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두 차례의 성명을 통해 정부에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한 바 있는 한국노총이 5일에는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 섰다. "재협상은 없다" 등의 강경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에게 "미국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국노총은 "한국 국민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양국 간의 경제교류와 무역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의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당장 실력행사에 나서거나 거리 시위에 조직적으로 동참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야외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2005년 비정규직 관련법안에 대한 양대 노총 공동의 투쟁 이후 처음이다.
"재협상은 문제 있던 협상을 바로잡는 것…한미간 신뢰를 위해서도 필요"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표시제,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한 일본과 유럽연합(EU) 수준의 광우병 위험물질(SRM) 부위의 수입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것은 절차와 내용에서 문제가 있었던 과거의 협상을 정상적인 내용으로 바로잡는 것으로 양국 간의 신뢰와 양국 국민의 우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이날 버시바우 대사 측에게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노총(AFL-CIO)에도 "미국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 달째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전 국민적인 분노를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다. 비록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체결한 바 있지만,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쇠고기 관련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항의 서한 전달 외에도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 4명과 함께 여야에 국회가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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