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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원 전원 '쇠고기' 상경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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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원 전원 '쇠고기' 상경 투쟁

"200만 도민과 함께 재협상 요구한다"

3일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 흰 와이셔츠와 양복 바지를 차려 입은 의원들이 질끈 머리끈을 묶고 구호를 외쳤다. 백발이 성성한 노의원도, 곱게 화장을 한 여성 의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실시하라",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폭력 정권 물러가라"

전라남도 의회 의원들이 미국산 쇠소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단행했다. 51명의 도의원 중 출장 중이거나 의정 활동이 불가피한 의원을 뺀 40명 전원 참석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재협상이 선언될 때까지 200만 도민과 함께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내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의원 5명이 나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런 대접 받는 농민, 한스럽기 짝이 없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 실시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는 고송자 의원. ⓒ프레시안

"전남은 농도다. 쇠고기 협상은 농촌에 직접 영향을 준다. 지금 농촌이 엄청 바쁜 시기다. 우리가 도민을 대표해 왔다. 서울 시민이 촛불 집회를 평화롭게 하는데 군홧발로 밟고, 물대포를 쏘는 것을 봤다. 사랑하는 아들 딸, 손자들이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이대로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함께 해야 하지 않냐며 왔다."


이날 삭발에 참가한 유일한 여성 의원인 고송자 의원은 스스로가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이었다. 그는 지난 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서울로 왔다고 했다. 매일같이 봐줘야 할 작물도 뒤로 한 채 온 것이었다. 삭발을 마친 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슬프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가슴 아픈게 아니라 이런 대접을 받고 사는 농민이 정말 한스럽기 짝이 없다. 힘없는 사람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곧 환갑을 앞두고 있다는 고송자 의원은 "여성 농민 중에는 나이가 환갑이 되면 제대로 걷는 사람이 없다"며 "자식들 잘 되라고 고생하는데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됐다"고 질타했다.

"지금 농촌이 다 죽어가고 있다. 비료값이 100% 이상 오르고, 농약값, 유류비 다 올랐는데 농산물은 팔지 못해서 다 밭에서 썩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오면서 식당이 안 되니까 무도, 배추도 팔리지 않는다. 뼈빠지게 농사 지어온 농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슴이 주인 말도 안 듣고 멋대로 외국에 다 내주고 오면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

"정부 발표? 시간끌기!"

"저도 놀랐다. 농번기철이고, 농업에 종사하는 분이나 직간접적인 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많이 오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까지 모를 심어야 하는 분까지 어젯밤에 잠도 안 자고 작업을 마무리해놓고 왔다."

전남도의회 김종철 의장은 도의원들이 상경 투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농업의 입장에서 이건 생존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의장은 "정부는 단순히 축산업자들을 조금 달래면 되겠지 생각했겠지만 다른 농업과의 연결고리를 간과하지 않았나"라며 "참 서글픈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의장은 이날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구 등을 미국에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을 두고 "시간끌기로 본다"며 "실제로 정부가 지금에 와서 입장을 바꾸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툴게 협상한 것 자체로 얼마나 국정이 꼬였나"라고 지적하며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았길 때문에, 국민의 뜻을 몰랐기 때문에, 서툰 국정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 의회 의원들이 미국산 쇠소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단행했다. 51명의 도의원 중 출장 중이거나 의정 활동이 불가피한 의원을 뺀 40명 전원 참석이었다. ⓒ프레시안

전남도의회는 성명서에서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철회 및 재협상 선언 △국정운영 사과 및 관련자 문책 △폭력 중단과 연행된 시민 전원 석방을 요구했다.

도의원들은 우선 이날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계속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상경 투쟁을 쇠고기 재협상이 선언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일정은 이곳에서 '의원총회'을 열어 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남도의원들은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할 때까지 상경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삭발을 하고 있는 강우석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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