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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마지막 기회…"미국에 미안하다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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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마지막 기회…"미국에 미안하다 말하라"

[송기호 칼럼] 당장 검역 재개 후, 재협상하라

정부가 광우병 고시 공고를 다시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국민이 이룬 하나의 성과이다. 그런데 왜 정부는 고시 공고를 연기했을까? 내가 보기엔, 한국은 아직 미국과 고시 문안을 놓고 협의 중이며, 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공고가 연기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난 19일에, 슈전 슈와브 무역대표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주고받은 편지 이상으로는 고시 문안을 바꿀 수 없다고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애초 지난 4월 18일에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대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여러 건 발생하더라도(In the event (an) additional case(s) of BSE occur(s) in the United States),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 변경하지 않는 한, 한국은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애초의 5항대로 고시를 공고해야 한다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5항에 어떠한 실질적 변경을 가하는 효과가 있는 내용을 고시에 덧붙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나름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한국이 이미 미국과 합의한 내용 그대로이다. 그리고 지난 19일의 슈와브-김종훈 서한 교환의 그 어떠한 부분도 위 5항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슈와브 서한의 다음 내용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The United States (…) believes that the Requirements contain appropriate standard and procedures to ensure the safety of imported U.S. beef. (미국은 (…) 이번의 수입 위생 조건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적절한 기준과 절차가 담겨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한국이 슈와브-김종훈 서한을 근거로 해서, 문제의 5항에 실질적 변경을 가하는 고시 문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
▲ ⓒ뉴시스

하지만, 만일 미국의 논리에 맞춰, 고시에 5항을 그대로 둔 채 공고하면서, 그저 부칙에 한국이 가트(GATT)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식으로 고시를 공고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보더라도 이런 문항과 짜임새로 고시를 공고하면, 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여러 건 발생하더라도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등급 변경이 없는 한 수입 중단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여기에는 굳이 복잡한 국제법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 고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국내 규정이다. 한국 정부의 행정 준칙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다. 여기에 5항, 그러니까 다시 반복한다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 등급 변경이 없는 한 수입 중단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살아서 들어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한국이 가트와 세계무역기구(WTO)가 보장한 한국의 검역 주권을 행사하는 구체적 방식을 한국이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다시 한번,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 명문화라며 자랑하는 다음의 슈와브 편지 구절을 살필 필요가 있다.
As I have recognized in my statement, every government has the right to protect its citizens from health and safety risks in accordance with GATT Article XX and the WTO SPS Agreement. (본인이 개인 진술에서 인정한 대로, 모든 국가는 가트 20조 및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에 따라 국민을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슈와브의 말은 지당하다. 그리고 바로 슈와브가 말한 한국의 검역주권이 있었기에,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광우병 검역 협의를 하였고, 문제의 5항을 만들었다. 이 5항은 미국이 한국에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한국이 슈와브가 말한 검역주권을 행사해서 만든 것이다.

이는 결코 나의 독단적 해석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견해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8일, 5항의 제정 배경을 스스로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 측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상호 협의키로 하였으며 (…) 한국 측이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의거 '광우병 위험통제국'의 경우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신고 및 도축 검사 과정을 통해 광우병 감염소가 도축되지 않도록 통제가 가능하고, 설사 도축된다 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의한 광우병 위험부위가 제거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임. (보도자료 제3면, 제4면)

이렇게 한국은 검역주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 중단까지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국이 이 5항을 그대로 고시에서 공고하는 한, 한국은 5항에 스스로 구속된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는 지금 고시 공고의 마지막 단계에서 매우 많이 멈칫거리고 있다. 슈와브-김종훈 서한 교환이라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뛰어 내리기에는 5항은 너무 잔인하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미국에게 다시 SOS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자신이 판 무덤에 갇히고 있다. 국민이 5항에 분노하자, 느닷없이 5월 7일 가트 조항을 들고 나왔다. 협상이 타결된 지 2주일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라서 국민들이 별로 믿지 않자, 슈와브까지 끌어들여 서한에 가트를 넣도록 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사료 조치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30개월령을 풀 수 없다는 요구 대신,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편지에 가트라는 단어를 넣어 줄 것을 요구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웠을까?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지금의 상황은 한국에게 비극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고시를 어떻게 만들것인가는 전적으로 한국의 권한이다. 이는 슈와브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에게 권한다. 광우병 발생시 통상 마찰을 무릅쓰고 즉각 수입 중단을 할 용기가 정녕 있다면, 그 용기가 가장 필요하고 쓸모 있는 때는 지금이다. 지금 미국에게 미안하게 되었다고 말하라!

그러면 미국이 양보할 것이다. 미국은 30개월령 해제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이미 받았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 선물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다면 미국은 5항을 양보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5항은 상식 이하이다. 그 어떠한 나라도, 수출국에서의 광우병 발생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자국의 대응 방식을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 그것도 광우병 등급 판정 변경이라는 지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절차적인 과정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이명박 정부는 문제의 5항에서 조금 더 양보를 받아 내는 것으로 넘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5항은 결코 광우병 안전의 핵심이 아니다. 광우병 발생시의 조치는 사후적 조치이다. 그 전에 이미 한국민이 섭취한 쇠고기가 안전해야 한다. 30개월령 제한이라는 최소한의 방화벽을 한국은 고수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하여금 뇌와 척수를 광우병 위험부위로 제거해서 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는 작년 8월 이후 무려 9개월 동안이나 검역 중단 상태이다. 한국의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쇠고기를 수입한 자는 지체 없이 검역을 신청하고 검역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제 36조). 이는 검역이 지연되어 발생할 위험성을 미리 막기 위한 법적 의무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비정상적인 검역 중단 조치를 이렇게 장기간 지속하는가? 속히 이 검역 중단을 해제하기 바란다. 미국산 쇠고기가 현행 검역조건(30개월령 미만 살코기)대로 수입되도록 하기 바란다. 이는 슈와브도 인정한 한국의 검역 주권이다.

한국의 소비자는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기 원한다. 그러니 현행 검역기준대로 수입하도록 하라! 한국이 이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한국과의 재협상에 나설 것이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에게 마지막 기회이다. 국민이 만들어준 마지막 기회이다. 고시 강행은 결코 이명박 정부에게 승리가 아니다. 나는 어제 집회 현장에서 밤늦게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나의 안전을 염려하는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이러는 것은 다 너를 위한 것이다." 이것이 어제 참석한 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평화를 지키려는 국민의 몸부림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이기려 하지 말고, 국민이 만들어 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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