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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대운하 안되면? 그 다음엔?

[김종배의 it] 정부는 아직 어떤 결단도 내리지 않았다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고시 유보와 대운하 보류는 분명 변화다. 이전의 '절대 불가' 입장에서 '절대'를 뺐으니 그만큼 유연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평가절상할 이유도 없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지 변화가 끝난 게 아니다. 정부가 동원하는 단어는 '유보'와 '보류'이지 '철회'와 '백지화'가 아니다.

정당한 평가는 '일단 접수'다. 일단 접수해 놓고 지켜보는 것이다. 정부가 꾀하는 변화가 어디를 향할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고시 유보에 뒤이을 재협상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1년 유예'에 맞춰져 있다는 보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안 봐도 비디오' '눈 가리고 아웅'이란 혹평이 절로 나오지만 그래도 일단 지켜보자. 그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더러, 국민 여론에 굴복하기 시작한 만큼 국민 하기에 따라 재협상의 폭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 ⓒ뉴시스

딱 하나만 짚자. 정부의 위기 대처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없다. 그 흔한 로드맵이 없다. 시뮬레이션도 없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게 4월 18일이고, 촛불집회가 시작된 게 5월 2일이다. 길게는 40여일, 짧게는 한 달 동안 국민 반발이 계속됐다.

사정이 이랬다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어야 한다. 국민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재협상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재협상 관철 로드맵을 짰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고시 유보 결정 이후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보면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 관계자가 그랬단다. "청와대의 지시로 외교통상부 차원에서 재협상 여지를 미국과 타진 중"이라며 "미국이 거부할 경우 물밑 타진 자체는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단다.

미국의 재협상 수용 가능성을 공식석상도 아니고 물밑에서 타진하기 시작한 게 어제라는 얘기다.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손을 털겠다는 얘기다.

이게 작금의 정부 행정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져야 팔짝 뛰기 시작하고, 하다가 안 되면 손을 터는 식의 행정이다. '즉흥'과 '단발'의 행정, '안 되면 말고' 식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운하는 어떨까? 쇠고기에 견줘 말하자면 '안 되면 그때 가서' 식이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하고 몇 가지 로드맵을 갖췄던 것 같다. 언론이 공개한 정부 문건만 추려도 '대응방법'을 적잖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다. 그 시뮬레이션과 로드맵은 모두 '안 되면 되게 하라'에 맞춰진 것이다. 성격이 상반된 로드맵은 없다. '안 되면 그때 가서' 식이다.

'안 되면' 이후의 상황을 진지하게 상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똑같다. 상관성도 똑같다. 정부의 의지가 미약한 사안에 대해 '안 되면 말고'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사안에 대해 '안 되면 그 때 가서'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기실 같다. 의지와 태도가 비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똑 같다.

하긴 다르긴 하다. 대운하의 경우엔 '안 되면' 이후의 로드맵을 굳이 짤 필요가 없다. 그냥 포기하면 되는 일이니까 아까운 국가예산을 들여가며 시뮬레이션 하고 로드맵을 짤 필요가 없다. 그냥 '백지화'를 선언하면 끝나는 일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되짚어야 한다. 대운하 보류 입장에 깔린 행간을 읽어야 한다.

쇠고기와는 달리 대운하엔 상대방이 없다. 협상을 해야 하고, 협상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결정의 폭을 조절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통치권자가 일도양단하면 끝나는 사안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더구나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냥 '그때 가서' 보자고 했다.

이게 뭘 뜻하는 건가?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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