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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시민 수만 명 "가자! 청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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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시민 수만 명 "가자! 청와대로"

[현장] 촛불 집회 '격앙'…"MB 퇴진" 구호 봇물

이명박 대통령의 '말뿐인 사과'가 국민의 분노를 더 키웠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촛불 집회에는 약 4만 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문화제가 끝나는 9시 30분께 "이명박 탄핵"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는 평화 행진을 시도했다. 촛불 집회가 열일곱 번째 계속되는 동안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촛불 집회는 서울 외에도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외면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큰 정치적 위기를 부르는 꼴이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는 내주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고시가 강행되면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는 수만 명의 시민이 나와 촛불을 들고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비판했다. ⓒ뉴시스

▲시민의 분노는 구호, 피켓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날 가장 많이 외쳐진 구호는 "이명박 탄핵"이었다. ⓒ프레시안

분노한 시민들…"계속 이러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하는 분위기는 세대, 이념을 초월해 퍼지고 있다. ⓒ뉴시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시민의 분노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직장인 최모(46) 씨는 "3주 동안이나 촛불을 들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겁을 내지 않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우리 분노를 제대로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라고 분통부터 터뜨렸다. 최 씨는 "이 대통령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50대의 김상균(가명) 씨도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욕, 지배욕만 있고 국민을 지키려는 생각은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이승만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하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세대, 이념을 초월해 퍼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격앙된 분위기는 집회 내내 계속되었다. 약 300명의 시민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이라며 동아일보사 건너편의 동화면세점 앞에서 별도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김지영(가명) 씨는 "집시법 때문에 '이명박 탄핵'을 외치지 못하는 촛불 집회가 답답해서 별도로 집회에 나섰다"며 "경찰은 우릴 잡아가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이제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이명박 씨의 대통령 자격 자체를 시민이 문제 삼고 있다"며 "이명박 씨가 이런 국민의 분노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허투루 대응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과 청계 광정에서 청와대 앞까지 삼보일배를 한 임종인 의원(무소속)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까 걱정스럽다"며 "자꾸만 국민과 어긋나려 한다면 진짜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록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했지만 민심을 잃어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보고 있다"
▲이날 촛불 집회에서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교육 정책 등에 대한 시민의 성토도 이어졌다. ⓒ뉴시스

실제로 이날 쇠고기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시민들은 한반도 대운하, 교육 정책 등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실정(失政)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는 지난 103일간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유역을 순례하고 돌아온 운하 사업을 반대하는 종교인 모임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명박 장로의 죄를 대신해 사죄드립니다"라는 순례단장 이필완 목사의 발언에 맞춰 시민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문정현 신부는 "국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힘, 혁명의 힘이 형성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촛불 집회는 시민들이 쇠고기 문제는 물론이고 한반도 대운하, 교육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대통령이 이런 바닥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리더십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서는 교육 문제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친 소, 미친 교육, 미친 정부 규탄", 바로 이날 시위에서 가장 많이 들린 구호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교육 정책으로 아이들에게 아주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이제 아이들의 외침에 어른이 화답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부위원장은 "현장에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나온 선생님들도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촛불을 들자"고 제안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미 5월 초부터 10대 중·고등학생들은 "선생님, 기왕에 나온 김에 촛불을 같이 들자"고 외쳐 감시를 하러 나온 교사들을 부끄럽게 하기도 했었다.

이런 목소리에 시민의 호응도 높았다.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한 윤정미(36) 씨는 "촛불 집회에 몇 차례 나오면서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많은 잘못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교육 문제, 의료보험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걸 그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대학생도 대거 참석…10대 '촛불소녀'도 동참

