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운천 장관 발표는 '비열한' 기만책"
전국의 17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3일 논평을 내 "이번 정운천 장관의 발표는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가 아무런 통제도 없이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만을 잠시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조치"라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려 한다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중단'을 명백한 정부 방침으로 확인하고 이를 미국 측에 요구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정확히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문제점을 오직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한정된 것인 양 의도적으로 축소, 왜곡하려는 저의를 숨기고 있다"며 "이 수입 위생 조건의 문제점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 말고도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붙어 들어오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 수입 등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운천 장관의 발표는 폭발하는 국민 저항을 일시 모면하려는 비열한 기만책에 불과하다"며 "정말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이번 협상 결과를 전면 무효 선언하고 즉각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의 힘을 진정 두렵게 여긴다면 당장 미봉책을 포기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또 대국민 사기극…걱정된다 이명박"
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전문가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밝혔듯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바꾸지 않은 채 미국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시늉만 하려고 한다"며 "이것은 국민을 또 한 번 속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국장은 "일본처럼 2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를 수입하는 것을 목표로 전면적인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만을 문제삼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이번 정운천 장관의 발표는 여전히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음을 말하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국장은 "미국, 한국의 민간 업체의 자율 규제에 맞기겠다는 발상은 그간 청와대, 정부 관계자들이 경솔하게 말해온 '업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 '걱정되면 미국산 쇠고기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와 다를 게 없는 말"이라며 "국민의 촛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송기호 변호사도 "만약 정부가 민간 자율 규제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정말로 걱정된다"며 "그것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한 달간 외친 것과도 전혀 동떨어진 기만책에 불과하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송 변호사는 "민간 자율 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협정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자동차·섬유같은 분야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위생검역협상(SPS) 조치에는 본질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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