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와대 회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와대 회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김종배의 it] 李-孫, 겉으론 평행선 속으론 교감?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모양이다.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 또는 장관 고시를 전후해 입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형식적인 수순만 놓고 보면 예고된 행보다. 미국과 이른바 '추가 협상'을 해서 양국 통상장관의 서명이 담긴 서한을 주고받았으니 할 건 다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번 '추가 협상'을 사실상의 재협상으로 규정한 점도 그렇다. 얻을 만큼 얻었다는 인식이다. 이제 장관 고시만 발표하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부 조치는 다 하는 것이니까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최종 입장을 밝히는 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끝내기'에 들어간 이명박 대통령

관건은 민심이다. '추가 협상'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시민단체 등에서는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역주권 명문화'가 검역강화를 위한 조건과 절차 등이 명시되지 않은 추상적 원칙에 머물렀다고 공격하고 있다. 내용상의 진전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여건을 살펴야 한다. 민심이 이런데도 서둘러 끝내기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찾으려면 청와대를 둘러싼 여건을 살펴야 한다.
▲ ⓒ문화체육관광부

두 가지다. 하나는 '나쁜 여건'이다. 일찌감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청와대다. 그런 청와대가 이른바 '추가 협상'을 해서 서한을 교환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더 이상 협상을 할 여지가 없다.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것 같지가 않다. 청와대로선 나갈 길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좋은 여건'이다. '추가 협상'을 마지막 수로 밀어붙일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5월만 넘기면 17대 국회는 해산한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해체되고 여대야소의 18대 국회가 구성된다. 더불어 국회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사라진다. 장관 해임건의안이니 재협상 결의안이니 하는 의안들 때문에 국정에 발목이 잡히고, 나아가 원외 촛불집회에 동력이 제공되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버티면 사그라질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하다.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의 기대 섞인 셈법이 주효할지는 전적으로 민심에 달렸다.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이 점만 따로 떼어내 짚자. 교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교감 아래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하다.

손학규 대표와 교감 있었나?

어찌 보면 생뚱맞은 호기심이다.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한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만 하다가 끝낸 회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각차를 보였다. 그런데도 묻는다. 교감이 있었던 건가?

쉬 떨칠 수 없는 정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건은 곧 민주당의 여건이기도 하다. 재협상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심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면 궁리할 만하다. 길게 끌어봤자 화룡정점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면 조용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를 보일 법하다.

앞뒤가 호응하지 않는 것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 응하기 전에 이미 미국과의 '추가 협상' 결과를 알고 있었다. 청와대의 회동 제의에 응하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민주당 소속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과 이화영 간사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추가 협상' 결과를 사전 보고 받았고 이 내용은 손학규 대표에게도 전달됐다.

호응하지 않는다. 손학규 대표의 청와대행과 '추가 협상'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 논평은 호응하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추가 협상'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지렛대 삼아 끝내기 수순에 들어가려 한다고 감지했다면 회동을 수락할 이유가 없었다. 회동을 해봤자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었고,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에 절차적 완성도만 높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로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가 아니라 진전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손학규 대표의 이 요구를 받아들여 "적절한 기회에…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화답했다.

너무 엉성한가? 정황이라고 표현할 정도조차 되지 못하는 사례에 너무 집착하는 건가? 그럼 이 점은 어떨까?

김원웅 위원장 발언과 <조선일보> 보도는 뭔가?

김원웅 위원장이 그랬다. 유명환 장관으로부터 '추가 협상'을 보고 받은 뒤 "정부가 쇠고기 수입 문제를 미국과 재협의해서 사실상 합의된 안을 가져오면 한미FTA 비준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웅 위원장은 자신의 이 말이 파문을 빚자 "당에 보고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단히 미묘한 발언이다. 대다수가 '한미FTA 비준안 상정'에 방점을 찍지만, 그래서 뜬금없는 소리로 일축하지만 다른 데 방점을 찍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상 합의된 안을 가져오면"이라는 말은 뭘 뜻하는가? 하나의 타협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걸 명분 삼아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추가 협상'은, 그리고 '서한'은 엄연히 "사실상 합의된 안"이다.

김원웅 위원장의 눈길이 "사실상 합의된 안"에 가 있었다면, 당 지도부 또한 이런 눈길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나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검토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런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손 대표에게 '담화문이 이 정도 내용이면 되겠느냐는 분위기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것들이다. 김원웅 위원장의 돌출 발언, 그리고 <조선일보>의 기사 구절은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가 일방적 판단인지, 아니면 손학규 대표와의 교감 아래 진행되는 것인지를 엿보는 잣대다.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