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밤새도록 이어진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관보 게재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2일 "관보 게재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체결한 정책 연대 때문에 시민·사회·노동단체 가운데 그나마 유일하게 반(反) 이명박 전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국민의 뜻에 반했던 모든 정책을 폐기하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장석춘 "정책연대, 난해한 부분이 있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과 정부, 한국노총의 첫 정책협의회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촛불 집회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전체가 동요하기 전에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맺으며 난해한 부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노총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정부의 겸허한 자세"라며 "관보 게재를 즉각 중단하고 재협상을 포함한 근본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또 "촛불집회 관련 연행자 전원을 조건 없이 석방하고 강경 진압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그 밖에도 한국노총은 내각에 대한 전면 쇄신 및 청와대 비서진 교체, 사회적 대화 기구에 대한 점검 및 위상 강화, 물가 대책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요구안에 대한 정부 대책 내용을 살핀 뒤 3일 개최되는 25개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현 시국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정책협의회는 별도로 하되,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국노총은 최근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거센 국민적 저항이 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대내외로 강한 탓이다.
이날 처음 열린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정부의 정책협의회에서 장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의제가 아닌 쇠고기 문제를 꺼낸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정책협의의 핵심 의제는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지만, "'지금 한국노총이 편안하게 공공부문 정책협의회를 할 시국인가'라는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고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전했다.
사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약속한 지 6개월 만에야 비로소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의에 나선 것도 쇠고기 파동 등 거센 국민적 저항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정책협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노총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정책협의회 개최를 촉구해 왔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부의 태도는 미적지근했었다.
어쨌든 한국노총은 이날 처음으로 고위급 정책협의회가 열린데 이어 "수시로 실무 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는 합의를 얻어냈다. 이에 얼마전까지 '정책 연대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한국노총도 일단은 정책협의회를 통한 대화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하지만 "6월 중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한국노총과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국노총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시민들의 촛불 행렬이 최근 "이명박 퇴진, 독재 타도" 등의 반 정부 움직임으로까지 진화하고 있어,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가 엉뚱한 곳에서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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