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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홍준표'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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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홍준표'가 변수다

[김종배의 it] MB 담화의 '숨은 그림 찾기'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힘주어 말한 건 한미FTA다. 임기 만료일을 코앞에 둔 국회의원들을 향해 비준에 동의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말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가 17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정말 믿는 걸까?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기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홍준표 의원조차 그렇게 말하고 있다. 18대 국회 최우선 과제가 한미FTA 처리라고 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왜 한미FTA 조속 처리를 주장하나?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의 목표는 한미FTA 조속 처리가 아니다. 그럼 뭘까?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여론 조성이다. 홍준표 의원 말마따나 18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처리할 요량이라면 지금부터 열심히 여론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 띄우기다.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웅변하는 것이다.
▲ ⓒ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반대로 한미FTA 비준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고, 더불어 부시 행정부는 곤혹스럽다. 이런 부시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우리라도 먼저 한미FTA를 처리해 미국 민주당을 압박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 안 된다면 그런 모습이라도 연출해 부시 행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촉구'가 예고방송이라면, 상영을 앞둔 홍보 방송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본방송은 무난하게 걸릴까? 관객의 호평을 끌어낼 수 있을까?

18대 국회 의석 분포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한미FTA에 관한 한 민주당과 민노당이 고립되게 돼 있다. 한나라당에 친박세력, 자유선진당까지 합하면 찬성 의석수가 200석이 넘는다. 그 뿐인가. 민주당 안에서 찬성표가 나올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건 '산수'다. '수학'으로 들어가면 해답 찾기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18대 국회서 '최우선' 처리할 수 있을까?

당장 걸리는 게 쇠고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자유선진당의 보폭이 좁아진다. 민주당의 찬성표 또한 움츠러든다.

게다가 문건까지 나왔다. <경향신문>이 입수해 오늘 공개한 농림수산식품부의 1월 대통령직 인수위 보고 문건에 따르면 쇠고기는 앞으로도 한미FTA 처리의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료금지 조치 (이행이 아니라) 공포 시점에 쇠고기 시장을 풀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을 위한 미 의회 설득이 어렵다는 미국 쪽의 주장을 결과적으로 받아들였다. 농림부는 "쇠고기와 한미FTA는 별개"라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시점을 사료금지 조치 이행 시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쇠고기와 한미FTA가 연동돼 있음을 정부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혹 모른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민심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지, 한 달 넘게 비판해도 꿈쩍 않는 정부에 지쳐 민심이 스스로 포기할지, 아무리 쇠고기가 중요해도 국가경제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할지 모른다. 그럼 쇠고기 전제조건은 힘을 잃는다.

그럼 일사천리일까? 그렇지가 않다. 이번엔 전혀 엉뚱한 걸림돌이 여권 내부에서 돌출된다.

한미FTA 혹평한 홍준표

한나라당 차기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해 5월 한미FTA를 맹비난했다.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이었다면서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랬던 그가 한미FTA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그럴 경우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마저 하나 더 짚자. 홍준표 의원이 해결사로 나서 한미FTA를 처리했다고 치자. 그럼 홍준표 의원은 원내사령탑으로서 딜레마에 빠진다.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효력을 발휘하면, 그리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정부가 미국 축산업자들의 소송 표적이 될지 모른다. 미국 축산업자들이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들이댈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사법주권이 유린되고, 정부의 쇠고기 대책은 무력화 된다.

이 문제는 또 어떻게 풀 것인가?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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