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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사태' 해법은 원경선옹의 공동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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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사태' 해법은 원경선옹의 공동체 정신

낮은 기본급, 연중무휴 생산구조로 58일째 장기파업중

"풀무원에서 10년이나 일했는데, 기본급 85만원이라면 사람들 반응은 '설마'입니다."

부산, 울산, 대구, 마산을 거쳐 서울에서 (주)풀무원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을 고발하기 위해 선전전을 벌이고 있던 한 풀무원 노동자 김모씨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매년 6천억원의 매출액에다 당기 순이익이 2003년 기준으로 1백90억원에 달하는 (주)풀무원에서 자사 10년차 노동자에게 기본급으로 85만원만 지급한다고 하면 잘 믿기지 않는 얘기다.

***10년차 노동자 기본급 85만원**

김씨가 전국을 돌며 선전전을 하면서 느낀점은 (주)풀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매우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저임금 지급에 대한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유명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앞에서 선전전을 하다보면, 일반 시민들이 (주)풀무원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지만, 저희 들이 선전하고 있는 10년차 기본급 85만원이라든지 연중 무휴 노동조건을 말씀드리면, 대다수 시민들은 '설마'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고 말했다.

입사 10년차가 된 김씨는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1백20만원 정도 집에 가져간다고 했다.

***"10년을 기다렸다. 휴일은 좀 쉬자"**

낮은 기본급은 노동자를 쉬지 못하게 한다.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휴일도 스스로 마다하면서 특별근무를 자청해야 한다. 실제로 (주)풀무원 노조는 거리 선전전에서 "10년을 기다렸다. 일요일은 쉬고 싶다"를 구호로 외치고 있다.

사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연중 무휴 개념의 생산체제 운영을 하지만, 노동자에게 1주일 중 하루 선택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일요일은 쉬고 싶다란 노조의 주장은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측 주장대로 풀무원노동자에게는 '선택 휴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이 제도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낮은 기본급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비상식적인 생산구조가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풀무원 입사한지 3년이 접어든 안 모씨는 이와 관련,"하나의 생산라인은 8인 1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생산라인은 최소 7명은 있어야 돌아간다. 따라서 한 주에 같은 날 두 명이 빠지게 되면 생산라인 자체가 가동되지 못한다. 때문에 주휴는 물론이고, 월차, 연차 그리고 여름 휴가 등을 제때 가기란 매우 힘든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고 말했다.

(주)풀무원 생산방식은 소위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어서 한 생산라인 7개 공정 중 한 자리만 비어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8인 1조 시스템 하에서는 1명이 주휴로 자리를 비우면 남은 한 명이 자리를 메꾸면 되지만, 월차나 주휴가 한 날에 겹치게 되면 사실상 생산은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노동자에게 사측이 주장하는 '선택휴무제'는 무의미하게 된다는 얘기다.

풀무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주휴 및 각종 휴가가 지켜지려면 인력을 충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풀무원 노조, 사측의 '노조 죽이기'의혹 제기**

풀무원 노동자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차치하고, 현재 풀무원 노사는 극단대립중이다. 노조는 31일 현재 58일째 파업을 진행중이고, 사측은 이에 맞서 지난 23일부터 직장패쇄중이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노조도 지치지만, 사측 피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측은 이번 장기 파업의 원인을 사측의 불성실 교섭과 함께 '노조죽이기'라고 주장한다.

노조원 김모씨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노조 설립후 그동안 사측과의 임단협은 순조로왔다. 노조의 저항도 지금처럼 전면 파업이 아니라 잔업거부 수준이었고, 노사간 이견이 있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순조롭게 타결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측이 매우 강경하게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는 게 김씨 주장이다.

2월11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선 풀무원 노사는 제대로된 협상 한 번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노조의 전언이다. 더구나 지난 7월22일에는 사측은 교섭시작 30분만에 돌연 결렬을 선언하고 한 노무법인의 S모 노무사에게 교섭을 위임했다. 노조는 S노무사가 사측 대표로 선임되었을 때 교섭에 진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한다. 경총 노무관리팀장 출신인 S노무사는 올해 금속노조 단협시 사측 대표로 나와 협상을 큰 무리없이 타결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노무사는 풀무원 노사교섭에서는 한층 후퇴한 안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3년 단협시 사측안보다 후퇴한 안을 들고 나온 것을 보고 사측에 교섭의지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개악안을 들고 나온 것은 교섭을 통한 공장 정상화 대신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다른 이유란 '노조 죽이기'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노조죽이기' 의혹의 근거는 노조 탈퇴 압력이다. 풀무원 생산직 노동자들은 처음 입사하게 되면 전문3급에서 출발해 2급, 1급으로 진급했다가 통상 10년 내외 근무를 하면 '주임'이 된다. 문제는 승진에 있어 분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인데, 노조원들은 주로 노조활동 등 회사에 '미운털'이 박히면 진급은 '물 건너갔다'고 인식하고 있다.

승진 누락은 임금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노조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승진에서 누락된 10년차의 한 조합원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측에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노조활동이 원인이라고 혼자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노조원은 "지금껏 노조 탈퇴자가 7명인데, 노조 탈퇴가 진급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원경선 옹의 정신이 사태해결의 해법**

풀무원 노조원들은 서울 영등포역 경방필 백화점 앞거리 선전전을 끝으로 12일차 전국 순회 선전전을 마치고 각자의 공장이 있는 지역(춘천, 의령)으로 30일 복귀했다. 이들은 오는 9월3일 서울에서 총력투쟁의 일환으로 거리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 했다. 청정기업, 환경친화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던 (주)풀무원이 장기파업으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주)풀무원은 창업자의 부친인 원경선 옹의 생명공동체 정신을 기업 정신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 함석헌 옹과 함께 국내에 몇 안되는 무교회주의자, 즉 퀘이커교도인 원경선 옹은 일찌감치 경기도 포천에 풀무원 농장이라는 농촌 공동체를 만들어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실현, 많은 이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아왔다. 풀무원 농장의 식구가 돼 함께 일만 하면, 공동체가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내줄 정도로 이들의 공동체 정신은 남달랐다.

원 옹은 특히 이미 수십년전부터 농장에서 함께 일하는 공동체 가족들에게 '하루 8시간 노동, 일요일 휴무'라는 노동법을 적용, 농촌에서도 '8시간 노동제'가 실현가능함을 실천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풀무원의 장기파업은 근원이 어디에 있든 간에, 풀무원 노사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이는 풀무원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일이어서, 풀무원을 아끼는 많은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원경선 옹의 생명공동체 사상이야말로 지금 풀무원에게 꼭 필요한 '해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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