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는 3번째 해명 자료에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안)의 SRM 분류는 미국 자체 기준과 일부 차이는 있으나, EU와 거의 동일한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미국 FDA 기준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의 분류 기준이 유럽연합(EU)과 거의 동일한 기준이라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2008)에서는 내장의 일부분인 회장원위부(소장 끝)만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규정했고, EU는 십이지장에서부터 직장까지 내장 전체와 장간막까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또 한미 쇠고기 협상(2008)에서는 30개월 이하의 뇌, 눈, 척수, 머리뼈, 등뼈, 등배신경절을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EU는 12개월 이상의 머리뼈, 뇌, 눈, 척수와 24개월 이상의 등뼈와 등배신경절을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농림부의 기망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4월 18일에 타결되었다. 그런데 농림부가 '동일한 기준'이라고 해명한 EU가 24개월에서 30개월 이상의 등뼈를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로 규제 원칙을 바꾼 것은 4월 22일이다.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는 "이제 변명에 바쁘다 보니 EU 기준을 팔면서 더욱 수렁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며 "EU의 기준을 참조했다고 하지만 4월 18일 타결 당시 EU의 기준으로는 24개월령 이상의 등뼈가 SRM이었다"고 비판했다.
우희종 교수는 이어서 "EU에서 등뼈를 30개월령 이상으로 한 것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훨씬 후인 4월 22일에 채택되었고, 4월 26일부터 모든 EU 회원국에 적용하도록 하였다"며 "이 기준은 2010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EU가 12개월~24개월 기준으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을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슬그머니 뒤로 뺀 채 EU에서도 , 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 정중 천골능선과 날개를 제외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은 EU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국민을 기망했다.
2008년 4월 19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합의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은 가장 낮은 기준을 적용한 최악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EU의 기준은 물론 하다못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나 미국 FDA 기준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자들의 이익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서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FDA 기준에서는 등뼈 중에서 경추·흉추·요추의 극돌기와 경추의 횡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을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에 포함시켰다.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에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으며, 통상에 관한 권고 지침으로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경우 모든 연령에서 편도와 회장원위부, 30개월 이상에서 뇌, 눈, 척수, 두개골, 등뼈(척주)를 교역 금지 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등뼈 전체가 교역 금지 물질인 셈이다.
미국의 사료조치 및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에 대한 농림부의 기망 행위는 책임자 처벌과 문책은 물론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자체가 졸속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한미 쇠고기 협상은 전면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