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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100일, '버려진' 사람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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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100일, '버려진' 사람들의 목소리

"물가상승, 내수침체, 양극화까지…총체적 위기"

"100년 같은 100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100일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모두 같았다. 중소 영세 상인도, 농민도, 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한 목소리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는 버려진 국민"이라고 한탄했고(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 중소 영세 상인은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인태연, 부평 문화의 거리 내 상인).

축산 농가의 농민은 "차라리 대책이라도 내놓지 말던지, 우리를 놀리냐"고 분통을 터뜨렸고(나종구, 강원도 홍천), 학생들은 정부가 내놓은 온갖 교육정책들을 보며 "청소년을 죽음으로 내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정당당, 학생)

진보정치연구소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3일 공동개최한 토론회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민생고를 듣는다' 토론회는 이명박 정부 아래 국민으로 살아가기가 참 어렵고 또 어려운 일임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경제는 살린다더니, 서민경제는 이미 총체적 위기 상황"
▲"100년 같은 100일이었다."이명박 정부 100일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모두 같았다. 중소 영세 상인도, 농민도, 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한 목소리였다. ⓒ프레시안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민경우 진보정치연구소 경제담당위원은 이명박 정부 100일의 서민경제 상황을 분석하며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는 오르고, 내수는 침체된 상황에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서민경제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경유 값은 올해 초에 비해 436원이 폭등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미 2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밀가루 값도 지난해에 비해 64.1%나 상승했다. 서민에게 당장 체감되는 교육비는 2003년 4분의 1분기에 비해 올해 42.1%나 뛰었다. 의료비도 59.2%나 올랐다.

반면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민경우 위원은 "보수 언론에서조차 '고용 쇼크'라고 얘기할 정도로, 2005년~2007년 28~29만 명선을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율이 올해 3월에는 19만1000명으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비롯해 양극화도 심해졌다.

민 위원이 "총체적 위기"라고 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는 "더 심각한 것은 지금이 시작이라는 점"이라며 "그나마 지금은 수출 덕으로 이 정도 성장을 하고 있지만 하반기되면 수출은 둔하되고 내수 침체가 겹쳐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망에 따르더라도 올해 상반기보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명박 시대', 국민으로 살아가기 "참 어렵다, 어려워"

"서민경제의 총체적 위기"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각계각층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각계가 증언하는 '이명박 100일, 민생고'의 요약이다.

■ 비정규직 노동자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 "우리는 버려진 국민이다"

지금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여성 노동자가 구로역 근처에 있는 35m CCTV철탑에서 9일째 농성 중이다. 파업 1000일을 넘기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지난 5월 11일 서울광장 앞의 고공시위로 겨우 노동부 서울청장으로부터 "노사정 3자 교섭을 풀어보자"는 약속을 얻었다. 하지만 두 차례 열린 교섭에 서울청장은 안 나타났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더라.

인수위 시절에도 우리 문제를 풀어보고자 면담을 수차례나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너희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명박 지지한 적 없지 않냐. 지지했던 사람한테 가서 해결해달라고 해라"였다. 대통령이 됐으면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버려진 국민이었다.

■ 축산 농가 농민 나종구 "사료 값은 오르고 소 값은 내리고"

우리 농업을 지탱하는 두 개의 산맥이 쌀과 축산이다. 쌀농사는 이미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축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일종의 호황기였다. 물론 그동안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부터는 너무 심각하다. 사료 값은 엄청나게 올랐고 소 가격은 절반 이상 내려갔다.

1년 전에 25kg 한 포대에 7000원하던 사료가 지금은 1만2000원 정도다. 숫 송아지는 1년 전에 220만 원 이던 것이 지금은 170만 원이다. 큰 소는 420만 원 받던 것이 3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았지만 별 의미가 없다. 차라리 대책이라도 안 내놓으면 '죽자 사자'일 텐데 오히려 정부가 말도 안 되는 대책으로 축산 농가를 우롱하고 있다.

■ 운수 노동자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 "경제 핵심인 유가 문제도 배 째라식"

유가 문제는 경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정치적 실책, 도덕적 실책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생각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기름 값이 너무 오르니까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은 손해를 보며 차를 몰고 있다. 대출 때문에 운행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는 수 없이 모는 것이다. 이미 화물연대 1만3000명의 조합원 가운데 10%는 파업 상태다. 결국 정유사를 규제해 가격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화물연대는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철도 등이 산별노조인 운수노조로 함께 있어 올해 화물연대의 파업은 지난 2003년의 그것보다 2배 이상의 위력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다 진짜 나라 망할지도 모른다.

■ 부평 문화의 거리 내 상인 인태연 "이명박에 더 이상 기대 없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형마트의 유통업계 독식으로 인해 상인들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다. 우리 상인들의 결론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씨는 최근 선진국 수준으로만 하면 된다며 대형마트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과거 중산층에 속하던 상인계층은 지금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2~3년 내에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두 재벌 때문이다. 현재 자본이 모두 제조업을 내팽개치고 금융과 유통으로 가고 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중소 상인이 받고 있다. 이 대형유통재벌과 싸우는 길 뿐이다.

■ 학생 정당당 "어이가 없다"

이명박 100일 동안 나온 정책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 특히 교육 정책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들로 가득했다. 처음 발 딛을 때부터, 영어몰입교육으로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보여줬다. 반대 여론이 치솟자 손바닥 뒤집듯이 인수위 계획을 뒤집었고 다 왜라고 했다. 24시간 학원 심야 영업도 그랬다. 학교를 모르고, 청소년을 모르고, 학원을 모르고, 현 입시 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청소년을 내몰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 위험하고 또 위험하다…다시 눈과 귀와 머리를 서민에게"
▲서민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비즈니스 프렌들리'뿐이다. ⓒ프레시안

서민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비즈니스 프렌들리'뿐이다. 기득권층에만 해당되는 종부세와 법인세는 깎아주고 기업이 호소하는 각종 규제 완화 목소리만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식의 성장 지상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이다.

민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데 그 위험성은 이미 지난 100일의 상황이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아무리 수출이 늘고 성장을 하더라도 일자리와 고용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1000개 기업의 내부 유보금만 364조 원인데 법인세 10조 정도 깎아준다고 설비 투자가 늘리는 없다"며 "KDI에 따르면 하반기에 대부분의 기업이 많게는 4%까지 설비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경제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계속 이어간다면 서민경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해답은 다시 눈과 귀와 머리를 서민에게 돌리는 것뿐이다.

이명박 취임 100일 만에 터져 나온 "서민 생계 보호를 위한 긴급하고 폭넓은 대책 마련과 고용·공공서비스·중소기업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경제 정책 기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부는 얼마나 귀를 기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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