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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친기업'에 안보단체들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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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친기업'에 안보단체들 '대략 난감'

제2롯데월드 탄력…성우회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제2롯데월드 신축 추진에 탄력이 붙자 '안보' 관련 보수진영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성남 서울공항 부지 축소나 운영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해 예전 같으면 당연히 반발해야 할 사안. 그러나 보수정권 창출에 힘을 실어 준 이들로서는 이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에 제동을 걸기도 껄끄러운 눈치다.

안보냐 친기업이냐

잠실 지역에 112층, 555미터짜리 제2롯데월드를 신축하는 사업은 롯데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500미터가 넘는 건물은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들의 이착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희박했었다. 군 관계자들도 서울공항의 전략적 안보 가치를 이유로 제2롯데월드 사업에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재계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검토 지시가 떨어지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국방부는 곧바로 "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 운영 방식을 개선해 제2 롯데월드 건립 허용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현재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 변경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까지 버텨오던 방침이 이명박 정부 출범 세달 만에 롯데의 숙원 사업에 손을 들어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안보를 강조해 온 보수단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전직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가 대표적이다. '성우회'는 지난 정권 내내 정부의 국방 정책을 맹비난하던 보수단체다.

이정린 성우회 사무총장은 2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안보에 지장을 주면서 이 같이 결정했다면 후세에 비판을 받지 않겠냐"면서도 "진짜 공군의 효율적인 작전과 국가 방위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길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공항을 아예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선 "유사시 전투력이 전개될 공간도 필요하고 대재앙이 왔을 때도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완고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는 방안에는 "임시방편으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니고 이것은 공군에 맡겨야 한다"고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서울공항은 이른바 좌파 성향이었다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지켰는데 새 정부는 특정기업을 위해서 안보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지금 대통령께서도 안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시고 또 기업이 잘되어야 나라를 살리는 거 양자 간에서 고민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아직까지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직답을 피했다.

대선 직후 성우회 회장에 선출된 이종구 전 국방장관과 현 정부의 관계를 살펴보면 성우회의 이 같은 입장이 이해는 된다. 하나회 핵심인물로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숙청'당했던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과 친분이 남다르다. 이명박 캠프의 국방정책 마련에도 이 회장 등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보수단체도 제2롯데월드 추진에 대해선 이렇다 할 말을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 "광우병에 걸린 친북, 좌파 세력을 척결하라"는 성명을 냈던 재향군인회는 정작 '안보' 현안인 이 문제에 대해선 "논평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도 "말 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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