"는 한 시민의 항의도 무용지물이었다. 관련 법 조항도, 어떤 설명도 없이 경찰은 막기만 했다.

심지어 경찰은 촛불 집회 참석자들이 밧줄 등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끌어낼 상황에 대비해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를 용접하고 쇠줄을 이용해 묶어 아스팔트 위에 고정시키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온 "용 쓴다, 용 써"라는 시민들의 비웃음은 경찰과 청와대를 조롱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신용도 하락을 자초하는 국가 망신이다"

경찰이 '용 쓰고' 있던 그 시간,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00만 촛불 궐기가 국가 신용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들은 "세계의 눈과 여론이 우리나라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과격시위는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며 외국인 투자 유치는 물론 수출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세계의 눈과 여론이 우리나라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등장한 무식한 컨테이너를 향해 쏟아질 세계의 수많은 조롱의 시선을.

그리고 평화로운 촛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용접한 컨테이너를 통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정부로 인해 타격을 입을 국가 신인도와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을. 지금 누가 나라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가?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세계의 눈과 여론이 우리나라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등장한 무식한 컨테이너를 향해 쏟아질 세계의 수많은 조롱의 시선을.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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