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가 강요한 '광우병 룰렛'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절박한 생활정치의 분출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당연한 요구를 무시하고 억압했다. 그 결과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 전체를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나라를 벗어나 '지구적 촛불시위'라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 이명박 세력 전체가 이명박 대통령을, 아니 미국산 쇠고기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로써 한국의 보수세력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부패무능세력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적나라하게 확인되었다.
그렇지만 이명박 '장로'의 가장 큰 '배후'는 역시 '보수 목사'들인 것 같다.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마귀'가 '촛불시민'들의 '배후'라고 설교하고,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빨갱이'가 '배후'라고 주장하며, 두레공동체의 김진홍 목사는 촛불시위를 '촛불난동'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 목사들을 보면 예수가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자를 자처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자들에게 뭘 더 바라겠는가만, 이 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악용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신도들을 선동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기독교도들은 '혐오선교'를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자들이 매일 저지르고 있는 '혐오설교'이다. 이 자들은 위대한 기독교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더욱이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조용기 목사는 대통령이 '장로'이니 얼마나 국민을 위하겠냐고 이명박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로'인가 '목사'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정책이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은 결코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조용기와 같은 '보수 목사'들은 잘못된 정책을 옹호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다. 조용기 목사는 '광우병 오적'의 하나로 지목되었을 정도이다.
'장로'라는 이유로 '보수 목사'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기도했을 정도로 배타적 기독교도인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다른 종교를 존중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첫번째로 만난 사람들은 불교 대표단이었다. 그는 6일 청와대에서 불교 대표단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 내용이 대단히 놀랍다.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쇠고기) 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소통'은 없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재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재협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서로 얘기를 나누자고 불교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잘못된 입장을 아예 확정지어 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수입하지 않으면, 광우병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협박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을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국민에게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 아니냐. 그것은 아마 그렇게 될 것"이며, "민간이 하더라도 사실상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한달이 넘게 밤을 새워가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뿐만 아니라 각종 특정부위의 전면수입도 문제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철저히 폐기하는 '광우병 쓰레기'를 전면수출해서 떼돈을 벌게 되었다고 즐거워하고 있다. 그리고 버시바우가 이미 한달 전에 거부했던 민간의 '자율규제'라는 것은 미국 축산업계와 한국 수입업자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기자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율규제'가 좋은 것이라면, 도대체 정부는 왜 필요한가? 한심할 뿐이다.
광우병 문제가 가장 큰 사안이니 이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큰 문제가 바로 '대운하' 계획이다. 그 파괴성으로 따지자면 사실 '대운하' 계획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파괴' 계획에 대해 지관 스님이 "반대 의견이 많으니 보류하는 게 어떠냐"고 말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는 국제적 통상문제이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말할 수 없지만 대운하는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검토 의향'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과에 비추어 보면 반대로 보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수천명의 교수들이 '과학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80%에 이르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역시 '과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강부자' 내각/수석은 줄곧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무식해서 '대운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는 망언을 해왔다. 최근에 국토부는 대대적인 홍보로 국민들을 혹세무민해서 '대운하'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재검토 의향'을 갖고 있다면, 이미 명확히 드러난 여론을 존중하겠다고 말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 대표단과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기 전에 현충원에서 추념사를 발표했다. 이 추념사에는 "정부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데 최우선적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전자는 곧 '민생안정종합계획'이라는 것으로 발표될 예정인데, 그 핵심은 6조 원의 돈을 시중에 풀겠다는 것이다. 촛불을 돈으로 사겠다는 것이냐는 의혹이 들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돈을 갑자기 시중에 풀면 물가는 더욱 급등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분양가 상승, 국민임대주택 공급 감소, 실수요자 청약 제한 등의 주택정책에서 잘 드러났듯이 이명박 정부는 분명히 반서민 '강부자' 정부이다. 서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강부자' 정부와 그 정책의 개혁이다.
추념사에는 "더 낮은 자세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말도 전혀 믿을 수가 없다. 그는 이 말을 하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불교 대표단을 만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말하고는 바로 뒤에 자기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현충원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최근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찰폭력의 책임자로서 강력한 해임의 요청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악수도 심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HID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몇 시간 뒤에 서울광장을 무단점거해서 행사를 열어 시민들을 쫓아내더니, 급기야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한 서울대생의 코뼈가 산산조각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기들을 믿어달라고 말하면서 절대 믿을 수 없게 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을 만나 '나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겠다는 '불도저 선언'을 한 것인가?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뛰어주니까 국민들과 소통이 되더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적극 나서서 국민들을 혹세무민하고 촛불시위를 진압하라고 부탁한 것인가? 국민의 뜻은 이미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반성과 개혁이 필요할 뿐이다.
류우익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들과 한승수를 비롯한 장차관들의 전면적 교체는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내용으로는 부차적인 일이다. 처음부터 표절과 투기 등 극히 저열한 문제들로 얼룩진 부실한 내각/수석이었다. '강부자', '고소영', '숭미파' 내각/수석이라는 비판에 진작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 '대운하' 계획, 의료 민영화, 학교 자율화 등 후진기어를 넣고 앞으로 가자고 하는 망국적 '강부자'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어떤 거짓도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촛불들은 이미 명확히 입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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