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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안된다"더니 웬 '수출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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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안된다"더니 웬 '수출자율규제'?

[김종배의 it] MB정부의 '물구나무 역주행'

지적은 충분히 나왔다. 정부의 이른바 '수출 자율규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수많은 사람이 이미 지적했다. 새로울 것도 없는 분석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다.
  
  딱 하나만 따로 얘기하자. 맘 좋게 이해하려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율배반의 대표 사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0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만나서 말했다. "(국내)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자율 결의했다"며 "실질적으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지금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국내 수입업자가 수입하지 않기로 결의한 마당에 미국에 제발 수출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해야 할 이유가 뭔가? 이 대통령의 또 다른 말처럼 "국내 수입업자들이 수입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일개 대사로부터 한국민은 공부 좀 더 하라는 훈계까지 들으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없다. 그럴 이유가 없다. 정부가 정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는 게 최상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효율성도 없다. 통제권 밖에 있는 미국 수출업체들과 힘겹게 줄다리기를 할 바에는 이미 결의를 한 국내 수입업체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세 살배기 어린이도 알 법한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순리'를 버리고 '역리'를 좇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아주 간단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대표에게 그런 말을 한 바로 다음날 박창수 수입육협의회 임시회장이 나서 부인했다. "수입업체들이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자율결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실상이 이렇다. 국내 수입업체들이 '수입 자율규제'를 한 적이 없으니 미국 수출업체들에게 '수출 자율규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느냐고 따지는 건 둘째 문제다. 그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또 다른 이율배반 사례다.
  
  국내 수입업체의 자율 결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부가 통제권 밖에 있는 미국 수출업체들의 자율규제를 끌어내려 한다는 게 난센스다. 선후와 본말, 주종을 바꾼 역주행 행정이다.
  
  정부 행정의 본새가 이렇다. 물구나무서서 달리기를 한다. 주행선을 넘나들면서 비틀비틀 물구나무 달리기를 하고 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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