이날 촛불 집회는 대학생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와 검역 주권 회복을 위한 전국 대학생 대책위원회' 소속 박정은 씨는 이날 발언대에 올라 "그간 촛불 집회에서 대학생이 안 보인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이제 대학생이 앞장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학생 운동에 비판적이던 대학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운동과 거리를 두는 이른바 '비운동권' 학생회에서 일하는 문나현(22·대학교 3학년) 씨는 "쇠고기 문제를 놓고 교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운동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씨는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대학생"이라며 "'나는 비정규직이 안 될 것' '쇠고기는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20대,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와서 촛불을 같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씨는 "학교로 돌아가서 앞으로 촛불 집회 동참을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이 깃발을 올린 모습에 3·40대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김창수(43·서울시 관악구) 씨는 "조용하던 대학생이 나서는 모습을 보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등록금 문제처럼 대학생이 쇠고기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로 행진에 나선 것을 놓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만약 이런 움직임을 무시한다면 민심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촛불소녀'에서 나온 나눔문화 소속 활동가와 고등학생은 "고시철회 협상무효", "미친 소 안 돼, 미친 교육 안 돼, 미친 대운하 안 돼"를 외쳤다. ⓒ뉴시스

촛불 집회의 상징이 된 10대는 이날도 빛났다. 인터넷 커뮤니티 '촛불소녀'에서 나온 나눔문화 소속 활동가와 고등학생은 "고시철회 협상무효", "미친 소 안 돼, 미친 교육 안 돼, 미친 대운하 안 돼"를 외쳤다. 주위에 모인 시민은 조직적인 구호를 외치며 길거리에서 자유 발언을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고교생을 보며 "대단하다", "어른보다 낫다"고 감탄했다.

'촛불소녀'는 반전 평화 활동 단체 '나눔문화'에서 10대를 지지하고자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나눔문화 임소희 사무처장은 "절망의 시대에 희망의 상징이 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며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10대 학생도 발언대에 올라 "어른들 일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내 희망을 바닥에 던져 길거리로 나왔다"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집회에 나가는 사람을 '미친놈'이라고 말하던데, 내가 보기에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여기 모인 사람밖에 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제는 한미 FTA를 생각해야"

촛불 집회에 함께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연하게 'FTA는 좋다'는 전제를 가진 사람이 지식인, 대학생, 시민들 중에 많다"며 "그러나 이번 쇠고기 협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미 FTA 협상 곳곳에 심각한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9시 30분쯤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자정이 넘을 때까지 광화문, 종로 곳곳에서 "협상 무효, 고시 철회", "이명박 탄핵", "우리를 연행하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한국인의 '용감한 투쟁' 인상적"
▲캐나다 요크대 데이비드 맥날리 교수(정치학). ⓒ프레시안

이날 촛불 집회에는 외국인의 참여도 많았다. 캐나다 요크대 데이비드 맥날리 교수(정치학)는 발언대에 올라가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폐해를 경고했다.

맥날리 교수는 "이렇게 촛불 집회를 보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다음 주에 캐나다로 돌아가면 한국 시민의 '용감한 투쟁'을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맥날리 교수는 "여러분에게 딱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며 "'자유무역협정 불가(No FTA)',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을 외쳤다.

맥날리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시민이 모인 촛불 집회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젊은 세대에게 사회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운 점이 인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맥날리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집회에 2만5000명이 모인 뒤 이렇게 큰 집회를 가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맥날리 교수는 "일단 FTA가 되면 자본가가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게 돼 정부가 통제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도 사업을 민영화하자 바로 기업은 요금을 인상하고 나섰다"며 "뒤늦게 정부가 반대했지만 결국 법정 소송으로 이어져 국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우체국 사업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의 세계적인 물류 회사 UPS가 캐나다의 우체국 공공 서비스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라며 소송을 건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캐나다는 우체국마저도 민영화되거나 업무를 제한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국민 대다수는 NAFTA에 반대하고 있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학자도 촛불을 들어 주목을 받았다. 크와잘루-나탈대(University of Kwazalu-Natal)에서 온 몰리피 응로브(Molefi Ndlovu) 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놀랍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창조적이고 즐겁게 집회를 즐겨 정치인들이 놀랄 것 같다"고 말했다.

응로브 씨는 특히 비슷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시민의 저항이 없는 자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미국은 남아프리카관세동맹과 지난 2003년부터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미국과 FTA 체결 추진이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다"며 "FTA 체결 후 시민이 겪을 문제가 심각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응로브 씨는 촛불 집회에 나온 시민을 놓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아주 상세히 알고 있어서 놀랍다"며 "한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민 의식을 가진 멋진 나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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