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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공기업, 재벌이 인수하면 안 돼"

공정거래위원장 우려 표명…재벌들 '공기업 사냥' 준비

"민영화 앞둔 공기업, 재벌이 인수하면 안 된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조찬강연에서 한 말이다.
  
  백 위원장은 이날 "일각에서는 재벌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뛰어들어 무분별하게 확장해도 눈감아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한 배경에는 재벌이 과거처럼 무분별한 확장을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기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재벌 소속 대기업들이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들, 공기업 인수전 본격 채비
  
  공기업 민영화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공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이다. 현재 민간기업에 매각이 검토되는 금융공기업, 에너지 관련 공기업 등은 다들 '알토란'같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공기업 노조들은 그래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대해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키워온 알토란 같은 공기업들을 재벌과 외국자본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매국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 정책과 맞물려 이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현대, 두산, 롯데, GS 등 재벌기업들이 공기업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은 에너지 관련 공기업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올초 "새 정부 들어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될 것으로 보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에너지, 물, 발전, 철도, 도로 관련 회사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 건설의 허명수 사장도 최근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롯데그룹은 관광공사가 거느리고 있는 골프장, 카지노 계열사에 대한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해 '재미'를 본 두산그룹도 공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8년 1.4분기 현재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벌기업들이 경제가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설비확장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보다는 공기업 민영화 등을 염두에 두고 현금을 비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쇄신안, 아쉬움이 있다"
  
  백 위원장은 삼성이 최근 발표한 경영 쇄신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삼성의 쇄신안에 대해 "상호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 등의 단어가 등장한 것은 긍정적이다. 기왕이면 정확한 시기를 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상호출자 등을 통해 이건희 부자(父子)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이런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정상화되기까지의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계속 이 상태로 머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백 위원장은 대형 마트 등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제조업의 힘은 상당히 줄었고, 유통업체의 힘이 강해졌다"면서 "(유통업체가) 거의 제조업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파는 중소기업은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와의 관계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라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제조업체에 대해 가격 인하 요구를 무리하게 강요하는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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